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돔
이명숙
지느러미 가시 같은 까칠한 손잔등이
햇살을 뒤척이며 꾸득꾸득 말라간다
함지 속 대여섯 뭉치 하얗게 핀 소금꽃
갈매기 비린 문자도 졸고 있는 오후 세시
굵은 주름 행간마다 서린 미소 너른 여백
때 늦은 국수 한 사발 입술주름 펴진다
식용유 한 스푼에 열 올려 튀겨내면
뼈째 먹는 보약이라나 오일장 할망 입심
바다도 통째 팔겠다 검정 비닐 속 찬거리
―《2014년 영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사회 초년생 시절 잠깐 낚시를 한 적이 있었다. 최초 낚시를 시작한 곳이 민물이 아닌 동해 임원항이라는 곳이었다. 초보였지만 복어, 쥐치, 장어 거기다가 너댓명이 먹고 남을 정도 크기의 광어도 잡아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낚시는 잡는 재미는 좋지만 뒷일이 만만치 않앗다. 낚시대 칸칸이 하나하나 민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마른 수건으로 닦아 놓아야하고 다음 채비를 위해서 바늘과 도구를 일일이 다 손질을 해놓아야 했다.
게다가 비린내 나는 아이스박스와 어망의 손질은 최악이었다. 지금이야 민물매운탕을 먹기는 하지만 일부러 찾아서 먹을 만큼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낚시를 시작하던 당시에는 흙내가 나서 입에 대지도 않았다. 잡은 것을 다 풀어주고 오기도 그렇고 해서 잔챙이와 피라미 누치 같은 고기는 놔주고 잉어와 붕어 큰 놈들만 가져왔는데 그것조차도 처치 곤란이었다. 고기를 잡을 욕심으로 구더기나 징그러운 밤느정이 같은 갯지렁이를 만지던 손의 감각이 무뎌지기도 전에 낚시는 멀어졌다. 입이 까칠하고 게으른 나에게 낚시는 적성에 맞지 않는 취미였다. 잡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때 사보던 월간 낚시 책에서 본 감성돔, 돌돔, 혹돔 등 도미 종류의 이름이 기억이 난다.
옥돔 또한 도미의 일종이다. 도미를 보통 돔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종류로는 참돔, 감성돔, 흑돔, 돌돔(줄돔), 뱅에돔, 황돔, 청돔 등 다양하다고 한다. 돔의 제철은 봄에 산란하기 전까지이며 살이 오르고 맛이 좋아지는 시기는 11월부터 3월이라고 한다. 돔은 예로부터 복을 주는 생선으로 회나 찜, 탕으로 결혼식, 회갑, 생일상 등 각종 잔치에 빠짐없이 오른다고 한다.
이 시조는 계간 시하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명숙 시인이 뭍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얻은 작품으로 2014년 영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다. 시를 보면 화자가 장터를 구경하면서 한 풍경의 언저리를 담고 있다. 지느러미 가시 같은 손으로 햇살을 뒤적이며 옥돔을 팔고 있는 할머니의 입심에 넘어가 옥돔을 사지만 흥정이 오가는 재래장터가 화자는 보약보다 즐겁다. 모처럼 나온 장터에서 구경도 하고 찬거리도 장만하고 갈매기가 보내는 시간도 졸고 있을 늦은 시간에 먹어보는 국수도 참 맛있었겠다.
첫댓글 담백한 맛이 일품이지요
맛깔 나는 장터 구경에 찬거리 옥돔도 사고
국수도 먹어보고... 갈매기 비린 문자가 졸고 있는
오후 세시의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 정겹습니다.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야말로 오일장 풍경 그대로... 서울에서 모란장하곤 또 다른 할망 시장 한 귀퉁이 이야기.
이렇게 만나게 되니 기분이 묘합니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 글, 펌 합니다.
운도 실력이다는 말처럼 실력이 없으면 운은 아예 따르지도 않지요.
좋은 시를 쓰면 언젠가는 눈에 띈다는 말처럼
좋은 시를 읽는 기분은 쓰는 사람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제주 옥돔을 초장에 발라 소주 한 잔 마시는, 맛있는 상상 같은 시 읽기가 즐겁습니다.
탕, 찜도 맛있지만 싱싱한 도미는 회가 으뜸이라고 하네요.
옥돔, 눈으로 맛잇게 먹는다
지금은 고등어도 많이 비싸졌지만 도미는 고등어, 꽁치처럼 서민적인 생선이
아니라서 자주 맛볼 수 있는 생선은 아니지요.
통째로 산 바다봉지 들고 가는 길 ......
가끔은 바다가 가까운 곳에 살고 싶을 때도 있지요.
냄새부터 산촌 장하고는 전혀 다른...
선생님의 이 작품이 절창입니다.
바다도 통째 팔겠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할머니의 모습이
바다라도 다 팔 것 같은 좋은 표현으로 살아나고 있지요.
훌륭합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