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같은 독성시험 국내서도 가능할까
한국환경공단 국내 최초 만성독성시험 운영
OECD 미, 영, 독일 등 37개국에서 GLP인증
국내 분석기관들의 신뢰도가 낮아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 37개국에서 인정받는 GLP인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LP (Good Laboratory Practice, 우수실험실 운영)인증기관은 대부분 독성물질들을 분석하는 기관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습기살균제의 경우에도 GLP 인증기관 두 곳 이상에서 교체 분석했다면 시험조작과 같은 부정행위가 자행되지는 않았으리라 추정된다.
가습기살균제사건이 발생된 시판 초창기인 1991년경에는 국내에 이 같은 독성물질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부재했지만 사건이 밝혀진 2011년 이후에는 독성물질 분석(아만성, 급성)들이 다양한 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가습기사태이후 지난 2019년에는 한국환경공단이 환경관련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흡입독성시험시스템(급성, 아만성, 만성)을 구축하여 현재 시험가동 중에 있다.
만성흡입독성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4개국에서만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매우 어렵고 난해한 시험방법이다.(일본, 미국. 독일 등이 운영 중이며 한국은 4번째 국가; 환경경영신문 ′15년1월30일자/ ′17년10월2일자 기사)
국제적인 시험방법(GLP인증)에 따라 흡입독성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시험기관은 안전성평가연구소(KIT),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 3개소밖에 없어 국내 독성물질에 대한 분석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 연간 50억 원 이상의 외화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시험기관들은 물에 녹지 않는 고체상 물질 등은 국제적인 시험기준에 적합하게 일정농도로 균질하게 분사시킬 수 있는 기술력 부족으로 독성물질에 대한 흡입독성시험을 꺼려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가습기사건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환경 분야의 독성물질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17년 국제기준에 부합되는 흡입독성시험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조성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환경공단 전병성 전 이사장은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의 건의에 따라 공단에 독성물질분석기관을 세계적 기관으로 조성하기 위한 인력과 조직을 100여명 이상 확보하고 별도의 조직운영(재단법인 형태 등)을 통해 국제적인 독성분석기관으로 정립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과 인사에서 대폭 축소되어 현재는 화학물질시험처로 운영되고 있다. 상근인력은 안전성시험지원부 10명, 환경안전성 12명, 흡입안전성 17명, 신뢰성보증부 8명 등 47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문가팀으로는 최봉인 전남대 환경공학박사를 중심으로 안전성평가연구소(KIT)에서 이직한 최성진 예방의학박사, 이동훈과장, 전도인, 이상협, 심소현 씨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출신의 조한수, 임상병리학의 김욱진과장, 수의사 홍은형 씨 등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정읍 내장산에 위치)에서 이직한 최성진, 이동훈등 경력자들은 연구소에서 받았던 연봉보다 1천만 원에서 1천5백만 원정도 감소된 상황에서도 지역 환경의 편리성으로 이직을 단행한 경우이다.
따라서 한국환경공단의 독성분석실이 안정되게 운영되어 가습기피해자등 향후 발생되는 각종 독성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는 급성과 아만성 독성실험의 경우는 안정기로 접어들었으나 만성의 경우에는 경험이 없는 국내 현실에서 실험실 설치환경과 1년 이상 2년간의 장기적인 안정적 운영에 대한 신뢰성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으로 정립될지는 개선점이 남아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독성실험 입찰당시 만성독성실험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산장려라는 취지는 좋으나 독성평가는 아직 국내가 초보적이고, 시험장비의 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특화된 세계적인 흡입독성 전문회사 장비를 도입하여 운영, 습득 후 국산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환경공단의 흡입독성시험시설에서 급성흡입독성은 (20.8월)GLP지정을 받았으나 만성독성은 작동상태인 IQ와 장비의 작동상태를 판단하는 OQ를 진행 중에 있는 상태로 동물시험결과치인 PQ 결과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경과한 후에야 GLP지정 여부가 판단된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는(채이배, 바른미래당정책국) “대규모 실험시설과 첨단장비, 연구비가 지원되더라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관리되지 않으면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는 계속된다. 시험장비 구매 입찰과정에서 성능미달의 장비가 선정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제대로 된 유해성 검증이 가능한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한바 있다. 만성흡입챔버 2차 성능시험 결과에 대한 우창규(한국기술교육대)교수의 검토에서도 “필터포집 더스트(먼지)농도가 대부분의 측정위치에서 상한 값인 1.2mg/m3을 초과했다. 국제기준(OECD)에 따르면 명목상 농도와 측정농도차이가 챔버의 성능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했는데, 한국환경공단의 발표 자료에는 측정값 평균에서의 편차만 표시했고, 과업내용에서는 명목상 농도에서의 편차로 구성하는 등 더스트 필터 샘플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따라서 국제적 신뢰도가 낮은 국내 대부분의 인증기관들처럼 신뢰성 확보를 우선한다면 공단이 야심차게 펼치는 환경독성물질분석에 대한 정밀한 종합적인 진단과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개선도 필요하다.
OECD GLP규정은 1981년 '화학물질평가에서 자료의 상호 인정에 관한 이사회결의사항 (Council Decision of the Mutual Acceptance of Data in the Assessment of Chemicals)'의 주요 부분이다. 또한 MAD(상호인정)는 비임상 안전성시험이 GLP 규정에 따라 수행되는지를 파악하여 시험자료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각 국가의 GLP준수평가(GLP compliancemonitoring)절차를 조화롭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화학연구실, ㈜바이오톡스텍,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화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바이오융합연구소, 대구가톨릭대학교 GLP센터, ㈜켐온 비임상연구소, 한국환경공단, 호서대학교 안전성평가센터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 안전성평가연구소 경남환경독성본부, ㈜크로엔, ㈜한국생물 안전성연구소, ㈜에이비솔루션, 한국삼공㈜ 농업연구소, ㈜우정바이오, ㈜센트럴바이오, ㈜제니아, ㈜디티앤시알오 등이 GLP인증기관이다.
그러나 개별적 독성물질의 일부분과 급성과 아만성 독성실험 등 일부는 GLP인증을 받았으며, 만성독성물질에 대한 인증은 어느 기관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97년부터 GLP인증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들 인증기관에 대한 평가·조사·진단을 하는 정부기구는 환경부의 국립환경과학원, 농업진흥청, 식품의약안전처 등 환경, 농업, 식품 3개 분야가 통합 관리운영하고 있다.
세계 37개국이 상호 인정하는 GLP인증이 우리나라 방식의 비과학적인 논리로 운영된다면 또 한 번 국민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해 국회에서조차 논란이 되었던 설치된 장비들의 정상작동여부(OQ)부터 확실하게 검증하고, 이를 공개하여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한국환경공단의 흡입독성시험시설로 정착되어야 한다.
(환경경영신문/조철재 부장)
-가습기살균제 독성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사례-
가습기 원료에 대한 독성성분에 대해 옥시싹싹을 제조한 옥시레킷벤키저는 대형 로펌 김앤장을 통해 정부가 실시한 동물실험 및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타당성문제를 제기하고, 사건 당시 법률에 따르면 자사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당시 옥시 등 기업 측은 연구용역을 서울대와 호서대에 의뢰하였는데 서울대 조모교수는 최종 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서 당시 옥시는 독성분석을 통해 문제가 된(가습기피해가 예상된 결과물)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시험분석에서 별다른 이상반응을 보이지 않은 보고서만 선별적으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샀다.
쟁점이 된 법정 공방은 최종결과보고서를 작성·제출함에 있어 ▲간질성 폐렴 항목을 삭제한 행위 ▲탈이온수 대조군 시험 결과를 제외한 행위 ▲일반흡입독성 시험과 생식흡입독성시험을 분리하고, 생식흡입독성 보고서를 작성 및 제출하지 않은 행위 ▲산학협력단을 통하지 않고 옥시에 직접 최종결과보고서를 제출한 행위가 수뢰후부정처사죄에서 ‘부정한 행위’ 및 ‘증거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에 1심은 조 모교수의 혐의를 독성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있는데도 옥시 측 금품을 받고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조 교수가 최종결과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부당하게 데이터를 누락하거나 결론을 도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수뢰후부정처사 및 증거위조의 점은 무죄, 사기의 점에 대하여는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4월 “피고인이 피해자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기망하여 연구비를 지급받아 편취했다고 보아,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다.”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를 수행하고 최종결과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직무를 위배한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받은 자문료가 자문료로써의 성질을 넘어 이 사건 연구와 관련된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 사실 중 ‘수뢰후부정처사’ 및 ‘증거위조’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단을 수긍한다.”고 최종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