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산하의 전기차 브랜드, 메르세데스-EQ의 EQA가 화제다. 소형 SUV GLA의 전기차 버전으로,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밑거름 삼아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WLTP 기준 주행거리는 426㎞지만, 조건이 한층 깐깐한 국내에서는 306㎞로 인증 받았다. <로드테스트>가 서울과 양양을 오가며 EQA의 실제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테스트해봤다.
글 신동빈
사진 서동현, 신동빈
EQA는 메르세데스-벤츠 산하의 전기차 브랜드 메르세데스-EQ의 막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군침 싹 도는’ 차가 됐다. 판매가격이 5,990만 원으로 정부 및 지자체 지원금 조건을 충족시킨다. 하지만 에너지효율등급에 따른 차등지급 때문에 전액을 지원받진 못한다. 서울시 기준으로 5,000만 원대 초반에 손에 넣을 수 있다. 때문에 국산 전기차 사려다 EQA로 눈돌리는 이가 적지 않다.
예상보다 짧게 나온 주행 거리가 다소 아쉽지만 직접 타본 사람 얘기는 다르다. 최근 서울~양양 왕복 420㎞를 추가 충전 없이 주행했다는 EQA 차주의 후기가 한 IT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승 직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 역시 “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부산 서면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EQA를 사면 혹시 공인 주행거리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까? <로드테스트>는 직접 강원도 양양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①서을-양양 주행거리 테스트
먼저 로드테스트 사무실이 자리한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 급속충전소에서 EQA를 100%로 충전했다. 이때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405㎞로, 공인 주행 거리보다 99㎞ 더 넉넉했다.
내비게이션으로 강원도 양양 ‘남애항’을 목적지로 약 200㎞ 주행 코스를 입력했다. 신논현역-고속터미널-한남대교 남단을 지나 올림픽 대로로 진입했고,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주행 설정은 다음과 같았다.
ACC를 100km/h에 높고 회생 제동 장치는 D--,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에 맞췄다
회생 제동 장치는 D+, D, D-, D— 등 총 4단계다. ‘D오토’ 모드를 설정하면 앞차와 간격에 따라 강도를 스스로 설정한다. 앞차가 멀리 있으면 약하게, 가까이 있으면 강하게 잡는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EQA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강한 ‘D—’로 설정했다.
회생 제동이 강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브레이크를 밟은 듯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불쾌감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발을 뗄 때 미세하게 각도 조절을 해주면 ‘D—’의 장점을 크게 누릴 수 있다. 다만, 도심보다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하 ACC)을 켤 수 있는 고속도로에서 쓰는 게 좋다. 부드러운 ACC의 가감속 덕분에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울컥거림이 없는 까닭이다.
약 2시간 30분을 달린 후 하조대 IC에서 확인한 잔여 주행가능 거리는 306㎞. 공교롭게도 공인 주행 거리와 같았다. 1차 목적지 남애항에 도착했을 때는 289㎞를 나타냈다. 남애항 주변에서 EQA 사진 몇 컷 찍고, 죽도 해수욕장과 그 인근을 돌아다니며
시장한 속을 달랬다.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 확인한 주행 가능 거리는 275㎞였다.
종착지 서울 강남역 인근에 도착하니 총 주행거리 399㎞에 주행 가능 거리는 79㎞가 남았다. 서울~양양 왕복은 물론이요, 만남의 광장에서 부산 서면까지 약 380㎞ 거리도 문제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생활 패턴에 따라서 출퇴근용 혹은 도심 주행용 세컨드 카로 쓰기에 주행거리가 문제되지 않을 듯하다. 이 정도라면 생활 패턴에 따라 한 가정에서 EQA 한 대만 운용할 수도 있겠다.
강남역 도착 직후 촬영한 계기판, 주행거리 399km, 잔여 주행 가능 거리는 72Km다
현재의 66.5kWh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얹고 보다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만큼 무게와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히터 작동이 필요한 겨울철엔 주행거리가 꽤 줄어들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비단 EQA뿐 아니라 모든 전기차의 숙명이자 아킬레스 건이다.
② ‘심쿵’하게 만드는 실내외
EQA의 길이는 4,465㎜, 너비는 1,835㎜, 높이는 1,625㎜다. 비슷한 덩치의 국산차로는 기아 셀토스가 있다. EQA가 셀토스보다 90㎜ 더 길고, 35㎜ 넓고, 20㎜ 높다. 그런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데도 휠베이스는 2,729㎜로, 셀토스보다 99mm나 길다. 메르세데스-벤츠 A 라인업이라 막연히 작다고 여겼는데, 실제로 타보니 생각 만큼 작지 않았다.
이 차가 국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다니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강남역과 양양 죽도 해수욕장 거리에서 한동안 세워놓고 관찰한 결과 EQA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의 성비는 큰 차이가 없었다.
EQA는 GLA와 몸통이 같고 앞뒤 모습이 다르다. GLA 얼굴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그릴과 크롬 장식 덕분에 스포티하고 발랄하다. 뒤에서는 미끈하게 생긴 리어램프와 양쪽으로 낸 머플러 덕분에 표정이 힘차다.
EQA는 검정색 패널과 헤드램프를 한데 묶는 EQ 패밀리룩을 집어넣었다. 주간 주행등과 리어램프 모두 좌우를 연결해 공상 과학 영화에서 볼 법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변신했다. 뒷범퍼 아래에는 차체 밑으로 흐르는 공기를 잘게 찢을 디퓨저를 심어 효율을 챙겼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화려한 실내 때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란히 놓은 디스플레이와 터빈에서 영감 얻은 송풍구로 멋 낸 실내는 EQA에서도 그대로다.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 패널 등 손 닿는 모든 곳의 촉감이 말랑말랑하고 고급스럽다. 버튼 작동 감각이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워 벤츠답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는 디자인이 깔끔하다. 센터콘솔 조작부는 쓰기 쉽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스크린을 직접 터치할 수도 있다. ‘홈’과 ‘내비게이션’, ‘미디어’와 같은 소메뉴를 기계식 버튼으로 빼 둔 덕분에 운전중 어느 버튼을 누르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가 디지털화 되면서 계기판은 실로 많은 정보를 표시한다. 그래픽 인터페이스 만드는 실력이 브랜드의 내공처럼 느껴진다. 벤츠는 이 영역에서 선두다. 현재 속도, 전기모터 작동상태 등 자주 봐야 하는 정보는 크게 띄우고, 회생 제동 강도와 드라이브 모드처럼 한 번 설정하면 잘 보지 않는 정보는 작게 표시했다. 화면 구성이 꽤 효율적이다. 스티어링 휠 버튼 역시 직관적 구성으로 따로 공부할 필요 없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크게 활성화돼 있지만 EQA 내장 내비게이션도 나름 쓸만하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고, 현 위치와 이동 경로를 따라 충전소 정보까지 안내한다.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시스템 작동 속도가 빨라 쓰기 쉽다. 카플레이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면 EQA 내비게이션을 자동 종료시켜 두 가지 안내가 섞이는 현상을 막았다.
운전 자세는 다른 도심형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야가 좋다.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가 허리를 감싸 오래 앉아 있어도 피곤하지 않다.
2열은 자세가 사뭇 다르다. 2열 바닥에 2층으로 설계한 배터리 때문에 엉덩이보다 무릎이 더 높은 곳에 있다. 마치 세단을 타는 느낌인데, SUV 기준에서 살짝 낯설 뿐 단점으로 지적할 수는 없다. 등받이 각도 조절은 안 되지만 긴 휠베이스 덕분에 넉넉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키 176㎝의 기자 몸에 앞좌석을 맞추니 주먹 2개 이상 들어갈 정도 다리 공간이 남았고 머리 공간 또한 충분했다.
아쉽게도 트렁크 사이즈는 340L로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대신 2열을 4:2:4로 나눠 접을 수 있고, 모두 접으면 공간이 1,320L까지 늘어난다.
③ 기대에 부응하는 주행 감각
EQA는 의외로 무겁다. 공차중량이 무려 1,985㎏로, 대형 SUV 현대 팰리세이드와 비슷하다. 대부분 전기차가 배터리 무게 때문에 엔진 얹은 차보다 육중하다.
2t 가까이 되는 무게가 달리는 데 부담스러울 듯하지만, EQA의 밀도 높은 차체는 벤츠의 안정된 주행기술을 만나 장점으로 승화한다. 특히 고속 코너링에서 낮은 무게중심과 전기 모터의 매끄러운 가속 질감, 벤츠 특유의 신묘한 서스펜션 움직임 덕분에 안정되면서도 날아가듯이 달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9초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1.6L 디젤 엔진에 근접하는 최대토크 375Nm(약 38.24㎏·m)를 전기 모터 작동과 동시에 뿜어 동급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보다 가속감이 화끈하다.
장거리 달릴 때 덜 피곤한 게 벤츠의 대표 장점인데, EQA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부싱과 하체 구조를 전기차에 맞게 새로 개발해 롤링과 잔진동을 최대한 억제했고, 부드러움과 적당한 긴장을 동시에 전달한다. 전륜구동이지만 조향감각은 후륜 세단 못지 않다. 독일 스포츠카와 일본 세단 감각의 중간 즈음으로, 예리함과 편안함을 다 잡았다.
메르세데스-EQ는 EQA 개발 초기부터 소음과 진동, 흔히 ‘NVH(noise, vibration, and harshness)’로 부르는 정숙성 향상에 안팎으로 크게 공들였다. 전기차는 엔진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이 사라진 탓에 유독 고주파 소음이 심한데, 이를 잡기 위해 앞뒤 차축 구동계를 차체와 최대한 분리했다.
또, 에어컨 진동을 줄이기 위해 파이프를 차체에 고무 본드로 고정했다. 덕분에 고속 주행 중 불가피한 노면 소음 정도만 들릴 뿐 진동이나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모듈형태로 납품한 것으로 200개 셀을 5개 모듈로 구성했다. 안전을 위해 배터리 팩은 차체의 일부로 설계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똑똑하다. 바닥에 깔린 냉매로 늘 최적 온도를 유지하고,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급속충전기에 도착할 때 쯤 미리 온도를 높여 빠른 충전을 돕는다.
④ 피로를 줄여주는 ADAS 시스템
전기차는 앞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리는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빼고 논할 수 없다. 이번 테스트에서 EQA의 ACC는 가장 인상적인 기능 중 하나였다.
대중 브랜드 모델보다 거리를 더 잘게 나눠 설정할 수 있고, 속도에 따른 가-감속이 한결 부드러워 안정감이 뛰어났다. 스티어링 휠 왼쪽 스포크의 버튼으로 시속 10㎞씩 설정속도를 바꾸고 운전대 뒤채는 동작 외엔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디젤차 탔을 때보다 운전피로 또한 확실히 적었다.
차선유지보조 기능은 매우 적극적이다. 차선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면 그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아 위험한 상황을 막는다. 운전자에 따라서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겠으나 잠이 확 깨는 효과도 있다.
이 외에 속도 제한 표지판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는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 하차 경고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와 장애물 회피 시 운전대에 힘을 더해 주는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를 담았다.
⑤ 가격과 옵션
EQA의 가격은 5,990만 원이다. 2021년 7월 28일부터 서울시에서 EQA를 구입할 경우 정부보조금 618만 원과 서울시 보조금 154만 원 등 총 772만 원을 지원받아 5,218만 원에 살 수 있다.
AMG 패키지와 AMG 패키지 플러스 선택 시 AMG 바디 스타일링과 18인치 AMG 5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 나파 가죽의 다기능 스포츠 스티어링 휠, 스파이럴 룩 트림, 발광 도어 실 패널, AMG 플로어 매트, 파노라믹 선루프를 더한다.
AMG 패키지 플러스는 추가로 가죽시트와 앞좌석 통풍 시트, 360° 카메라가 포함된 주차 패키지와 부메스터 ®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Burmester ® Surround Sound System)을 만날 수 있다. 더 뉴 EQA의 AMG 패키지, AMG 패키지 플러스의 가격은 각각 500만 원, 800만 원이다.
⑥ 총평
“아저씨 전기차 타시네요?”
“무슨 말이야? 난 메르세데스를 타는 거라고”
벤츠 첫 전기차 EQC 출시 때 나온 광고 영상 한 장면이다. EQA는 단순히 전기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 아니다. 전기차로 등장한 벤츠다.
최근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더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 뛰어난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EQA는 세 꼭지 별의 브랜드 파워, 차 크기를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소재, 흔들림 없는 뛰어난 주행질감 등 다른 브랜드에서 취할 수 없는 만족을 누릴 수 있다. 어쩌면 벤츠가 공격적으로 책정한 5,990만원 가격표가 다른 차보다 뛰어난 가성비까지 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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