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핫한 뉴스 그리고 논쟁거리가 된 것이 바로 KBS 수신료와 관련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KBS는 태생부터 숙명적으로 동네북이 될 소지를 안고 태어났다. 사장선임은 물론이고 바로 이 수신료가 그렇다. 국민이 내는 준세금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KBS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입장에서는 왜 내가 KBS 수신료를 내야하는냐고 항의할 수도 있다. 내가 이자리에서 수신료의 당위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는 KBS 상황이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이다. 나도 그 회사에 다니며 그 수신료로 월급을 받고 살았다. 어떤때는 내가 이런 뉴스를 하면서 국민이 낸 수신료를 받아야 하나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 당시 나는 광고수입이 허락된 KBS 제2방송에 다닌다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살았다. 그렇다면 KBS 뉴스는 왜 동네북 신세속에 놓여야만 하는가. 자 내가 입사한 1981년으로 돌아가 본다.
당시 KBS는 언론 통폐합으로 인해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TBC 동양방송, DBS 동아방송, CBS 기독교방송이 KBS로 통합됐다. 전두환 군부독재에 의해 자행된 언론대학살 결과였다. 당시 KBS 보도본부에는 각 사에서 끌려오다시피한 기자들로 가득했다. 그 당시 유행어가 바로 땡전 뉴스 아니던가. 그때 집권 여당은 그 유명한 민정당이었다. 지금 국민의 힘의 아주 오래전 대선배 정당이다. 감히 어느 누구가 땡전뉴스 편집에 항의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야말로 죽을라고 빽쓰는 것이지. 그리고 언론 통폐합 과정에서 그나마 입바른 소리를 조금 하던 기자 그리고 PD들은 강제 퇴직당했다.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는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계속됐다. 아마 그당시 책정된 수신료가 지금과 같은 한달 2천5백원일 것이다.
그러다 6.10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KBS에는 결코 봄이 오지 않았다. 한국 정치도 그당시 마찬가지였지만. 노태우 정권이 들어섰지만 KBS 사장 임명 그리고 그가 단행한 KBS 핵심 인사들은 그야말로 친정권 세력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이 들어섰다. 이때도 KBS 인사만은 한결같이 친정권 일색이었다. 그리고 IMF의 한파속에 김대중 정권이 발족했다. 김대중 정권은 나름 민주화를 실현하려 했다.하지만 대단히 슬프게도 KBS 사장임명은 여전히 정권의 몫이었다. 사회적으로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색채가 매우 강했던 전 정권에 비해 김대중정권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진보성향의 사장이 임명됐다는 것이지만 정권의 입김은 여전히 KBS를 휩쓸고 있었다. 김대중정권이 들어서자 부장급 이상 국장 본부장 상당수는 사장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지금껏 진보성향의 정권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기자 피디들은 한동안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 보수에서 진보로 얼굴 표정을 바꾸려 노력했다. 당시 상당수 고위간부들은 한직으로 가거나 퇴사당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노무현정권이다. 노정권은 상당부분 앞정권들의 흔적을 지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자기 사람을 KBS사장에 앉히는 것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 임명된 KBS 사장은 전 정권들이 심어놓은 KBS 핵심간부들을 쏙아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엄청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그 조직개편이 성공적이였느냐 여부를 논하지않겠다. 그런 분위기에서 뒷전으로 물러난 인물들은 와신상담 절치부심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날을 학수고대하며 버티었다. 한직으로 가 있는 동안에도 사내 게시판등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비판의 소리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주장과 흡사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받았다.
2008년 정권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진보적인 색채에서 보수적인 색채로 급이동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권은 아니나 다를까 KBS의 색채를 바꾸려 안간힘을 썼다. 당시 KBS 사장은 쫒겨났다. 결국 최근에 그런 조치가 잘못된 것으로 판결났지만. KBS 사장은 물론 본부장 국장 부장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권때 한직으로 밀려났던 인물들을 대거 기용하며 전 사장의 흔적을 송두리채 뽑으려 필사의 노력을 기울렸다. 전 사장 아래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인물들은 대거 아니 한명도 남기지 않고 한직으로 몰아냈다. 전 사장아래에서 이른바 방송민주화라는 맛을 보았던 기자 피디들이 저항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칼자루를 진 사람이 휘두르는 칼에 쓰러질 수밖에.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다. KBS는 이제 자동적으로 새 정권이 들어서면 그들의 입맛에 맞게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 당연시 돼 버렸다. 새 사장은 자신을 따랐던 인물들을 중요 요직에 앉힌 것은 물론이다. 보수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 연결됐지만 인사폭은 대폭적이었다. 어떤 정권에서 5년정도 지나면 KBS의 인물들의 흐름은 정해지기 마련이다. 진보정권 10년후 보수정권 10년 아니 박근혜정권은 탄핵으로 일년정도 미리 종말을 고했으니 9년정도가 맞겠다. 그 9년동안 이른바 진보정권에서 있었던 부장급 이상 핵심 인물들은 한직을 이리저리 흘러다니며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세월호 이후 KBS는 사내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기자와 피디 그리고 제2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조원들은 취재거부 내지는 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KBS사장들이 여러명 바뀌면서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 그리고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거센 입김은 KBS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문재인정권이 들어서자 KBS 사장도 당연히 교체됐다. 아니 이번에도 쫒겨났다. 그가 쫒겨난 것이 정당한가 여부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새로운 KBS 사장선임이 예전 정권때와 조금 달라진 것은 선임절차가 상대적으로 투명함 속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가 된 것은 물론이다. 지금 사장이 정권과 어떤 유착관계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사장 선임과정에 KBS 이사회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사회 구조자체가 여권에 무게중심이 조금 더 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새사장이 들어서자 전 정권에서 일어났던 방송패악을 발본색원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고 당시 부장급 이상은 거의 전원 한직으로 물러났다. 정권이 바뀌면 일어나는 꽤 자주 아니 5년마다 봐왔던 사항이기도 하다.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기치아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하지만 물갈이를 당한 인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제 그들은 리얼하게 깨닳았다. 5년동안 꾸준히 현 정권 그리고 현 사장체제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면 언제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괜찮은 보직 아니 묵직한 보직이 자기 손아래 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KBS가 이런 저런 지적을 많이 받는 것은 숙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생이 그런데 어떻하겠는가. 이 수신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편이라 생각하면 뭔가 인센티브를 주려고 생각한다. 수신료를 올려주는 것을 말한다. 예전 민정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에서도 당시 자신들의 편이 돼서 자신들의 입장을 충실히 들어준 KBS에 대해 수신료 인상을 해주려 계획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 지금의 민주당 전신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런데 요즘와서는 민주당은 수신료를 인상해 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 힘은 온갖 것을 동원해 저지에 나섰다. 이런 국민의 힘에 동조하는 KBS의 일파는 자신들의 조직에 @칠을 하는 아주 이상한 글들을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자신들의 편에 서고 자신들에게 예쁘게 보이면 수신료를 올려주려 하다가 정권이 바뀌고 자신들의 입맛에도 맞지 않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KBS에 대한 분풀이식으로 수신료 인상을 적극 저지하는 것이 이제 일상화된 이나라 정치풍토요, KBS의 운명이다. 그만큼 KBS를 바라보는 눈은 19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시절 아니 박정희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말이다.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어찌 그렇게 똑 같은지 모른다. KBS 수신료를 인상해야할 요인이 명확하면 인상하면 되는 것이고 올릴 이유가 박약할 때에는 올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해석으로 판단해야할 사안인가.
한때 서울 여의도에는 공중파방송이 몰려 있었다. 방송의 메카라는 소리를 여의도는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KBS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KBS 바로 옆에는 바로 국회의사당이 위치한다. 내 입사한 1981년도와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시각에도 여의도에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언젠가 KBS는 제대로 된 국민의 방송이 될 것이며 정권의 입맛에 벗어나 국민을 바라보며 운영될 것인가. 국회는 수십년동안 바뀌지 않고 그 구태의연한 작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아니 요즘은 더 영악하게 못된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동네북 신세를 면치못하는 KBS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멋지고 품위있는 방송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하기 싫은 소리 오늘도 하고 간다. 나의 시덥지 않은 소리가 현재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그리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참으로 고맙겠다.
2021년 2월 3일 입춘날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