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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으리라.
고통도 없으리라
하느님이 몸소 그들의 손에서
모든 환난을 거둬 주시리니
다시는 주림이 없고
피로도 거짓 다툼도 불화도 없으리라.
불화도 없으리라.
하느님이 몸소 그들의 맘에서
모든 번민을 씻어주시리니
다시는 불안이 없고
신음도 아타까움도 절망도 없으리라.
절망도 없으리라.
사내, 성수로 손을 닦는다.
처가 묵주를 성경에 대었다가 자신에 입에 대었
다가 사내의 입에 댄 후 아기의 목에 걸어준다.
처 :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심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과 아픈 것이 있지 아니하리
다. 그것은 처음 것들이다 지나갔음이라. 이제
세세토록 살아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
노니 그러므로 네 본 것과 이제 있는 장차 될일
을 가짐이라.
사내, 목 졸라 죽인다.
처 : 아버지!
사 내 : (관객에게) 촛불이 살랑살랑 바람에 흩날렸습
니다. 몽짜는 그의 고통을 말해 주듯 한 줄기
눈물을 길게 남기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몽짜를
홑이불에 꽁꽁 싸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
다. 기슭에 묶어 놓은 나룻배를 타고 강 가운데
로 나갔습니다. 달빛이 강물에 교교히 흘렀습니
다. 우리는 아기를 꽃바구니속에 뉘었습니다.
꽃바구니가 강물을 따라 흐르고 흘러 보이지 않
게 될 때까지 우리의 두 손엔 파문이 일었습니
다.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죽였다는 사실만 남
는 것이지 그 외의 아름다운 변명 같은 건 있어
주질 않았습니다.
사내와 처가 나란히 걷는다. 길을 가고 있는 게
다.
처 : 날씨가 꽤 쌀쌀하죠? 진짜 겨울이 왔나봐요.
사 내 : 무슨 소리야. 겨울 한복판인데. 만주 바람이
안 보여?
처 : 징글벨 소리도 울리구요.
사 내 : 울렸다 벌써 갔다. 청소차 소리야.
다시 걷는다. 바람소리 쌩쌩.
사 내 : 저기까지 더 갔다 오지.
처 : 저 보초가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아까부터 왔
다 갔다.
사 내 : 경찰서에 뭐 털러 온 놈인가 하고?
처 : 제일 먼저 무슨 얘길 할 거예요?
사 내 : 이래봬도 이 몸이 자식을 죽인 놈이요.: 형사
들이 놀라겠지. 그러면 또 시시콜콜 다 설명해
야 할 거야.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
처 : 후후후
사 내 : 장모님 말씀이 생각나누만.
처 : 무슨 말?
사 내 : 둘이 결혼하면 삼재에 휘말여 화를 면치 못할
거라고.
처 : 괜한 으름장이었죠.
사 내 : 맞나봐.
처 : 치이. 그런걸 믿으세요?
사 내 : 자꾸 약해져.
처 : 돌아갈까요?
사 내 : 집으로?
처 : 예. 방이 따뜻해요.
사 내 : 별일이야.
처 : ?
사 내 : 옛날 생각이 다 나. 대학시절.
처 : 후회하세요? 나랑 결혼한 거?
사 내 : 당신에게 결혼하자고 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
었지. 하기만 해 봐라. 그못된 고집 단박에 요
절내버릴 테니.
처 : 걸핏하면 동갑내기라고 기어올랐거든?
사 내 : 후후후
처 : 생각나세요?
사 내 : 뭐?
처 : 그때 당신이 잘 하던 말. 항상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죠.
사 내 : 거짓말이었어.
처 : 알아요.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대부분 비범을
꿈꾸거든.
사 내 : 고등학교 선생 직함이 그 비범을 잠재워버렸
지.
처 : 선생이 어때서요.
사 내 : 길 가다가 양놈 지갑 주운 셈이지.
처 : 뭐가요?
사 내 : 당신과의 결혼.
처 : 후후후
사 내 : 참 이상해. 중요한 고비 같아서 멋진 고별사를
하려 했는데.
처 : 기다릴게요. 기다리는 덴 선수잖아요.
서로 울먹이고 있다. 강렬한 포옹. 암전.
어둠 속에 전화벨이 용명되면 사내가 팬티차림
으로 나와 전화를 받는다. 침대쪽에서는 경숙이
가 화장을 하며 수화기를 들고 있다.
경 숙 :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
사 내 : 경숙이구나. 밤늦게 웬일이야?
경 숙 : 주무셨어요?
사 내 : 아니.
경 숙 : 내가 틀어준 음악 지금까지 듣고 계셨어요?
사 내 : 아니.
경 숙 : 식사하셨어요?
사 내 : 아니.
경 숙 : 그럼 웬 잡년이 찾아왔어요?
사 내 : 글쎄 왜 그래.
경 숙 : 근데 왜이리 전화를 늦게 받았냐구요.
사 내 : 아참 그걸 왜 물어.
경 숙 : 궁금하잖아요.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사 내 : 용건이 뭔데?
경 숙 : 왜 늦게 받았냐니까요?
사 내 : 꼭 대답해야 돼?
경 숙 : 그래요.
사 내 : 똥 눴다 왜?
경 숙 : 얼라. 아까도 한 차례 댕겨오시더니. 세 번 이
상이면 대장염 증세예요.
사 내 : 정확히 세 번째다.
경 숙 : 양은요?
사 내 : 무슨 양?
경 숙 : 똥 양요.
사 내 : 너 맞을래, 죽을래?
경 숙 : 헤헤헤 뭐든 조심하라 이거예요. 봄병아리 조
색 조색거리다가 콕 하면 그로 끝이라니까요.
40대 위기론이 바로 그거예요.
사 내 : 의사양반. 댁한텐 관심거리가 미균 세균 잡균
병균뿐이 없으시구만.
경 숙 : 서방님
사 내 : 왜?
경 숙 : 아빠가 방금 들어 오셨거든요.
사 내 : 그런데?
경 숙 : 뭐라는 줄 아세요?
사 내 :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경 숙 : "학원 강사랬지?" 예 "마음에 든대? 직장이?"
아뇨 "전공이 영어랬던가?""예. 영어만큼은 최
고예요.아빠 좋은 자리 하나 주라아. 나이도
있는데. 내일 장롱 보기로 했다며?:아빠도 나
오시려고요? 솔직히 섭섭하긴 하다만 니가 어
디 남이가.: 아빠 열심히 살께요.지금은 마음
에 안드실지 몰라도 사노라면 곧 바뀌실꺼예
요.........선생님한테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
력이 있거든요.
사 내 : 매력?
경 숙 : 예 그게 뭘까하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ㅊ았어요. 연민과 ...힘!
헤헤헤
사 내 : 쯧쯧쯧.
경 숙 : 계소 들어봐요.아무튼 아빠가 방으로 들어 가
려다 말고 대뜸 뭐라고 그러시는줄 아세요? 일
단 그쪽 사표부터 쓰라고 그래.그쪽도 정리할
시간리필요 할 테니까.:헤헤헤헤 거 봐요 여보
세요. 여보세요.
사 내 : 듣고 있어.
경 숙 : 왜 안기쁘세요?
사 내 : 전과자 얘긴 안했지?
경 숙 : 몰라요 아실지도.뒷조사를 다 해봤을거예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생전가도 왜그랬지 하고 묻
는 적이 없어요. 울 엄마 코 밑에 내복 단추구
멍만한 점이 있거든요.아직도 안물어 봤대요.엄
마 마음만 아플거라면서.
사 내 : 나 그냥 학원에 나갈래
경 숙 : 그러실 줄 알았어요.이봐요 황 재규 선생 (신
파쪼로) 비련의 사내는 낡은 아파트 골방에서
ㄱ핵으로 죽어가고 그 여자친구는 부잣집 외동
딸로써 정신적 물질적 성원을 아끼지 않으나 사
내는 끝내 거부하고 외로운 죽음에 기로 들어가
는 것이다..........지금 저하고 영화예기 하자
는거예요?
사 내 : 폐끼치기 싫어서 그래.
경 숙 : 초라해 지는것도 싫으실테고.아까 저한테 종돈
얘기를 했었죠?씨돼지가 오토바이만 탔다하면
그건 줄 알고 좋아한다고.하지만 그건 모르는
거예요.아닐 때도 있을 거 아녜요.오토바이를
타고 가축병원으로 갈 수도 있고 도살장으로 끌
려 갈 소도 있쟎아요.김 아무개 집으로 팔려갈
수도 있고. 아니면 우량돼지 선발 대회에 나갈
수도 있쟎아요.바로 그거예요. 저는 선생님이
운명 따라 골따라 그렇게 청승떨며 사는 게 싫
어요. 유(U)턴 하는거예요.씨돼지가 오토바이를
탔다고 해서 꼭 그짓하러가는 것만은 아니쟎아
요.
사 내 : 뭘 말하려는거야.
경 숙 : 습성대로 살지 말자 이거죠.선생님 과거지사
이쯤되고나면 펼쳐 질 미래가 뭐겠어요.기은 죄
를 밀린 이자갚듯 고갤 떨쿠고 살아갈 거 아녜
요.제가 바라는 건,그럴수록 이 독사 대가릴 하
고 어깨에 힘 팍팍 주고 눈깔에 핏대 세우며,새
인생을 살라 이거죠.여기 미인이 있습니다. 미
인이 멋진 옷을 입고 라라라 지나가는 것도 멋
지지만 교통 사고로 다리한쪽이 절단됐는데도,
찔찔 짜지 않고 목발을 짚고 뙤약볕 속을 쩔뚝
쩔뚝 걷고 있는 미인이 있다면,이것 또한 아름
답지 않은가 말입니다.그겨질 대로 구겨진 삶이
왜 아름답질 않습니까. 이 모진 세파 속에 사는
삶이 어찌 단아하고 정갈하기민 할 수 있겠어
요.
사 내 : 그래. 얘긴 고맙다. 하지만..............
경 숙 : 선생님. 사랑해요.당신의 모든 것을. 언젠가
엄마가 묻더라구요.선생님을 못 잊어 하니까,얼
만큼 좋아 하녜요.쑥스러웠지만 말 했죠.선생님
이 아파하는 것만큼 좋아 한다구요. 선생님을
포기하면 얼만큼 아프겠녜요.선생님을 이만큼
사랑했다면 이만큼 아파 할거라구..요만큼 사랑
했으면 요만큼 아픈거고.
사 내 : 니 말처럼 과거에 묻혀 살아왔을지도 몰라. 그
렇다고 앞으로 과거를 잊고 살 주접도 못돼.
경 숙 : 순진해서 그래요.
사 내 : 너 까불래?
경 숙 : 점점 나아지실 꺼예요. 이 박경숙이가 내버려
두지도 않을 테니까.
사 내 : 그래 그래. 푹 자라 다음에 또 얘기 하고.
경 숙 : 선생님. 호호호호
사 내 : 왜?
경 숙 : 멍이 졌어요.시퍼렇게 .양 허벅지에.....
사 내 : 왜?
경 숙 : 아까 심하게 했나봐요.
사 내 : .........
경 숙 : 벌써 당신이 그리워져요.쪽.
경숙,전화를 끊고 퇴장한다.사내,무대 전면으로
나온다.
사 내 : 기실 니가 고아라면 좋겠다.절름발이라도 좋겠
고.그러면 나와 어울리겠지. 마치 사탕먹는 꼬
마녀석 얼리고 홀려서 단물만 쪽 빨아먹는 버러
지 같아서 싫어.(관객 중 하나를 잡고 )학원에
서 강의하다말고 철학과 얘길 했었죠.내가 다시
너희들 만 해진다면 철학과를 갈거라고.어떤학
생이 묻습디다.철학과 가면 뭘 배우녜요.삶과
죽음을 배운다고 했죠.또 묻습디다. 그럼 거기
가면 삶과 죽음의 문제가 풀리나요: 그래서 이
랬죠. 물론 풀리지 않는다.그러나 죽음이 안 풀
릴 문제라 해서 어찌 잊고 살 수 있겠느
냐......
메부수수한 차림의 최 판동의 처가 보자기를 손
에 들고 등장
판동 처 : 마른 반찬 쪼께 담어왔어라우. 깻닢무침을 봉
께로 재규씨 생각이 나서 고쟁이도 제대로 못
입어불고 (웃으면서치마를 슬쩍올려 증명해 보
인다.)허천나게 달려 왔소안,원체 좋아하싱께
로. 신체건강 하시지라우?
사 내 : 예
판동 처 : 댁내 무고하옵시고?
사 내 : 혼잔데요 뭘. 이거 번번히 폐를 끼쳐 어쩌지
요.
판도 처 : 폐는 무신놈의 폐다요? 허는길에 쪼까 더 혔다
가 날상날상 나르기만 혀면 돼는디.
사 내 : 왜 최 판동이하구 같이 오시지 않구.
판동 처 : 사냥갔어라우.
사 내 : 아 예.
판동 처 : 집에 붙어 있는적이 없어라우. 담벼락에 대못
으로 콱콱 박어분지면 모를까.갑갑증땜시 한시
도 진드감치 머물러 있질 않는단 말이오.하루는
지가 그냥반헌티당신은 바라이요.:헝께 어뭉일
보다마고 지를 빤히 쳐다본단 말이요.해불 챔
이면 아그밴 암소눈 꾸벅꺽 뜸시로 나주에 돼새
김질 허들말고 시방 허시쇼: 허고 부에가차서
한마디 혔더니 쪼금 아까 뭐라고?: 이럭코롬
되 묻느단 말이요당신이 바람이다 혔소.:그랑
께로 허허 웃음서 허는말이 걸작이지라우.시적
이군: ㅇ이다? 시적이다라구라구라? 헤헤헤
이 무식헌 년이 뭔누무 시적인 야글 허겄소.다
지를 놀려 묵자는 심산이제
사 내 : 집에 오면 별 얘기 없죠? 최 판동이 말입니다.
판동 처 : 늠들는 신혼도 있고 신방도 있다던디 지는 그
런거 물르고 살았으라.저 산너머에 어떤 미친놈
미친년이 그리 살다 갔는갔다 싶으요.
사 내 : 의외인걸요.
판동 처 : 재규씨헌티만은 끔찍혀지라우. 늘상 우리 재규
씨 재규씨.재규씨 챙기는 것이사 새끼 예수 다
름 없지라우.지헌틴 야박하그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당께라. 최고 야박헌기 뭣인줄 이시쇼야?
사 내 : 뭔데요?
판동 처 : 무관심이지라우.나 옷샀쏘: 그려?: 나 빠
마 혀부렀쏘: 그려: 나 부에나서 캬바레 가부
렀쏘.: 허허 그려? 누가 거들떠 보든감?: 지가
옆에서 뽀닥뽀닥 혀싸도 어뭉이만 봄시로 주인
없는 미소만 지을 뿐.
사 내 : 어뭉이라니요?
판동 처 : 테레비요.
사 내 : 아 그래요?
판동 처 : 지가 지어부렀쏘. 뭔가 하날 남기고 가얄틴
디,배운건 없고 작가가 안 한께로 에라 썅 지가
명명혀부렀쏘(계면쩍은 웃음)하냥 문예반였담서
라우?
사 내 : 예. 고등학교 때부터.
판동 처 : 죽은 아줌씨도 시를 썼다문서라?
사 내 : 예. 전 옆에서 구경만 하고.
판동 처 : 허문 핵꾜 댕길때부텀 하냥 셋이서 싸돌아 댕
김서 시도 쓰고 노래도 하고 그래분졌쏘?
사 내 : 예
판동 처 : 데모도 혀불고?
사 내 : 예
판동 처 : 그때 난 뭘 혔는지 시도 모르고 그저 한되면
셋이 먹고 두되면 여섯이 먹는다, 장맛은 정성
맛,짠지맛은 젓갈 맛,소금은 요때 넣고 간장은
요때 넣어라.부엌떼기 수업만 죽신나게 받았지
라우.지가 육남매 중 막낸디 나머지는 싹쑤가
다들 좋아 대학까장 마쳤지만 지는 어려서 부텀
달리는 기차에 골통을 받힌년마냥 일 더하기
이...엥? 삼 빼기 삼 엥? 이랬능갑소. 하루는
아부지가 판도이 헌티 시집 가분져라: 싫어라
우: 왜?: 옆집 귀례씨가 좋아라우: 갸는 점
순이허고 혼사 야그가 오가는디?: 둘이 헌 야
그가 있어라우.: 어허: 싫어라우: 잔솔빼기
허들말고 판동이 헌티 가분져부라 알아들어?:
그려도 귀례씨가 좋아라우: 어허 저런 싸가지
없는 년 봐라이 앞으로 아부지 헌티 한번만 더
앙알 대면 저 꼬챙이로 마빡을 콱 쪼사부러잉:
야: 흠흠 징한 것이로고: 마빡을 두서번이고
쪼시는 한이 있더라도 또박뽀박 우겼어야 혔는
디 안쪼사 부릴 양반도 아니시고
사 내 : 친정이 목포 갑부였다지요.
판동 처 : 야 데모 주동자로 몰려 도망 왔소안 우리집 장
끼 만지던 그 일을 살살 꼬득여 쫌매 줬지라우.
넘들도 이상한가부요.사장 남편과 무식쟁이 부
인이 서로 매찌가 잘 안된다 그것이지요이.
사 내 : 살아보니 어때요?
판동 처 : 물과 기름이지라우 왜,배운것들은 한꺼풀 입히
고 한 자락씩들 깔고 야글 허들 ㅇ는갑소안?똥
쌌냐?: 소리를 흠흠 손 ㄸ아라:, 배고프다:
허면 될 것을 시방 몇신고?:,사랑하오: 직접
말 허면 될 것을 자꾸 자꾸 내 인생을 맡기고
싶당께라우:......속으로 속으로 ㅆ을 년 뒈질
년 소릴맨날 듣고 산다요.얼라? 웨메 웨메 이
정신 좀 봐라이. 갈 시간이 폴쎄 넘었고만은
(보따리를 챙긴다)
사 내 : 가시게요?
판동 처 : 예 이 잡것은 그저 어디 않기만 허면 있는 주
접 없는 주접 다 늘어 놓는 당께라우. 이해 허
시쇼야. 그랑께 닭대가리라고 놀려 묵들 않소
안.
사 내 : 무슨 말씀을.
판동 처 : 그나 저나 재규씨도 어여어여 좋은 샥씨 만나
새 장가를 가얄텐디 그저 집에는 훈기가 있어야
된다고들 안 허요. 죽은 아줌씨도 마음이 안 놓
일것이요. 그저 여자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지
서방 뜨슨밥 잡수는 걸 최고로 삼은께라. 자.가
볼께라우.(가려다 말고)이상허지라우?
사 내 : 뭐가요?
판동 처 : 혀도 되는지 모르겄소만은 지가 지 남편 지갑
을 생전 가도 보는 일이 없는디,하루는 봉께로
죽은 아줌씨 사진이 주민쯩 꽂는 칸에 떡 있더
란 말이요.이사허지라우?
부분 암전. 최 판동의 처,퇴장한다.사내,무대
가운데로 나오며
사 내 : 서막은 끝났더라.
미열로 가슴 졸이던 첫 만남의 아슬함은 가을
둔덕 양지 바른 터에 평온히 잠들고 나는 탐색
기를 마친 권투선수마냥 활기찬 비상을 꿈꿔야
한다.
사이
사 내 : 여보! 내 꿈도 있었지. 나를 닮은 자식을 낳아
좋은 아빠가 되는 거. 그 녀석과 함께 이쪽저쪽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구경도 시겨
주고. 내가 못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다 주었을
거야. 하지만 그꿈은 포기했지. 당신이 그 엄청
난 고통을 치렀는데 어떻게 또 아기를 낳으라고
할수 있겠어. 그저 출소하면 당신의 응어리들을
풀어주며 당신과 함께 오손도손 살리라 생각했
었지. 도대체 최판동과는 어떻게 된 거야?
처 : (등장하며) 잊어버리세요.
사 내 : 허허 이 사람 참.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나?
처 : 용서하세요.
사 내 : 오늘 방 청소를 깨끗이 했어. 내마음속도 함
께. 예전의 나를 찾고 싶어서. 원상복구가 잘
안돼.
처 : 의지대로 행동하세요.
사 내 : 여기 어떤 사내가 있어. 한 여자를 뒈지게 사
랑했는데 어이없이 실연을 당했지. 몇 년 걸려
그 상처를 씻어냈어. 어느 날 다른 사랑이 찾아
왔다. 냉큼 움켜쥘 수 있겠나? 어렵겠지. 이젠
사랑하기가 두려워지는 거야.
처 : 사랑이 드러내는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해가 뜨면 자연히 그림자는 생기는 거예요.
사 내 : 당신이 떠나고 난 뒤, 난 이런 결심을 했어.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자. 내 행복을 위해
이기적인 놈이 되어선 아니 된다.
처 : 자학하지 말아요.
사 내 : 그렇지 않아. 당신을 그토록 원망하고 증오하
지 않았더라도 지금 내가 경숙일 놓고 이렇게
갈팡질팡하진 않을 거야. 난 정말 당신네들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니까.
처 : 모르겠어요. 그 사건이 우릴 멀어지게 했을지
도.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불구뎅이든 어디든
그냥 날 내던지고 싶었어요. 아차 싶었을때 임
때가 늦었구요.
사 내 : 몽짜를 죽인 죄값이 옥살이에서 끝나지않고 당
신 한테까지 이렇게 질기게 받아야 되는 건
가...... 이런식으로도 생각해 받어.
처 : 죄송해요. 살다보면 이성이나 상식이 아닌 줄
알면서도 빠져 들때가 있나봐요.
사 내 : 이해는 되지만 용납은 안돼.
처 : 나도 그래요.
사 내 : 쉽게 말하지마. 난 지금까지 그 긴긴 날을 약
오르고 분한 마음에 밤잠을 설쳐왔어. 성이 덜
풀린 싸움꾼마냥 적개심을 불태워 왔다구. 이
놈 배신자고 저 놈은 화냥년이다.
처 : 당신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난 할 말없어
요.
난 죄인이예요
사 내 : 너희들은 인간 쓰레기들이야. 내가 가장 곤경
에 처해 있을때 날 배신한 년놈들이라고.
처 : 알아요 충분히 알아요.
사 내 : 알긴 뭘 알아. 당신이 내게 준 상처가 얼마나
컸고 그걸 이겨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
요 했는데. 남들이 편한하게 학교를 다닐 때도
난, 신문배달 우유배달 구두닦이 막노동을 해야
했다. 가는 곳마다 얼핏하면 의심받고 쫓겨나고
얻어맞고 도망다니면서도 마음속으로 뭐라고 다
짐했는 줄 알아. 삐뚤어지지 말자.삐뚤어지지
말자: 한 마디였어. 그래서 어렵게 대학공부도
마쳤고 직장도 이 보금자리도 얻었던거야. 이
젠 사람답게 사는가 싶었지. 근데 어떤 미친년
이 나타나 단숨에 날려보낸거야. 바르게 살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건마는 그 미친년은 , 삐뚤게
삐뚤어지게 살라고, 날 사지로 몰았다니까.
처 : 그래요. 당신은 잡초예요. 그동안 무수히 밟혀
왔어요. 나도 짓밟았구요. 지금도 또 밟힐까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사 내 : 그래 당신이 날 짓밟았어. 당신들이 날 이렇게
망가뜨려 놓았고. 그런데 지금에 와선 짓밟은
거와 다시 일어서는 것은 별개다?
처 : 아암 별개죠.
사 내 : 밟혔기 때문에 못 일어나는데도?
처 : 여보. 쥐탓이 아니에요.
사 내 : 쥐구멍 탓이다? 쥐구멍을 안 메운 내 탓이다?
결혼을 잘못한 내 탓이다?
처 : 여보. 나를 여기에 불러낸 이유가 뭐예요. 나
를 비난하기위해선가요? 왜 자꾸 가른 구실을
대세요. 당신이 그 결혼을 꺼리는 이유가 뭐예
요. 왜죠? 날 사랑해서? 그건 아니겠죠. 증오
심으로 꽉 차 있으니까. 아니면 나한데 미안해
서? 그럴 수도 있겠죠. 경숙이와 결혼해서 굉
장이 행복하게 살게 된다면 나한테 미안하겠
죠. 오히려 내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할 날
이 올지도 모르겠죠. 히지만 그건 미래의 몫이
니까 언급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럼 경숙이하
테 또 밟힐까봐? 그것도 아니겠죠.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나와 최판동이처럼 살기는
싫다? 왜 당신이 우리처럼 살아요. 다른데. 그
럼 뭘까요? 당신이 가장두려워하는 게. 혹시
경숙이가 또 몽짜를 낳을까봐? 이건가요? 안
하겠다는 이유가 뭐예요? 괜히 증오 운운하면
서 내 핑계대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위해 증오타령 배신타령만
하고 있어요. 일종의 피해의식이죠.
사 내 : *******
처 : (다정하게) 여보, 당신 이런 습관 있는 거 알
아요?
사 내 : ********?
처 : 당신은 대문을 나갈때 꼭 왼발부터 나가더라구
요. 하루도 빠짐없이. 이젠 오른발부터 나가봐
요.당신의 피해의식은 그 차이예요.
처가 퇴장한다.
서성인다.
물도 마시고 음악도 틀었다가 끄고 술을 마실까
하다가 말고 담배를 피워문다.
잠시후
무슨 결심이 선 듯 담배불을 끈다.
죄수복울 입는다.
심호흡을 하면 조명이 바뀐다.
재판 장면.
검 사 : 피고 황재규.
사 내 : 예
검 사 : 피고인이 영아를 살해한 것은 1983년 12월 28
일 새벽 두시였죠?
사 내 : 예
검 사 : 갑작스런 충동우로 죽였나요?
사 내 : 아닙니다.
검 사 : 사전 계획이 있었군요.
사 내 : 예
검 사 : 언제 살해를 계획했죠?
사 내 : 아기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올 때부터였읍니
다.
검 사 : 해외 입양아로 내정되어 있었다는데 왜 퇴원시
켰읍니까?
사 내 : 싫었읍니다.
검 사 : 어떤 점이?
사 내 : 아기를 남에게 넘기기 싫었읍니다.
검 사 : 그래서 스스로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사 내 : 예.
검 사 : 살해하기 전에 의식을 치렀다고 했는데 이유가
뭡니까?
사 내 : 아내가 카톨릭 신자입니다.
검 사 : 아내와 공모했읍니까?
사 내 : 아닙니다. 아내는 친정에 가 있었읍니다.
검 사 : 갓난애를 집에 놓아두고 친정에 갔다. 왜죠/
사 내 : 몸이 아파 쉬라고 제가 보냈읍니다.
검 사 : 어떻게 죽였읍니까?
사 내 : ....목을 졸랐읍니다.
검 사 : 손으로?
사 내 : 예
검 사 : 어떤 기분니었죠?
사 내 : 잘....생각이 안 납니다.
검 사 : 흥분되어 있었겠죠.
사 내 : ...(어떻게 대답해야 몰라 망설인다.)
검 사 : 비정상적인 감정 상태였죠?
사 내 : ......그랬던것 같읍니다.
검 사 :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읍니까?
사 내 : 아뇨.
검 사 : 그날은 피고의 서른 한 번째 생일이었죠?
사 내 : 예
검 사 : 무슨 이유라도 있었나요?
사 내 : 없었읍니다. 전 그날이 제 생일인 줄 구속된
뒤에 알았읍니다.
검 사 : 꽃바구니는 어디서 장만했읍니까?
사 내 : .....직접 만들었읍니다.
검 사 : 언제 만들었읍니까? 살해하기 전이었나요, 후
였나요?
사 내 : 후였읍니다.
검 사 : 왜 만들었죠?
사 내 : 아기를 위해서였요.
검 사 : 자신의 친자식을 죽이고 나서 그런 여유가 생
기던가요?
사 내 : .........
검 사 : 왜 죽엮읍니까?
사 내 :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검 사 : 사랑이라고 했읍니까?
사 내 : 예.
검 사 : 피고는 충남 부여 출생이죠?
사 내 : 예.
검 사 : 여섯 살 때 화재로 부모형제를 잃고 경남 진해
에 소재한 소망고아원에서 자랐죠?
사 내 : 예
검 사 : 부모 밑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보통사람과는
다른 비정상적인 삶이었죠?
사 내 : ..그렇 ..다고 할 수 있읍니다.
검 사 : 자신의 운명을 저주래 본적이 있읍니가?
사 내 : 없읍니다. 저는 어떻게든 바르게 살아보려
고.......
검 사 : 됐읍니다. 어찌됐든 피고인 은 보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고아로 자란 사실을 인정하
죠?
사 내 : 예.
검 사 : 자신의 첫 아들인 영아를 자신의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게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지금도 주
장합니까?
사 내 : ......예.
검 사 : 피고는 천륜이 뭔지 압니까?
사 내 : 압니다.
검 사 : (자리에서 일어난다) ㅍ고인은 천륜을 비웃기
라도 하는 양 영아를 살해하는 끔찍한 상황에
서도 죽음의 제전을 거행하고 시체를 꼿바구니
에 넣어 강물에 듸웠습니다. 살해의 의미를 축
소시키고 자기 합리화를 통해 죽음의 미화를
의도한 자가 당착적 벙행이며, 고아라는 비정
상적 삶속에서 쌓여진 강열한 파괴본능으로 직
계비속의 목을 거침없이 조른 잔인하고 흉악한
살인인 것입니다. 본 검사는 ㅍ고인의 자식이
기형아였다는 점과 자수를 했다는 정상참작에
도 불구하고,
첫째 살인한 의지나 죽여야 된다는 강박관염의
흥분상태가 지속됐다는 점,
둘째 만용과 저주로서 인간세계의 가치질서를
파괴했다는 점,
셋째 생명 경시 풍조가 팽패해가는 세태에 경
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확고한 법의 체계를
세워야 된다는 점에서 주목,
피고 황재규를 형법 251조 영아살해죄 및 형법
161조 사체은닉죄를 적용하여 징역 7년을 구형
합니다. (퇴장)
사 내 : (죄수복을 벗으며) 재판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
갔지요.마치 갑이 을을 총으로 솨서 죽였다면
죽인 이유가 가장 중요할 턴데도 재판은 그렇지
가 않았습니다. 어던 옷을 입고, 쏘기 전에 무
엇을 먹었으며, 한 발을 쏘았는가 두세 발을 쏘
았는가, 쏜 다음의 자세는 어떠했으며 그 후론
어떤 옷으로 갈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짰
는가, 총을 쏜 자는 고아 였는가 아니었는가.
전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변호사 : 이 사진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전 이사진을
보면서 변호사가 아닌, 아이를 기르고 있는 한
여자의 입장에서 제가 이런 아이를 낳았을 때
를 상상해 봤읍니다. 저 역시도, 피고인과 같
은 행동을 한 끝에 이 피고인석에 서게되고 말
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담당 검사는 본 사
건을 인간의 가치체계를 뒤흔든 잔악한 범행이
라 규정지었습니다. 또한 제 삼자가 볼때에는
어찌됐든 기영아의 출생은 피고인의 책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키워야만 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죽이는 것은 살인이고 살인을 피
하기 위해서라도 죽을 때까지 키워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삼사 년만 꾹
참고 키우다 보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를 왜 성
급하게 죄를 만들었는가도 생각할 수 있습니
다. ㅍ고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더 잔인
한 예비살인 일 뿐 용서 받을수 없는 죄악 이
라고그렀습니다. 이아이의 입장에서 볼때 그건
더 무서운 죄악입니다. ㅍ고인은 아기의 인생
을 더 걱정했던 것입니다. 하루종일 방안에 틀
어 박혀 거울이라는 거울은 모두 박살내버릴
자식의 처참한 인생이 불쌍했던 것입니다.따라
서 ㅍ고인은 가장 어려운 용단을 시도한 것입
니다. 그래서 ㅍ고인은 성경도 읽었고 찬송가
도 부를수 있었고 곱게 곱게 꽃바구니에 태워
침뱉을 사람이 없는 강 넘어 아득한 곳으로 보
냈던 것입니다.......누구에게나 올바른 길을
가려다가 뜻대로 되지않는 경우가 있습니다.그
때는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피고인이 다시 시
작할 수 있도록 관대한 처벌을 내려주시기 바
랍니다.(퇴장)
사 내 : 살아보면 묘하더라구요. 그땐 그게 아니였는
데.지금 생각하면 그렇구나 하는게 있구요. 또
어떤 건 그땐 그랬었는 지금은 아닌게 있구요.
정인수란 친구가 있엇어요, 제가 학교 선생할
때 같이 근무했던 수학선생이었는데 뇌 종량으
로 죽습니다. 부인이간병이대단했죠 임신한 몸
으로 약해대랴, 수발들랴, ㅅ림하랴, 틈만나면
교회에서 기도하랴.벽제화장터에서 태웁니다 그
때도 얘낳아 잘 기르겠다면서 다짐 다짐하더라
고요. 서너달 쯤지났을겁니다 하루는 학교 선생
들하고 당구를 치고 있는데 체육선생이 들어오
면서 야! 정인수 처 말이야, 얘 띠고 시집간
데:이래요. 그러니까 이쪽저쪽에서 이년 저년
합쳐소 쌍년,그러면 그렇지 지가 무슨 열여라
고 얘 낳아 잘길러 애라 이 잡년아, 새 놈씨 만
나거든 바람이나 피말거라:말들이 많이 나왔을
거 아닙니까. 얼마 뒤에 우연히 그 여자와마주
쳤어요 종로 거리를 저는 가고 정인수처는 이리
오고, 잠깐 애기 좀하재요. 다방에 들어갔습니
다.대뜸 절 미워하시죠: 그래소 르렇다고 했죠
한참을 울먹입띠다 다른 손님들이 쳐다보고 앞
여잘 먹고 차버린 불한당처럼 저를 보았을겁니
다. 비웃지 말래요 당신네들이 뭘아녀요. 남편
이 죽자 시어닌 하나둘씩 남편몫의 재산을 뺏아
갔다. 주위에선 저것이 과연 일생 동안 수절할
수 있을까 호기심으로 지켜보고, 이기적인지 비
약인지 몰라도 난 거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누
가뭐래도 난 죽은 남편을 사랑한다 하지만 내
자신도 사랑하고싶다. 내 결심의 잘못이 있을지
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신들의 편안한 잣대로 재
서야 되겠느냐. 남편없이 두어달을 사는 동안
난 그 잔상들과 싸워야 했다. 두어달이 십년과
도 같았다.밥을 먹다보면 배시식 웃으면서다가
와,이거 먹어 이거먹어 어이 내남편이 죽었는
데... 하고보면 없고 남편품에 안겨 잠을 자다
가 어이 내 남편은 죽었는데...하고 보면 떠 없
고 보이진 않고 잡히진 않고 그래도 잔상은 살
아있어 늘 내곁에 있고,매일마다 남편사랑을확
인하고 정신차려 생각하면 아닌거고 그 괴로움
속에 내가 지금 새 삶을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다.
사이
그때는 그 여자의 말이 별로 와 닿지 않았어
요, 한많은 사람 한 맺힌애 기려니...... 그랬
지요 요쯤들어 그 여자 에길 꼼꼼히 생각해 봅
니다. 이런 게 떠올라요
낙상맵니다.낙상매란 말그대로 낙상한 매라는
것인데 매의 에미는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날
아야 할때쯤 되면 먹이를 일부러 공중에서 떨
어뜨린답니다. 둥지가 여기라면 옆으로 이렇게
비켜가게끔.그럼 새끼들 중 용감한 것은 받아
먹으면서 날게 되고 겁먹은 것은 굶어 죽게되
고...... 자연 도태죠. 그런데 문제는 받아 먹
느라고 둥지를 빠져 나왔다가 미쳐 못날아서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녀석들이 많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첫 날개짓이니까요. 대부분 죽죠. 그
런데 그렇게 곤두박질친 것들 중에서 기적적으
로 살아남는 녀석이 있답니다. 깨지고 부러지
고 망가지고 도저히 살수가 없는데도 질긴 생
명력으로 다시 비상하는 놈이 있다는 거죠. 이
런 놈을 낙상매라고 부릅니다.에미는 이 낙상
매를 더욱 사랑한 대요. 질기고 사나운 조상의
얼을 물려 받았다 이거죠. 인생을 사노라면 한
번쯤 안 떨어질 순 없거든요. 그래요...... 상
처는 이미 난거야. 그 상처를 스스로 아물게
하고 다시 날아보겠다는데......
이때 처가 등장한다.
처 : 뜨거운 눈물을 길어올리는
나의 어부를 생각합니다.
당신은 섬에서 외쳐 부르나
내 음성은 작아서 그 곳까지 닿을 수가 없어
요.
하염없이
물결치는 방죽에 앉아
당신이 헤엄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함께 흘러갈 그 무엇을 찾기까지
꽃이 지고 눈 내리는 세월마저도
잊으려 해요.
처가 퇴장하면
사 내 : 해운대로 신혼여행을 갓을 때 바다를 보며
처가 슨 거죠.헤엄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
다......: 지금은 흘러흘러 서낭당 죽은 고목
묻어버린 옛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사내, 전축있는 데로 가서 음악을 튼다.
잔잔한 가락이 갈린다.
서성인다.
그 서성임에 박자가 있다.
이윽고
사 내 : 예수가 길을 가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
경인 자가 보였다. 제자가 물었다.저건 누구의
죕니까. 자기 죕니까, 부모의 죕니까. 예수가
말했다.누구의 죄도 아니다. 하나님의 권능을
드러내기 위함이다.......그때의 권능이란 무엇
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바로 일그러지고 찌그러
지고 부패하고 썩어문드러진 것을, 평등하게 보
고 아름답게 보고, 그 안에도 진리가 있음을 보
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가요. 그래요. 우리가
이 험난한 세상 속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암
담함 속에서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
아닙니까. (전화를 건다) 경숙이냐? 이 음악 좋
다 야.
막이 내린다.
제목: 마술가게
페이지: F01
마술가게
作(작)/이상범
演出(연출)/박광정
페이지: 001
마술가게
<등장인물>
가 (40대 후반. 도둑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
나 (18세. 도둑 초년생)
다 (30대 초반의 도둑)
그 외에 마네킨 역의 몇 사람
<무대>
'마술가게'라는 이름의 고급 의상실. 무대 좌측으로 객석 쪽을 향해 대형거울이 비스듬이 설치되어
있고 무대 옆과 뒤쪽으로는 여러개의 마네킨들이 각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특히 한쪽 코너에는 특수
맞춤으로 보이는 점문직 유니폼을 입은 마네킨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울 뒤는 옷 창고가 되며 탈의실로
이용된다. 마네킨들 뒤로 선반이 설치되어 옷과 장식물이 정리되어 있다. 무대 좌측 전면에는 손님
접대용 장식장이 자리를 잡았고 그 옆에 오디오가 그리고 무대 중앙에는 소파와 탁자가 놓여있다. 탁자
위에는 전화기가 있다. 무대 뒷벽에 시계가 걸려있다. 출입구는 거울과 장식장 사이 그리고 우측
전면에 있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듯 하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의상실이다.
(막이 오르면 어두운 가게 안은 조용하다. 마네킨들이 어슴프레 자취를 드러낼 정도의 밝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네킨들이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인 것이다. 그들은 밤은 자신들이 세계인
냥 자유로이 행동하며 즐긴다. 거울도 보며 손톱도 만지며 다른 마네킨에 인사도 하며)
1: 아이구 다리야! 얘, 자니?
2: 응, 잔다.
1: 오늘 옷을 네번이나 갈아입었더니 피곤해 죽겠어! 미니스커트 길이가 왜 이리 짧아지냐?
속보일까봐 다리꼬고 있느라 혼났어. 이리와!
2: 넌 잠도 없니?
1: 넌 오늘 몇벌이나 갈아입엇어?
2: 한번!
1: 좋겠다! 나나 왜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가지고 내가 입은 옷은 빨리 사가는지 몰라. 오늘 내가
입은 옷값만 해도 4,369,900원이야!
페이지: 002
2: 난 586,400원 짜리 일주일 째다.
1: 넌 싼 옷만 입고 있으니까 옷을 자주 못갈아 입지.
2: 야, 내가 입고 싶어서 입냐? 날 만든 놈이 다리를 길게 해놔야 하는건데 허리를 길게 해놔서
그렇지. 나도 벗겨놓으면 괜챦은데---난 수영복 매장으로 갔으면 좋겠어!
1: 난 아주 밖으로 나가고 싶어. 유리 밖 세상은 재미 있을 것 같아!
2: 그래, 손임들 보면 다들 행복해 보이쟎아. 세상은 너무 재미있나봐!
1: 우리 밖으로 나가볼까?
2: 안돼! 해가뜨면 우린 움직일 수 없쟎아?
1: 밤에 나가면 돼쟎아?
2: 그럴까!
1: (문 여닫는 소리를 눈치채고) 누구지?
2: 주인 아저씬가? 이시간에 무슨 일일까?
1: 글쎄? 다 놀았았나보다. 자리로 돌아가자!
(가'가'가 슬그머니 들어선다. 한번 돌아 보고는 불을 찾아 이 등 저 등 켜보는 게 마치 실내등
점검이라도 하는 듯 하다. 은은한 조명을 연출해 놓고는 맘에 든 듯 하다. 손에는 가죽장갑을 꼈다.
그는 시계를 보기도 하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기도 하고, 술을 찾아 마시기도 한다. 오디오
음악을 틀기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리도 한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찾는 시선을 늦추지 않는다
전화기를 발견하고는 다이얼을 돌린다)
가: ---당신아야.---그럼 먹었지 지금이 몇신데--- 그래 치과엔 다녀왔어?---괜챦테?---뭐?아니
이빨 하나 뽑는데 그렇게 비싸? 팬티 한장에 기십만원을 달래지 안나---하여간 요즘 세상 도둑 아닌
놈들 없다니까!---그래 알았어--무스탕?---알았다니까. 밖에서 일하는 사람 그렇게 들복는 것
아니래두---일 끝나는 대루 곧장 들어갈께---(술 한잔 들고) 술 끊었대두 그래---알았어. 요즘 도둑들
설쳐대니까 문단속 잘하고---(전화 끊는다. 다시 일어나 가게를 둘러본다. 서두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시찰하는 듯이. 마네킨의 자세를 교정시켜 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순간 순간 이것 저것 들춰보기도
한다. 이때 무슨 소리가 들린 듯 동작을 멈추고 촉각을 세운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불을 끄고 거울 뒤
의상실로 몸을 피한다.)
(곧 정적 가운데 불빛 하나가 들어온다.'나' 의 불빛이다. 그 불빛은 객석과 무대를 정신없이
휘져으며 다가온다. 마네킨을 보고 놀라 주춤하며 동작을 멈추기도 하고, 관객을 보고 놀라다가
속았다는 듯 욕을 내뱉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그는 이것저것 마져보고 열어보고
옷을 챙겨넣기도 하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움직이는 도중 마네킨의 얼굴에 빛이 정면으로 닿으면 또
욕을 하고. 이때 숨어서 지켜보던'가'가 갑자기 손전등을 켜'나'의 얼굴을 쓴다. '나'는 놀라며'가'가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느라 욕설과 비명이 엊갈린다.'나'가 칼을 뽑아들고 제법 거칠게 저항하는
듯 하나'가'를 당해내지는 못한다)
가: 대가리 박어!---허튼수작 하면 그땐 죽어.
페이지: 003
나: (시키는 대로)
가: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켠다. 마네킨들이 선명하게 자세를 드러낸다.
나: (일어서며) 잘못했어요.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가: 누가 머리들라고 했어?
나: (시키는 대로)
가: (머리에 쓴 스타킹을 벗겨내며) 이거 꼬마네! 호적에 잉크도 안마른 새끼가 벌써부터 남의
물건이나 털러다녀?
나: 잘못했어요. 훔친건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이예요.
가: 주둥이 닥쳐! 잔대가리 굴릴 생각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 까불면 죽는 줄 알어!
나: (일어선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짓 않을께요.
가: 잔소리 말고 훔친 거나 풀어!
나: 아무것도---
가: 맞고 시작할래.
나: (마네킨 옆에서 가방을 들고 온다)
가: 쏟아!
나: (쏟으면 옷이 나온다)
가: 또!
나: 전붑니다.
가: 날 허수아비로 알아? 주머니 까봐!
나: (시기는 대로 하지만 동전 몇개에 잡스런 쓰레기 뿐이다)
가: 너 이름이 뭐야?
나: ------
가: 좋게 말로할 때 바른대로 대!
나: 영웅. 오 영웅---
가: 영 웅! 이름하난 제법 근사하군! 너 어디 살어?
나: 저기요---
가: 저기, 어디?
나: ------
가: 몇살이야?
나: 스물둘이요.
가: 생긴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그래 스물둘 밖에 안쳐먹은 놈이 할 짓이 없어서 벌써부터
도둑질을 해!
가: 너 전에도 여기 떨었지?
나: 아녜요. 이런 일 오능 처음이예요.
가: 아다라시? 오늘로 처녀 생활도 끝장이니 안됐군.
나: 다시는 이런짓 않을테니---
가: (구슬리듯) 좋아. 솔직하게만 나온다면 봐 주겠어. 누구냐? 너에게 이런일 시키는 놈이?
나: ------
가: 이 옷들 가져다 주면 얼마나 받어?
나: 내가 입을꺼예요.
가: 네가 입어? 여자 옷을 네가 입어? 너 게이냐?
페이지: 004
나: 예?
가: 이거 닳코 닳은 새끼가 쌩짜 흉내를 내고 지랄이네 너 솔직히 얘기해! 어디서 놀았어? 어떤
패거리야? 미아리 장미? 청량리 밤이슬? 아니면 개포동 독수리야?
나: 난 그런 것 몰라요!
가: 너 불나비 알아?
나: 뭐요?
가: 불나비 아냐고?
나: 모르는데요---
가: 불나비도 몰라? 그렇게 의리있는 척 해봐야 피보는 건 너뿐이야. 말로할대 순순히 불라구!
나: (계속 침묵이다)
가: 좋아! 어디 버텨보라구. 그 옷들 집어 넣어!
나: (시키는 대로 옷을 가방에 주섬주섬 담는 동안 '가'는 주위를 둘러본다) 금고가 어디있지?
나: ------
가: 야, 금고 찾아봐!
나: ---왜요?
가: 너 돈 찾으러 온 놈 아냐?
나: ---아저씨 누구세요?
가: 그건 알아서 뭐해? 일하러 왔으면 일이나 해!
나: 주인 아녜요!
가: 내가 너한테 언제 주인이라고 했어?
나: 아저씨도--?!(알겠다는 듯 긴장을 푼다. 태도를 바꾸어) 이래도 돼요? 날 때렸어요!
가: 이 자식이. 맞은게 억울해? 주인이 아니라 섭섭하다 이거야? 좋아 억울하다면 주인 불러주지.
(수화기를 든다)
나: (말리며) 어허 이러지 마세요.
가: 자 일부터 끝내자구.(찾는다) 있어야 할 곳에 없어. 어제까지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나: 뭐가요?
가: 돈. 금고 말야.
나: 아저씨도 그 것 때문에 온거예요?
가: 그럼 너 만나러 왔겠냐? 잘 찾아봐! 요즘은 세상이 너무 의심이 많아. 금고 위치도 시간 마다
바뀐다니까!
나: (찾아 낸다) 여기 있어요.
가: (다가오며) 열어 봐!
나: 안열리는데요.
가: 그림의 떡이군. 코 앞에 먹을 것을 가져다 줘도 헛거네! 그러면서 이 사업을 하시겠다고?
나: 열어봐요.
가: (손을 대며) 전문실력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먹고 사는 세상이야. (열린다) 우! 큰 거 낚았군!
역시 일요일은 밤이 좋아!
페이지: 005
나: 와!(집으려 한다)
가: (막으며) 왜이래?
나: 왜요? 혼자 먹겠다는 거예요? 내가 찾았는데요.
가: 백번 찾으면 뭘해? 내가 열었어.
나: 찾은 사람이 임자죠.
가: 연 사람이 주인이야.
나: (금고를 덮치며) 내꺼예요.
가: ('나'를 걷어차며) 저리 비켜 이자식아!
나: 좋아요. 그럼 공평하게 반씩 나누기로 하죠. 그 이상은 양보 못해요
가: 양보? 주인 행세하시네. 어림없는 소리 하지마!
나: 그렇다면 별 수 없죠. (전화기를 집어든다)
가: 뭐하는 짓이야?
나: 이왕 안된다면 같이 망하자구요.
가: (말리며) 야야! 미련한 짓 하지 말고 대화로 풀어.
나: 같은 사업 하는 사람끼리 이러지 마세요.
가: 너 우리 세계의 분배 법칙을 알기나 해?
나: ---난 그런데 관심 없어요.
가: 무식이 무기로군! 이걸 그냥 학교로 보낸 버렸어야 했는데---내가 생각해서 줄테니까 억지스지
마!(몇장 넘겨준다)
나: (어이 없다는 듯) 껌값 줍니까? 내가 애로 보여요?( 손 내민다)
가: 요즘 애들 무섭니다까!(몇장 더 주며) 더 이상 흥정하려 들지마! 상도덕상 도리에 어긋나는
짓이라구.
나: 에이 정말---
가: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좋아 덤벼봐, 덤비라구!
('나'는 칼을 빼들고 찌를 듯이 노려보고'가'는 방어 자세다.)
1: 재들 왜 저러니? 자기들 돈도 아니면서---누구 한명 다치겠는덴!
2: 돈 보고 환장하지 않는 놈 없는 거야! 그런데 이런 경우 누가 임자지?
1: 그야 연 사람이 임자지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 있어봐야 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있냐?
2: 찾아야 열지?
1: 백번 찾으면 뭐하나?
2: 있어야 열지!
1: 자기들 돈도 아닌데 잘 나눠 갖지. 사람들 참 이상해!
가: (돈 뭉치에서 세장을 세어 바닥에 던진다)
나: (돈을 보고는 양에 안차는 듯'가'를 노려본다. 그러나 천천히 돈을 줍는다. 불만 섞인 어조로)
안갈꺼예요?
가: 볼일이 끝났으면 가라!
나: 그럼 먼저 가죠.
가: 그래 먼저 나가. 너 딴 생각하는 것 아니지?
나: 그럼 수고하세요.(나가려다) 가방 가져가도 되죠?
가: 가져 가!
나: (들고 나간다)
가: 잠깐만!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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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요?
가: 생각해 보니까 내가 돈을 좀 적게 준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