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는 히틀러의 파시즘을 경험했던 독일은 68혁명 이후 빌리 브란트정부가 히틀러의 세계관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우슈비츠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 교육개혁의 목표였고 '야만적 경쟁 교육'을 없앤 교육개혁의 결과로 가장 성숙한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저질렀으며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20세기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던 독일이 21세기 최고의 모범국가가 된 것은 기적이라며,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로 유럽 전체와 세계가 국익 추구만 좇는 정치적 상황에서 백만 난민을 수용하고 윤리와 도덕, 정의와 인도주의라는 보편적 가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것은 경쟁 없는 교육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아이들은 학창시절을 전쟁터로 기억하고 있고 우리 교육이 승자와 패자로 나눠 ‘전교 1등’ 승자에겐 오만함과 미성숙함이 형성되고 패자에게는 열등감과 모멸감, 패배감과 무력감, 좌절감과 절망감을 내면화하고 있다며 현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전교 1등'이란 말이 다 큰 성인이 유치하게 학창시절의 성적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정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 볼 수 없는 오만한 엘리트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7년 한국개별연구원(KDI)이 한국 중국 미국 일본 4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당신들에게 고등학교는 어떤 곳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 대학생의 80.8%가 '사활을 건 전쟁터'라고 대답했고 미국과 중국은 대략 40%, 일본은 약 14%로 대답했다"며 특히 일본 학생들은 '함께하는 광장'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76%나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황금기'를 보내고 있었다며 '경쟁교육'이 아닌 예민한 감수성과 지적 호기심으로 책을 엄청 읽고 인류가 만들어놓은 최고의 예술 작품을 즐기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누군가와 깊은 사랑을 공유하며 보내고 있고 이런 아이들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능력주의와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공정이라는 착각>의 원제목은 <Tyranny of Meritocrary(능력주의의 폭정)>이라며 가장 모범적으로 인식되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도널드 트럼프의 출연으로 나중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의회 점거시위까지 간 것에 대한 충격적인 사태를 지적한 마이클 샌덜 교수의 통찰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백인 노동자들은 원래 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오만한 엘리트 힐러리에 분노와 증오한 그들이 공화당인 트럼프를 뽑았다며 경쟁·능력주의에 매몰된 사회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파렴치하고 미성숙한 엘리트가 국가를 지배하는 나라가 된다며 한국 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그는 특히 '절망사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엘리트 세습>으로 알려진 대니얼 마코비치 교수의 저서 원제가 <The Meritocracy Trap(능력주의 덫)>임을 지적하며 예전에는 대중들이 혁명을 통해 저항과 비판의식을 표출했는데 지금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서 혁명을 막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절망사'는 자살과 알콜 중독 및 마약 등을 포함하는 용어로 2018년 미국인 15만 80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정'이라는 말이 '불공정'과 '특권'이라는 개념을 잡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공정이데올로기에 잡혀있다고 지적하고 능력주의 교육, 경쟁주의 교육을 혁명적으로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째, 교육혁명의 주체로서 선생님들이 '정치적 시민권 박탈'에 대해 '자기해방'을 가져야 된다며 한 사회의 지식인집단으로 OECD 평균 10%를 목표로 의회참여를 통해 교사들의 교육혁명이 일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둘째로 저와 학부모님들은 광화문에 촛불로 나서야한다며 아이들에게 행복과 존엄을 이야기하며 존엄한 인간, 성숙한 시민, 개성적인 자유인이 되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3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경쟁·능력주의·공정' 야만의 트라이앵글에서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교육혁명으로 구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