[제115회] 찬두호산 화운동 요괴 홍애아 (1)
오계국의 적정황제와 헤어져 새벽에 길을 떠나
무더운 낮을 피해 밤에는 자고 이럭저럭 반달 남짓 가니까
앞길에 또다시 높은 산 하나가 나타났다.
해를 가릴듯한 높은 산이었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저 앞에 보이는 산이 몹시 험하구나, 또 어떤 마물이
우리를 해코지할지 두렵다. 모두 각별히 조심들 하거라."
"염려 마십시요, 이 손공이 붙어있지를 않습니까?
걱정마시고 길을 서두르십시요."
삼장은 오공의 말에 크게 마음을 먹고 다시
말에 채찍을 가하며 길을 갔다.
산으로 접어드니 길은 더욱 험해졌다.
구름이 산 허리를 반쯤 휘감고
까마득한 계곡에서 무럭무럭 안개가 피어오른다.
매화나무 대나무 잣나무 소나무 울창하게 숲을 이로구
천길 만길 벼랑이 솟아있다.
당장에라도 요괴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동굴속에서는
샘물이 솟아나와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간다.
사제가 힘들게 산길을 헤쳐나가는데 앞쪽 산의 후미진 곳에서
한송이 붉은 구름이 일어나더니 금방 하늘높이 떠올라
한뭉치의 화기로 변했다.
오공도 놀라서 삼장을 말에서 안아 내렸다.
"동생들아 요괴가 틀림없어 가지마."
오공의 말을 듣고 팔계와 오정은 쇠갈퀴와 보장을
고쳐잡고 삼장을 둘러쌓았다.
시뻘건 불속에는 과연 요정이 있었다.
그는 몇년전부터 동녘땅 당나라 중이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데 그 중은 바로
금선장로의 환생이다.
그는 십세동안이나 수행을 쌓은 성승으로
누구든 그의 살코기를 한 점만 먹으면
영원히 죽지않고 살 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산속에 숨어서 당나라 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그 중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구름위에서 삼장이 있는 쪽을 바라다보았다.
세사람의 제자가 삼장을 에워싸고 경호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아, 훌륭하다, 저 말을 탄 뚱뚱하고 얼굴이 흰 중이
당나라 성승일게다.
헌데 어째서 저렇게 흉측한 몰골의 중들이
세놈씩이나 붙어있다는 말인가?
놈들이 무기를 쥐고 싸울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보니
어느놈이 눈썰미가 있어서 나를 알아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저놈들을 힘으로 잡기는 힘들겠어
그럼 잠시 내려가 장난질이나 쳐볼까?"
요괴는 붉은 빛을 거두고 타고 있던 구름을 낮추어
산비탈까지 내려가더니
몸을 번뜩여 일곱살짜리 어린아이로 둔갑을 했다.
그리고는 옷을 벗고 손발을 묶더니 높은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서 힘껏 소리를 질렀다.
"살려줘! 날 살려줘!"
한편 긴장하여 삼장을 보호하고 있던 오공이
머리를 들어 쳐다보니
어느새 붉은 구름은 없어지고 화기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오공은 삼장에게 권했다.
"스승님 말에 타십시요."
"넌 요괴가 나왓다고 하더니 어째서 그냥 가자고 하느냐?"
"아까 한뭉치의 구름이 땅에서 공중으로 올라가서
화기로 뭉쳐졌습니다. 틀림없는 요괴의 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구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 요괴는 지나가는 요괴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해칠것 같지 않아서 그냥 가자는 것입니다."
"형은 잘도 둘러대는군,
요괴중에 지나가는 요괴가 따로 있었나."
팔계가 비웃자 오공은 눈을 흘겼다.
"너도 생각해봐, 만약 동굴에 사는 마왕이 연회를 열어서
사방에 요괴를 초청했다면 그 요괴는 연회에 참석할
생각에 몰두해서 사람을 해칠 생각은 까맣게 잊을게 아니냐?
이게 그냥 지나가는 요괴가 아니고 뭐래?"
삼장은 오공의 말을 반신반의 했으나 아니라고 할수도 없어서
말에 올라 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가는데 사람의 소리가 둘렸다.
"살려줘! 날 살려줘!..."
"오공아 이런 산속에서 누가 봉변을 당한 모양이다."
"스승님, 쓸데없는 일에 상관말고
그냥 우리 갈길이나 갑시다."
삼장은 오공의 말을 듣고 말에 채찍질을 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후 그 소리가 다시 들렸다.
"살려줘 ,,,사람좀 살려줘."
"오공아! 저건 귀신이나 요마의 소리가 아니다.
그런 것들의 소리는 나가는 것은 있어요
돌아오는 소리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저 소리를 들어보아라
재난을 당한 사람의 소리가 틀림없다.
도와줘야 되지를 않겠느냐?"
'스승님! 오늘만은 자비심을 잊는게 좋겠습니다.
이 산을 넘은 다음에 자비심을 베푸십시요.
이 근방에 흉한 일은 있어도 길한 일은 없을 듯 합니다.
스승님도 귀신은 초목에 의지하고
나무에도 기댄다는 말을 아시지 않습니까.
모든 물건이 다 요정으로 변할 수 있는 거지요.
그 중에도 구렁이는 도를 닦으면
정매로 변하는데 이놈이 곧잘
어린아이로 둔갑을 합니다.
"그 놈이 후미진 곳이나 풀숲에서 사람을 부를 때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아무일 없지만 대답을 했다하면
그 놈은 사람의 정신을 빼가고 밤에 와서 그를 죽입니다.
그냥 갑시다. 지금 우리처지는 제코가 석자나 빠진 격이라
다른사람을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삼장은 할 수없이 다시 말을 재촉해서 나아갔다.
오공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코딱지같은 요괴란 놈
어디 숨어있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그렇다면 묘유성법을 써서
스승님과 만나지 못하게 하는게 상수겠어"
오공은 오정을 불렀다.
"말 고삐를 단단히 쥐고 천천히 걸어야.
난 오줌을 누고 갈께."
오공은 삼장을 대여섯 걸음 앞에 가게하고
이산축지법의 주문을 외우고는 여의봉으로 뒤쪽을 가르켰다.
그러자 삼장과 사제들은 순식간에
봉우리를 넘어서 훌쩍 앞으로 가버리고
요괴는 뒤에 따로 남게 되었다.
오공이 삼장을 뒤쫒아가는데 산 뒤에서
또 사람살려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저 사람이 무척 곤란한 지경에 빠졌는가 보다만
인연이 없어서 우리를 만나지 못했구나.
저 산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사람살리라는 소리가 몹기 다급한가 보구나."
팔계가 또 아는체를 했다.
"저건 앞쪽에서 나는 바람소리지요.
지금 바람이 몰아쳐부니
뒤에서 부르는 소리로 들리는 것입니다."
"이 바보야, 바람이 어쨋다는거냐? 어서 걷기나 해라."
한편 요괴는 몇번이고 연거퍼 불렀으나 소식이 없자
"내가 당나라 중을 봤을 때 그와 나는 삼리도 않되는곳에
있었는데, 아직도 안오다니 어떻게 된걸까?
혹시 이것들이 지름길로 갔는지 몰라."
그는 새끼줄에서 빠져나와 붉은 빛을 날리며
다시 공중으로 올라 사방을 살폈다.
그 때 오공이 하늘을 쳐다보고 그가 요괴임을 눈치채고는
삼장을 말에서 끌어내렸다.
"모두 조심해라, 요괴가 다시 나타났다."
오공이 이렇게 말하자 팔계와 오정이 삼장을 둘러쌓다.
요괴는 공중에서 그들을 보고 감탄했다.
"참으로 훌륭한 중들이다.
저 중을 잡으려면 눈 썰미 좋은 저놈부터 잡아야겠다."
요괴는 구름을 낮추고 아까처럼 둔갑을 해서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기다렸다.
오공이 쳐다보니 붉은 구름이 없어져 다시
삼장을 말에 태우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삼장은 사정도 모르고 오공을 책망했다.
"너 또 요괴가 왔다더니 왜 그냥 가자는게야?"
"이번 놈도 그냥 지나가는 놈이었습니다.
우리를 노리지 않았습니다."
"이 원숭이 놈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진짜 요괴가 나타났을 땐
아무일 없을거라 큰소리 탕탕 치더니 오늘은
평온하데도 두번이나 호들갑이냐?
그러다가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너는 무사할 것 같으냐?"
삼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긴고주를 외우려고 했으나
오정이 말렸다. 그런데 삼장이 말에 올라 출발 하려는데
또 그소리가 들렸다.
"사부님, 사람 좀 살려줘요."
삼장이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니 어린아이 하나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