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번지는 가을의 안부
글 / 은율 장기주
그토록 길고 지루하던 한여름의 뼛속까지 태울 듯한 열기를 홀로 견뎌내며 가을이 내 곁으로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건만, 막상 마주한 가을은 스산한 바람을 앞세워 내 눈가에 차가운 물기를 먼저 얹어놓으며, 그리움이란 결국 이렇게 시린 눈물로 시작되는 것임을 소리 없이 가르쳐 줍니다.
어느 깊은 밤, 꿈결의 끄트머리에서 들려오는 마른 낙엽 구르는 소리가 꼭 내가 남몰래 삼키던 울음소리 같아서, 덜컥 눈을 뜨고 나면 방 안 가득 고여 있는 서늘한 어둠과 베갯잇을 적신 축축한 외로움 때문에 짓무른 가슴을 쥐어짜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날들이 참 많기도 했습니다.
가을아, 너는 어찌 그리도 눈물겹도록 울긋불긋한 옷을 많이 해 입었는지, 밤마다 바람에 흔들리며 제 살을 찢어 발기는 저 화려한 숲의 통곡을 바라보고 있으면, 슬픔마저 저토록 고운 빛깔로 토해내는 네가 못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고인 눈물이 단풍처럼 붉게 타오르는 것만 같아 눈을 감아버리곤 합니다.
기왕에 지독한 외로움을 뚫고 내 메마른 삶의 한복판으로 아프게 찾아와 머무는 것이라면, 차라리 내 가슴속에 차오르는 이 눈물 한 방울까지 저 단풍잎의 붉은 빛깔처럼 처연하고 곱게 물들여, 쏟아지는 슬픔마저 아름다운 가을의 일부로 고스란히 박제해 주렴.
그리하여 나 또한 모든 생기를 잃고 찬 바람에 흩날리는 빗물 젖은 낙엽처럼,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구르고 구르다 온몸이 해어질 때쯤이면, 이 서글픈 계절의 끝자락 어디쯤에선가 내 흘린 눈물을 가만히 닦아줄, 시리도록 애틋한 가을 사랑의 마지막 품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