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왜이리 빡빡한지 잠시 틈은 있는데 그 틈을 적절하게 활용못하는 내가 바보인가 보다.
기분좋게 제주도에 다녀온지가 어언 2주가 다 되어간다. 그날의 감흥은 시간이 지남에 차츰차츰 아련해지만 그래도 마음속 한구석엔 짜릿함이...
전남 장흥! 오렌지호가 있는 곳이다. 새벽잠 설쳐 달려간 그곳엔 나보다 더 부지런한 님들로 북적거렸다. 처음 30여분은 그런데로 가는가 싶었는데 이게 왠걸 앞뒤좌우로 흔들어 대는데 도통 정신을 차릴수 없다. 가엾은 병화와 민준이는 얼굴이 허옇게 떳다. 이렇게 2시간여 정신을 놓고 있으니 기운찬 뱃고동소리가 성산포항 도착을 알렸다.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을 가고 싶었으나 민준이가 못간다고 으름장을 놔 그냥 바로 옆 섭지코지로 갔다 세찬 바람에 파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세상을 삼켜버릴 기세지가 그것은 허세였다. 신이 허용한 그만큼만 왔다가 속절없이 밀려갔다. 섭지코지 한바퀴 횡하고 도니 좋긴 좋았다. 하지만 포도청이 나를 괴롭혔다. 제주 동문재래시장에서 순대국밥을 먹었는데 원열성 제주도에서 이걸 먹을줄은 꿈에도 몰랐다나...
동문재래시장!
있는 것은 다 있었고 없는 것은 바로 옆 이마트에 다 있었다. 광어와 전복을 먹고싶은 양보다 좀 적게 사고 이마트에서 애들 간식거리 저렴하면서도 양 것 사서 야영하기 위해 삼무야영장에 갔다.
삼무야영장!
덩그러니 건물만 있고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없는 건 마찮가지 그래서 아주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12살 먹은 텐트를 꺼내 설치하려고 하는데 어라! 폴대가 없다. 찜질방이라도 갈까? 허나 창조적 인간인지라 어찌어찌 구색을 갖쳐 텐트를 쳤는데 그럴싸하다. 전복죽으로 애들 입 다물게 하고, 광어회로 어른들 입 다물었다.
쏘세지를 둥굴고 썰어 계란을 입혀 지지고 볶고 맛나게 아침을 먹고 귀신도 모르게 어리목탐방로로 갔다.
어리목탐방로!
도깨비도로 예전에 한번 보았을때는 그런가 했는데 이번에 직접 운전하고 체험해 보니 와우! 거참 신기하기도 하지. 어리목에 도착하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남쪽나라가 이렇게 추울수가 저 위 봉우리에는 상고대가 허엿게,..
애초 계획은 어리목에서 영실탐방안내소까지 시속 시원하게 돌려고 했는데 사제비동산에서 후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눈꽃은 맘껏 감상할수 있어 불행중 다행
한라경찰수련원!
다시금 동문재래시장에 가서 문어 한마리에 방어 2팩을 사서 한라경찰수련원에 입실했다. 순하니 순한 큰 개가 분에 넘치는 환영을 해줘 재미있었다. 20평이라 그런지 넓고 마냥 좋다. 그날 얼큰하게 취했다.
삼굼부리!, 쇠소깍!
지나가는 길에 말을 탔다. 민준이가 큰소리를 쳤지만 실재는 엄청난 겁쟁이 대신 원열성이 신나게 탔다. 삼굼부리, 안내문은 거창했고 실제로도 거창했다. 한참을 달려 달려 쇠소깍에 도착했다. 바다물이 적당하게 빠진 뱃사장에서 애들은 게를 잡는다고 정신이 없다. 원열성은 돌을 세운다. 그리고 섰다. 고도의 집중력! 그건 아닌 듯, 열심히 하니 섰다. 다른사람들이 신긴한 듯 쳐다본다. 원열성은 보통은 넘는다. 누드카누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였다. 원열성이 대표로 병화와 민준이를 태우고 쇠소깍 중심으로 설렁설렁 노를 젓는다. 한참을 돌아야 하는데 그세 왔다. 애들이 좌우로 흔들어 뒤집힐까봐 겁나서 못타겠다고 하는데 본전 생각이 절로,,,
산방산!
언젠가 산방산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역시 생각만 해야하는 산이였다. 빙둘러 보아도 오를만한 곳, 틈도 없는 듯 했다.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올랐을지도. 용바위! 원열성이 생각난다고 한다. 신혼여행때 이곳에 왔다냐...
어느덧 오렌지호에 탈 시간이 다 됐다. 서귀포시를 지나 표선면을 지났는데 원열성이 귤이라도 사가자고 한다. 그런데 없다. 그동안 도로가에 숱하게 보았던 귤장사는 다 어디로,,,
귀향!
성산포 앞 바다는 고요했다. 그리고 오는 내내 평온 그 자체였다. 밤 10시 30분에 나의 집에서 이빨 닦았다...
첫댓글 역쉬 술은 빠지지 않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