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직업상 길이 많이 막힐 때면 항상 ‘어떻게 하면 길이 막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아주 간절히 합니다. 특히 약속시간에 늦은 승객을 모시고 가는데 길이 막힐 때 이런 마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기차 시간이 10시30분까지라는데 도저히 그 시간에 맞춰 갈 수 없을 때, 중요한 회의 시간에 늦게 되었다는데 길이 막힐 때, 수험생을 태우고 가는데 길이 막힐 때가 그렇습니다.
어쩔 때는 ‘내가 오늘 단 하루를 살아도 좋으니 내 삶의 나머지 에너지 모두를 오늘 막히는 길마다 고가도로를 설치하고 이를 떠 받치는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공상도 합니다. 이런 간절한 생각까지 할 정도이다보니 길을 덜 막히게 할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떠오릅니다.
길을 가다보면 포장공사를 하기 전에 맨홀만 툭 튀어나와 차량 바퀴에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운전자는 차량을 보호할 목적으로 급히 맨홀을 피해가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 보아 시속 50km정도로 튀어나온 맨홀을 피하지 못하고 여러 번 넘어 갔을 경우 차량의 고장이 뒤따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화물차는 현가(懸架·충격흡수)장치가 딱딱해 더욱 심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는 도로포장 공사를 하기 전에 각종 맨홀 인상(引上)공사를 먼저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포장공사를 할 때까지는 툭 튀어나온 맨홀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미리 맨홀 인상공사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포장공사를 할 때 미리 맨홀의 뚜껑을 열고 그 위에 맨홀 뚜껑 크기만한 금속 링(두께는 아스콘 높이만큼)을 하나 올려놓고 다시 뚜껑을 닫으면 됩니다. 그러면 도로포장으로 높아지는 도로의 두께만큼 맨홀의 뚜껑도 높아지기 때문에 굳이 맨홀 인상공사를 사전에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링에는 몇 개의 톱니를 만든다던지, 베어링 같은 것을 박아 놓으면 맨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테고요. 도로포장 공사가 잦아져 링이 여러 개 쌓일 경우 맨홀에 가해지는 하중이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이 역시 공학적으로 하중계산을 해 몇 번까지 링을 올릴 수 있는지 계산하면 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러한 방법이 기존의 방법보다 싸고 편리하리라 생각됩니다.
길이 많이 막힐 때 마음이 급한 승객은 처음에 안절부절 못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도저히 이대로는 도착이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그 때부터는 느긋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이 있는 승객과 택시에서 난상토론을 하다가 얻은 현장 경험자의 아이디어 하나 더.
현재 방향 지시등은 차선변경, 정차, 주차시를 막론하고 모두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뒤차의 운전자가 앞 차량의 방향지시등만 보고는 우회전할 차량인지 우측에 정차할 차량인지 아니면 주차할 차량인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특히 앞차가 자신의 차량보다 큰 차량일 경우는 더욱 어렵습니다.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방향지시등 앞·뒤 4개가 모두 깜박거릴 때) 운행할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그 차량이 고장이라 서행하는 것인지 혹은 급한 환자나 사고 도주 차량이 있어서 급히 주행하는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차량의 신호는 다른 운전자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선안으로 모든 차량의 깜박이 신호를 8개로 할 것(한 모서리에 두 개씩)을 제안합니다. 우선 방향지시 레버가 왼쪽, 오른쪽 모두 한 칸씩 더 움직일 수 있도록 늘려야 겠지요. 우회전을 할 때는 지금처럼 레버를 한 칸을 움직이고, 정차나 주차시에는 두 칸을 움직여 두 개의 깜빡이 신호가 들어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좌회전을 할 때는 그대로 한 칸을 움직이고, U턴을 할 때는 두 칸을 움직여 두 개의 신호가 들어오게 합니다. 그러면 뒤 차는 앞 차의 생각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비상등을 켜는 스위치도 2단으로 만들면 좋을 듯 합니다. 1단(4개의 노란불 점등)은 고장이 나서 서행함을 알리고, 2단(8개의 노란불 점등)은 급한 차량임을 알리는 것으로 약속했으면 합니다. 물론 기계조작이 한 칸 더 늘어나면서 초보운전자들이 방향지시 조작을 잘못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 도입되는 영업용 차량이나 앰뷸런스 등에 한해 우선 시행해보고 결과를 지켜보면서 점차적으로 그 대상을 늘려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일부 상업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택시운전자들은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상태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누군가와 부담 없이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습니다. 토론의 상대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신기하게 자신이 말하면서 스스로 답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요즈음 세간에 유독 ‘소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바로 토론이 소통으로 가는 길 아니겠습니까?
불경기 때문에 실업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이 잘 되지 않으면, 일단 어떠한 일이든 시작해 일을 한다면 잡념이 없어질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여러 방향을 통해 삶의 활력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16세 때부터 직업을 갖고 살아온 이 택시운전사가 증언합니다.
이선주(47)씨는 23년 경력의 택시기사다. 2008년 5월부터 차 안에 소형 카메라와 무선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동영상 사이트인 ‘아프리카(afreeca.com/eqtaxi)’에 ‘감성택시’란 이름으로 실시간 생방송하고 있다. 택시 뒷좌석에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카피씨(Car-PC)를 설치해 무료로 승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미 ABC 방송, YTN, SBS 등에 소개된 바 있다. 1999년에는 교통체계에 대한 정책제안 등의 공로로 정부가 선정한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조선닷컴에서 ‘eqtaxi’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다. ‘만만한게 택시운전이라고요?(1998)’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배꼽잡고(1999)’ 등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첫댓글 ㅎㅎㅎㅎ 택시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진실이 밝혀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