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하나 보러 3시간을 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고성 운흥사 가는 길, 들판 한 가운데 늠름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차를 세웠다.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곁에 사람이 모이는데, 사람은 나이 들수록 사람들이 멀어진다지...
사진가들 사이에 소문났다는 운흥사 장독대. 둥근 돌담 안에 오롯이 들어앉은 장독들이 정겹다.
워낙 많은 사진가들이 드나들어서 절에서는 장독대 근처에 CCTV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사진가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장독 배치를 바꾸면서 항아리 뚜껑을 깨기도 해 내려진 조치라나?
장독대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어보긴 난생 처음이다. 100장도 넘게 찍은 것같다.
빛이 덜 든 상태로, 완전히 든 상태로, 역광으로, 순광으로, 수평으로, 수직으로... 위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구도 ^^*
그림하는 친구가 소원풀이를 했다. 저 장독대 찍어서 그림 그리고 싶다고 언제부터 노랠 부르더니.
그녀는 그림을 위한 사진을, 나는 글을 위한 사진을, 또 한 친구는 사진을 위한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사람이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지겠지. 본질에서 벗어나면 邪 또는 詐가 되기 쉬우니까.
부시깃고사리가 말라붙은 담장에 숫기와로 테두리를 두른 장독대는 세월의 더깨가 푸른 이끼로 앉아있다.
낡은 것에 대한 향수는 인간의 귀소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장독대를 찾는 것이고...
공양간 할머니가 잠시 들깨 말리는 걸 뒤집어주러 나오셨다.
잠깐 사이에 돌아서는 할머니를 보고 '보살님, 잠깐만'하고 부르려다 그만뒀다.
그까짓 사진 한장 찍겠다고 불사에 바쁜 보살님을 불러세워서 되겠나. 공은 못 쌓을 망정 죄는 짓지 말아야지.
문수암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 전경. 연무 사이로 떠 있는 섬들이 조약돌 같다.
일망무제의 동해만 보고 살다가 오밀조밀한 남해안을 보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탁 트인 데 길들여진 탓이다.
한때 전직 대통령 전 아무개 씨가 칩거하려고 물색했던 문수암.
깍아지른 절벽 틈새를 파고 든 건물이 기막힌 요새지만 뒤에서 넘어오는 적을 막는 게 문제.
결국 보안 경비 문제로 대통령의 피난처(?)는 백담사로 최후 낙찰됐다는 후문이다.
전형적인 초가집 배씨고가. 집 앞에 개울을 두고 뒤로는 대나무 숲을 둔 2백년 전 집이다.
전생에 혹시 나는 저런 집에 살았던 게 아닐까?
첫댓글 장독대 사진을 보면 늘 마음에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들곤 합니다. 초가집이 정겹게 느껴지지만 생활하기는 참 불편할 것같아요.ㅎㅎㅎ
잘 감상하고 갑니다~~
첫번째 사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 고향 옛집에서 바라본 들판풍경하고 똑 같은 그림이었거든요...
자세히 보니 앞산의 모습이 약간 틀리고 느티나무도 두 그루가 아닌 한 그루네요. 그것 말고 다른 구도는 꼭 같다는...
잠시, 내 고향을?..하는 마음으로 심장을 뛰게 해 주신 배꽃님! 감사드립니다.
장독대에 돌담이 둘러쳐져 특이하군요.
고성이라... 남해 가는 길에 둘러보아야겠군요.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장독대 사진을 보니 서울 집에서의 저의 아주 어린 시절이 생각나면서..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님 덕분에 감사히 보았습니다. 추신: 사진을 스크랩 할 수 있게 해 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