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요람 오이도(烏耳島)
오이도방조제의 빨간등대
꾸무럭한 날씨는 섬 트래킹하기 딱 좋다. C가 오이도를 가잔다. 4호선종점이기도 한 오이도는 내가 아내와 서래포를 몇 번 다니면서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볼거리가 짭짤한 산책하기 좋은 곳이란다. C는 오이도가 천지개벽할 무렵 심심찮게 찾았단다. 염전과 갯벌이던 섬이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고, 해발 70여m의 평지에 계획도시가 탄생하면서 쾌적하고 다양한 볼거리의 힐링`시티가 세워지고 있는 중이란다.
옥구공원 바위정상의 옥구정
오이도역사를 나와 옥구공원을 향하다가 미친척하고 D에게 전활 넣었다. 오이도에 살고 있었던 D는 6년 전에 소백산행 중에 만나 내가 서울에 올 때면 몇 차례 산행동무가 됐었는데 시화호방조제 드라이브와 대부도구봉산트래킹을 안내해 줬던 은인이었다. 멋대가리 없는 나의 협량으로 소식두절 됨인데 염치없이 통활 시도했다. ‘ㅎㅎㅎㅎ~’신호음이 끊기며 들려오는 D의 웃음소리였다.
오이도부두계류장 바다너머로 송도 마천루숲이 장관이다
D의 명랑한 응답에 나는 멈칫하다 유쾌하게 웃으며 ‘내가 누군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럼요, 저장돼 있는데~’ D도 나처럼 주소록에서 지우질 않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단 그가 일정을 조율하고 반시간쯤 후에 나타났다. 오랜만인데 바쁘단 핑계만 댈 수 없었단다. 글면서 선뜻 오이도안내에 앞장섰다. 6년 전 비쩍 마른체격에 패션이스트 빰쳤던 D는 보기 딱 좋은 몸매였다.
생명의 나무 전망대
그때의 D는 난렵한 몸매에 개성 있는 아웃도어를 걸치곤 바위산을 다람쥐처럼 누벼 나를 매료시켰었다. 그는 산꾼에 만능스포츠우먼이면서 하루를 빠듯이 살아가는 워킹우먼이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는 하루시간을 몇 조각으로 쪼갠 일과를 보낸단다. 그런 그의 빈틈없는 일과를 알아챈 나는 부담주고 싶질 않아 소원해지는 걸 감내했는데, 오늘 어줍짢은 나를 밝게 맞아줘 기뻤다.
선사시대유적지
나를 필요로 하는 일터가 있고, 그 일에 혼신 하는 열정의 시간을 즐기는 삶은 성공한 인생이다. D는 그런 인생이다. 내가 매스컴으로만 접했던 시화호방조제를 드라이브해주고 대부도 구봉산을 종주하며 유명한 석양노을구경까지 시켜준 그날의 일정을 나는 번갯불스치듯 파노라마 해봤다. 그가 오늘 오후 일정을 이리저리 땜질하고 C와 나의 트래킹안내에 나섰다. 고마웠다. 뿌듯했다.
억새숲
오이도는 오질이도(吾叱耳島)란 이름으로 <세종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인근의 옥구도(玉鉤島)와 간척사업으로 연결되어 드넓은 들판을 이뤄 쾌적한 계획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옥구도는 돌섬이었다. 그 돌을 파내 간척사업에 사용하던 어수선한 개발현장을 목도했다고 C도 증언하고 있었다. 그때의 일부 돌섬은 원형을 살려 옥구공원으로 조성 오이도의 명소가 됐단다. 옥구공원에 들어섰다.
옥구공원에서 조망한 오이도시내, 중앙 녹지대가 뉴욕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킨다
검붉은 바위동산이 다가선다. ‘도시, 정원을 꿈꾸다’라는 모토로 1910년에 개장한 경기정원박람회는 우리나라 정원박람회의 효시가 된다. 옥구공원 낙조대에 오르면 소래포구에 발을 담군 갯벌이 옥귀도를 사이에 두고 서해를 향하며 인천송도에 마천루숲으로 하늘금을 그었다.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가 서해바다를 가르고 해질녘엔 황혼 빛이 수평선을 붉게 태우는 몽환적인 풍광을 조망케 하리라.
갈대늪을 관통하는 돌 징검다리
조선시대 한 임금이 배를 타고 가다가 이곳에 표류하였는데 어촌의 어부가 옥그릇에 물을 떠서 바치자 왕이 놀란 나머지 ‘옥귀도(玉貴島,귀한 옥이 있는 섬)’라고 불러온 옥귀도가 갯바다 속에서 허우적댄다. 병자호란 때 정왕동 출신 원성모(元成模)가 두 아들과 함께 청군과 맞서 싸우다 순절한 역사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옥구산자락에 생금우물이 솟아 어민들의 약수터로 죽율동 나무꾼이 물 마시러 왔다가 황금닭을 발견 부자가 됐다는 설화도 있단다.
선사시대의 조상, 연장을 다듬고 불을 지피고 있다
오이도 빨간등대와 선착장을 향하는 방파제둑길을 걷는다. 바오밥나무형상의 생명의나무 전망대에선 광활한 갯벌 뒤로 신기루처럼 다가서는 송도의 마천루숲이 또 하나의 상전개벽을 한 첨단도시의 심벌마냥 다가선다. 방파제둑길 밑 해안 길에 미니깡통열차가 지렁이처럼 기어오는데 손님은 중년부인 두 명이라. 코로나19탓에 깡통열차를 독차지한 동심에 빠져든 흥분을 두 손 들어 흔들며 괴성을 외친다.
호수
빨간등대전망대는 코로나19에 문 닫았다. 선착장 중간의 어판단지 부스는 어선가족들이 막 잡아온 어류를 판매하고 있단다. 간조 때 여설까 정박한 어선도 적고, 어판단지의 손님도 한가해 호객손길이 짠해보였다. 문득 어제 뉴스 한 토막이 스쳤다. 제주갈치어획이 호황인데 코로나19로 판로가 끊겨 3팩을 9,900원에 L마트에서 판다고. 부둣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호사스런 식당가는 어찌 버틸까?
송도부두(우)와 시화호방조제(좌)가 아스라이 보인다
신석기시대의 유적지를 찾았다. 서해안에서 규모가 젤 큰 신석기시대의 패총이 있던 곳이란다. 바람 한 마장에 몸 가누지 못하는 억새는 일제히 군무를 춘다. 춤사위로 사각대는 억새의 밀어에 귀 기우리며 억새의 구릉을 헤치는 낭만은 가을의 선물이다. 억새의 구릉에서 선사시대로의 타임머신여행은 덤으로 얻는 기쁨이라. 넓은 갯벌과 억새 숲은 철새의 낙원이며 온갖 생물의 서식지란다.
오이도부두
하여 생태문화탐방지로도 유명한데다 옛날에 봉화대가 있던 군사요충지였다. 바쁜 일정을 쪼개 볼거리 하이라이트만 골라 안내해준 D가 넘 고마웠다. 속알머리 좁은 나는 아마 D처럼 친절 베풀지 안했을 테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되면 시화방조제와 대부도 구봉산트레킹을 다시 한 번 하고 싶다고, 가이드해 달라고 부탁하려다 꾹 참았다. 늦은 오후 그가 오이도역에 우릴 내려주며 손을 흔들었다. 미안했다. 2021. 10. 07
'환상의 대부도구봉산 해솔길의 낙조' 를 클릭하세오
토끼와 곰새끼 & 중년여인 두 명이 깡통열차를 전세(?)내어 신바람이 났다
출처: https://pepuppy.tistory.com/1105 [깡 쌤의 내려놓고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