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곡. 지상낙원 안내자 마텔다, 지상낙원과 두 강
불속을 통과해 연옥 산의 정상에 있는 지상낙원에 도착했습니다.
싱싱한 초록으로 우거진 거룩한 숲은 새로운 날의 햇살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단테는 에덴동산의 신선하고 성스러운 숲속으로 스승의 도움 없이 혼자서 들어가 여기저기를 둘러봅니다.
흙이 향내를 사방에 피워 올렸고 훈훈한 바람과 감미로운 바람이 미풍보다 더 잔잔했습니다.
바람을 받은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며 그 가지 끝에 앉은 작은 새들이 재롱을 떨고 있었습니다.
단테는 숲속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보다 숲속의 기쁨에 젖었습니다.
그때 시내(레테 강)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아주 검은 빛깔로 흐르고 있었으나 더할 수 없이 투명했습니다. 발을 멈추고 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온갖 맑은 꽃가지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때 모든 다른 생각들을
일순간에 흩어 버리는 무엇인가가 나타나듯
한 여인(마텔다)이 내 앞에 나타났다.
맑게 흐르는 강 저편에서 마텔다가 여러 꽃들을 따며 노래하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마텔다는 천국의 기쁨을 간직한 지상낙원의 안내자입니다.
조금만 더 이쪽으로 몸을 돌려
이 시냇물로 다가오셔서 당신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시오!
그녀는 색색의 꽃들을 손에 들고 맞은편에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붉고 노란 꽃들 사이에서 나를 향해 몸을 돌려 달콤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여기가 처음이군요.
인류의 첫 보금자리로 선택되었던 이곳에서
미소를 짓는 나를 보게 된 것이
마텔다는 이곳은 인류의 맨 처음 보금자리였다고 하며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습니다.
단테는 연옥 산에 바람이나 비 등 자연현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지금 냇물이 흐르고 바람이 부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마텔다는 항상 미풍이 부는 이유와 지상 낙원의 자연 현상, 즉 풍수설상을 설명해 줍니다.
이곳의 공기는 최초의 운동(원동천)에 따라
순환을 시작한 이래 어떤 방해를 받지 않는 한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산의 정상이 공기의 순환에
휩쓸리지 않아도 그 최초의 운동이 숲의
빽빽한 잎사귀들을 소리 나게 하는 것입니다.
‘최초의 운동’은 원동천의 회전을 말합니다. 원동천은 천국의 맨 위에 있는데 하느님의 직접적인 의지에 따라 우주의 운동을 관장합니다.
그 원동천의 운동이 잎사귀들을 소리 나게 합니다.
성스러운 이곳에는 세상에서 인간이 거둘 수 없는 모든 종의 식물들이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의 물은 항상 변함없이 흐르는 샘에서 발원하고 그 샘은 두 갈래로 열려 흘러나가 하느님의 의지에 따라 채워집니다.
이편의 물은 죄의 기억을 지우는 힘을
지닌 채 흐르고 저편의 물에서는
온갖 선행의 기억이 회복되니
이쪽은 레테(죄의 기억)라 하고 저편은 에우노에라(좋은 기억)
합니다. 이쪽과 저쪽을 다
맛보지 않고서는 그 힘을 알 수가 없으며,
어떤 것도 그 맛에 비길 수가 없지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의 갈증은 충분히 해소되었으리라 생각해요.
마텔다는 특별히 선물을 주겠다고 파르나소스 산에 대해 말해줍니다.
파르나소스, 푸생, 프라도 미술관, 이탈리아
- 2014년 마드리드 여행 중에
파르나소스 산, 라파엘, 바티칸 시국 라파엘의 방 중 서명의 방, 이탈리아
파르나소스 산은 신화에서 시와 음악의 신 아폴로와
무사(뮤즈) 여신들과 디오니소스와 님프들의 거주지로 전해지는 산입니다.
현재 그리스 델포이 성역과 테바이 가는 길에 보이는 파르나소스 산입니다.
파르나소스 델포이 성역 뒤 아폴론 신전과 파르나소스 산 절벽 파이드리아데스
- 2017년 델포이 유적 여행중에
이 델포이(델피) 성역의 배경을 이루는 하얀 절벽을 ‘파이드리아데스’라고 부르는데
‘빛나는 바위’라는 뜻입니다. 남쪽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이 절벽에 반사되어 성소를 환하게 밝힙니다.
델포이 성역 좌우 뒤쪽으로 파르나소스 산
파르나소스 산과 왼쪽 아라호바 마을, 델포이 유적지에서 테바이 가는 길에
황금시대의 그 행복한 시절을 노래했던
오래전의 시인들이 파르나소스에서
꿈꾼 곳은 바로 이곳이었을 거예요.
파르나소스 산은 신화에서 시와 음악의 신 아폴로와 무사(뮤즈) 여신들과 디오니소스와 님프들의 거주지로 전해지는 산입니다.
고대 로마시대 시인 오비디우스는 그의 저서 <변신 이야기>에서 인류의 황금시대를 노래했는데 무사 여신들이 살았던 파르나소스 산에서 꿈꾼 이상적인 곳이 바로 이곳이었을 거라고 합니다.
여기서 인류의 뿌리는 순수했고,
끝없는 봄이 펼쳐지며 온갖 과일이 풍성하니,
그것이 바로 이 시인들이 찬미하던 신주라오.
마텔다의 이 말을 듣고 두 시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