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눈 내리고 – 원창고개 입구,수리봉,대룡산,고은리
1. 수리봉에서 대룡산 임도 가는 산림욕장 숲길
뵈오려 못 뵈는 님
눈 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되어 지이다
―― 노산 이은상
주) 산꾼에게는 산이 곧 님이다.
▶ 산행일시 : 2025년 12월 13일(토), 흐림, 가루눈, 안개
▶ 산행인원 : 5명(악수,자연,메아리,하운,도자)
▶ 산행코스 : 원창고개 입구,사암리,사암2교,능선,수리봉 전망대(614m),수리봉(644m),수리봉 산림욕장 숲길,
임도,왼쪽 능선,임도,대룡산,고은리 종점
▶ 산행거리 : 도상 13.0km
▶ 산행시간 : 7시간 30분(09 : 26 ~ 16 : 56)
▶ 갈 때 : 남춘천역 길 건너에서 시내버스 타고 학곡리 원창고개 입구로 감
▶ 올 때 : 고은리 종점에서 시내버스 타고 병무청 앞으로 가서, 300번 시내버스로 환승하여 남춘천역으로 가서,
근처 닭갈비집에서 저녁 먹고 전철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8 : 11 – 남춘천역, 원창고개 입구 가는 버스(08 : 55)
09 : 26 – 원창고개 입구, 산행시작
10 : 05 – 중앙고속도로 사암2교 굴다리, 수리봉 2.2km
10 : 30 – 능선 갈림길, 오른쪽은 원창고개 1.1km, 왼쪽은 수리봉 1.6km
10 : 55 – 수리봉 전망대(614m)
11 : 04 – 수리봉(守里峰, △644.9m), 휴식( ~ 11 : 25)
11 : 50 – 대룡산 임도, 대룡산 5km, 수리봉 1.4km
12 : 20 - 임도 왼쪽 능선 710m고지, 점심( ~ 13 : 25)
13 : 39 – 임도, 대룡산 2.1km
15 : 38 – 대룡산(大龍山, 899.1m)
15 : 46 – 고은리 갈림길, 고은리 2.9km, 대룡산 0.4km
16 : 56 – 고은리 종점, 산행종료, 시내버스(17 : 05)
19 : 10 - 남춘천역 전철
2. 산행지도
▶ 수리봉(守里峰, 644.9m)
초행에는 사암리(沙岩里) 수리봉 들머리를 찾아가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겠다. 오늘은 메아리 대장님이 이전에 간
적이 있어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아는 길처럼 간다. 학곡리 ‘원창고개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동네 고샅길
을 간다. 외국인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를 지나고 학곡천을 사암교로 건너고 농로 따라 간다. 주변은 온통 복숭아밭
이다. 이곳 사암리와 이웃 동네인 고은리는 예전부터 복숭아 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여기서도 날이 맑으면 멀리 춘천시내 안마산과 봉의산, 멀리 삼악산이 보일 텐데 안개가 끼여 가렸다. 금병산이
가깝다. 소설가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고향마을인 ‘실레마을’이 저산 기슭에 있다. 김유정은 일찍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학업을 하였으나 1931년에 고향에 내려와 산 이름을 따서 ‘금병의숙’이라는 간이학교로 농촌계몽운
동을 하였으며, 고향을 무대로 「봄봄」, 「동백꽃」등 여러 편의 순박한 농촌생활을 그린 소설을 발표하였다.
농로는 수시로 좌우로도 이어지만 우리는 일로 남동진한다. 농로는 중앙고속도로 사암2교 아래에서는 임도로 이어
진다. 수리봉 오르는 이정표가 어서 오시라 반긴다. 수리봉 2.2km. 원창고개 입구에서 2km 정도 왔다. 우리는
수리봉을 이정표 방향대로 곧장 지능선을 오른다. 왼쪽의 가래울골이나 매박재골에서 수리봉을 오를 수 있다. 십 수
미터 워밍업하고 나서 가파르게 오른다. 바위지대 돌아 능선을 잡는다. 낙엽이 수북하고 인적은 흐릿하다.
주초부터 일기예보에 오늘은 전국에 걸쳐 강풍을 동반한 습설이 10cm 가량 내릴 거라고 했다. 지금은 폭풍전야처
럼 조용하다. 다만,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가 끼어 어둑하다. 우리가 가는 길은 오래되고 지금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 곧추선 오르막이다. 길게 매달아 놓은 굵은 밧줄이 삭아 군데군데 끊어지고 낙엽에 묻혔다. 나무계단은 다
썩었다. 1보 전진하려다 2보 후퇴하기도 한다. 원창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까지 세 피치로 오른다.
피치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 헤치며 엉금엉금 기다시피 오른다. 0.6km를 25분이나 그렇게 올라 능선 갈림길인
430m봉이다. 오른쪽은 원창고개(1.1km)를 오간다. 이제 길은 잘 났다. 잠깐 내린 야트막한 안부에 제단이 있고 왼
쪽은 가래울골을 오간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른쪽 사면 아래는 ‘매내미 마을’이다. 매가 앉은 모양과 같다
는 매봉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 위로 철조망 길게 둘러친 농원을 지나고 ┫자 갈림길이다. 이정표에 왼쪽
은 산사면 돌아 수리봉을 간다. 직진은 아무런 표시가 없지만 어차피 오를 수리봉이면 마다하지 않는다.
능선에 올라서고 ┳자 갈림길 오른쪽으로 등로 약간 벗어나 ‘수리봉 전망대’라고 한다. 데크 전망대다. 지도에는
614m봉이다. 수리봉 정상은 왼쪽으로 0.4km를 더 가야 한다. 수리봉 전망대는 금병산 쪽으로 열렸지만 안개와 흐
린 날씨로 무망이다. 가루눈이 뿌리기 시작한다. 원경은 더욱 가렸다. 시루봉을 향한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수리봉
이라는 표지석이나 표지판은 보이지 않지만 더 오를 데 없는 데크 전망대라서 수리봉 정상이라고 짐작한다.
수리봉 정상도 안개와 가루눈으로 사방 가렸다. 정상주 탁주 대작한다. 가루눈 날리는 산정이라 술맛이 각별하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는 ‘守里峰 △644.0’이라 표기하면서 지명사전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매봉 또는 응봉의
우리말일 것. 지명사전에는 우리나라 남한의 수리봉 33개가 등재되어 있다.
3. 금병산(金屛山, 652m)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마을인 ‘실레마을’이 이 산의 기슭에 있다. 김유정은 1931년에 고향에 내려와 산 이름을 따서
‘금병의숙’이라는 간이학교로 농촌계몽운동을 펼쳤으며, 고향을 무대로 여러 편의 농민 소설을 발표하였다.
4. 돌배
7. 수리봉 가는 길
8. 수리봉에서 대룡산 가는 길
13. 낙엽송 숲
▶ 대룡산(大龍山, 899.1m)
대룡산을 향한다. 길은 잘 났다. 소로로 내리고 야트막한 안부 지나 왼쪽 사면을 돌아내린다. 널찍한 산림욕장 숲길
이 시작된다. 오른쪽은 잣나무 숲이, 왼쪽은 낙엽송 숲이 울창하다.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 숲길이다. 나는 이곳보다
더 광활한 낙엽송 숲을 알지 못한다. 이런 낙엽송 숲길은 이른 봄 낙엽송 새싹이 나올 때와 가을에 그 무수한 침엽이
노랗게 단풍들 때 걸어야 한다. 그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지금은 침엽 다 떨어지고 잿빛 하늘에 가루눈 뿌리니
쓸쓸하다.
대룡산을 오르는 임도와 만난다. 낙엽송 숲길을 더 갈 수 없어 아쉽다. 임도 건너 그 옆 능선을 오른다. 능선 따라
구불대며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낙엽이 푹신하여 부드럽다. 능선은 실바람이 불기에(실바람도 칼바람이다) 사면
평평한 곳으로 비켜 점심자리 마련한다. 비닐쉘터 친다. 이 산중에 산꾼은 우리뿐이다. 5명이 오붓하다. 쉘터 안이
입김과 떡라면 끓이는 버너 김으로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자 큼직한 구멍을 뚫는다. 김이 빠져나가고 환해진다.
밖은 가루눈 뿌린다. 함박눈이 펄펄 날렸으면 좋겠다. 날이 더 궂어도 상관이 없다. 쉘터 안은 훈훈한 봄날이다.
각자 저간의 즐거웠던 얘기 나누고, 웃고, 마시고 또 웃고,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식후 뜨끈하고 달콤한 커피 맛이
일미다. 감히 스타벅스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능선 길은 임도와 만난다. 임도로 간다. 임도 오른쪽 사면은 지뢰가 매설되었다며 접근하지 말라고 하니 능선을
오르기가 겁나고 별 수 없이 임도로 간다. 연엽산을 넘어오는 춘천지맥도 임도로 간다.
빼어난 경점인 녹두봉이 임도에서 가깝지만 거기에 올라도 자욱한 안개로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을 것이라 들르지
않는다. 임도는 눈이 상당히 쌓였다. 눈길을 간다. 젊은이 한 분이 산악자전거를 타지 않고 굴리며 내려온다. 임도는
눈 아래가 얼음장이라서 자전거를 도저히 탈 수 없다고 한다. 대곡 성운(大谷 成運, 1497~1579)이 눈길을 오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음은 그의 「웅곡을 지나며 우연히 읊다(熊谷道中偶吟)」라는 시의 일부다. 웅곡과 종산(鐘
山)은 충북 보은에 있는 고개와 산이다.
바람 맞으니 도검이 얼굴을 치는 듯하고
눈 밟으니 구슬이 말발굽에 부서지는 듯하네
십 리 거리의 내 집이 점점 가까워지니
종산의 나직한 저녁 구름 반갑게 바라보노라
遡風刀劍衝人面
踏雪瓊瑤碎馬蹄
十里吾廬行漸近
欣看鍾岳暮雲低
대룡산 정상이 가까워서 임도 벗어나 이정표가 안내하는 오른쪽 능선 길을 오른다. 설원이다. 눈이 내리는 날은
더덕이 용감하다. 이 너른 설원에서 자기를 찾기가 어렵거니와 찾았다고 해도 데리고 가기가 어려운 줄 안다. 어렵
사리 그 우아한 모습을 찾았는데 하얀 줄기가 눈 속에 길게 드리워서 어느 쪽이 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눈과 낙엽을
헤집다 보면 어느새 도망가고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 서너 번, 내가 지치고 만다. 그만 둔다.
14. 수리봉에서 대룡산 임도 가는 산림욕장 숲길
17. 산림욕장 안내도
18. 대룡산 가는 길
21. 보이시나요?
대룡산. 정상표지석이 눈보라 속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대룡산은 백두대간상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지맥이 홍천의 백암산 ㆍ 가리산을 일으키고 춘천시 동편에서 우뚝 솟아 춘천 시내를 감싸고 있는 진산이다. 표지석
바로 아래 널찍한 데크 전망대는 만천만지한 안개와 가루눈으로 무망이다. 날이 맑다면 용화산, 오봉산, 소양호,
가리산, 연엽산 등을 바라보는 경관이 장쾌하다. 임도로 내려 고은리로 하산한다. 0.4km 가면 고은리로 내리는
갈림길과 만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고은리 2.9km가 멀기도 하다. 가파르게 내린다. 눈길이다. 무척 미끄럽다. 몇
번 넘어지고 나서 그예 아이젠을 찬다. 아이젠을 차고 가는 발걸음이 쉽지 않다. 아이젠 발톱에 습설과 낙엽이 찍혀
달라붙는다. 몇 걸음 걷다보면 아이젠이 뚱뚱해져 걷기가 영 불편하다. 눈과 낙엽을 털어내지만 또다시 달라붙는다.
발을 허공에 대고 홱 뿌리치곤 한다. 그러다 어디서인지 왼쪽 발 아이젠도 함께 떨어져 나가버렸다. 내려온 길을
한참 거슬러 올라갔지만 찾지 못했다.
눈길 내리막에 넘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게 넘어질 일이다. 대룡산 정상에서 1시간 넘게
걸려 고은리 주차장을 지나 버스종점에 다다른다. 고은리 소류지가 옆이다. 어느덧 어둑하고 주변은 가로등 밝혔다.
고은리(古隱里) 지명유래가 흥미롭다. 고은리는 ‘곰실’ 또는 ‘고은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곰’은 신(神)을, ‘실’은
사당(당집)을 의미한다고 한다. 조상신을 모시던 당집으로 태백당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신이 내려준 물’이라는
의미의 ‘곰짓내’ 곧 공지천과도 연결된다고 한다.
우리는 남춘천역으로 간다. 중앙시장 입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병무청 앞에서 갈아타야 한다. 운이 좋았다.
버스가 금방 온다. 버스에 오르니 윈도우브러시는 빗물을 훔치기 바쁘다. 나는 비로소 한기를 느낀다. 안은 땀으로
젖었고 밖은 가루눈 습설에 젖었다. 춘천시내는 눈이 아닌 비에 가까운 진눈깨비가 내린다. 벌써 눈 내리는 산길이
그립다.
24. 대룡산 정상
2017.1.30. 오지산행
2016.2.6. 오지산행
2015.2.21. 오지산행
25. 고은리 하산 길
28. 고은리
29. 고은리 종점 옆에 있는 고은소류지
첫댓글 눈길에서 아이젠 한짝을 잃으셨군요. 저도 어제 산보하는 중 낙엽더미속에 떨어져있는 장갑 한짝 주워서 근처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왔는데 다음에 가실 때는 나뭇가지를 잘 살펴보시길! 눈길 산행이 설레이는 계절 안산하세요.
눈길에서 예전보다 더 잘 넘어지니 스스르 화가 납니다.
앞으로 거기를 다시 갈 날이 있을까 의문입니다.
겨울이 깊어집니다.
설경이 아름답네요.
저도 그날 새로 구입한 4발 아이젠 어딘 가에 놓고 왔습니다.
문득 연엽산, 구절산이 가고 싶네요...
차라리 함박눈이 내렸더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요즘도 4발 아이젠을 사용하시는군요.
저는 체인인데, 또 새로 샀습니다.
오랜만인지 4발은 바위에 잘 걸리고 불편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