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유해성 처음 입증… 청색광을 쪼인 망막 시상세포, 30분 만에 세포막 녹으며 손상
한 번 파괴되면 재생 불가능… 어두울수록 시력 저하 심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눈이 장시간 노출되면 빛을 감지하는 망막 세포가 파괴돼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청색광이 다른 빛에 비해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 유해성을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쳐다볼수록 청색광에 의한 시력 저하 현상이 심해져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눈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톨레도대 아지스 카룬아라스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간된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 "눈이 청색광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망막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이 생겨 황반변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반변성은 망막 세포가 죽으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실명 원인 1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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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운 공간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모습. 스마트폰의 청색광에 장시간 노출되면 망막 세포가 파괴돼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위키미디어
연구진은 망막의 시상 세포(빛을 받아들이는 세포)에 여러 파장의 빛을 번갈아 쪼이며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청색광을 쪼인 시상 세포에서는 30분 만에 세포막이 녹으며 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등 다른 파장의 빛에서는 세포 파괴가 일어나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특히 어두운 공간에서는 다른 빛이 없어 청색광이 망막세포에 더 많이 침투한다고 설명했다. 카룬아라스네 교수는 "망막 세포는 한 번 파괴되면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청색광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청색광 차단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청색광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TV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에 청색광 노출을 줄여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설정을 누른 뒤 디스플레이로 가서 '블루라이트 필터' 기능이 작동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