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열 명의 우리나라 대통령과 함께 지냈다. 그런데 한 번도 어느 대통령의
무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물론, 내 편협된 견해일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정치 노선을 굳건히 한 데는 존경심을
갖는다. 그러나 왜 철없는 경무대(현 청와대) 측근들의 장막에 가려 4.19 때 애국심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에게 발포를 허락했는지 애석한 마음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그렇다. 국민을 절대빈곤에서 경제 건국의 기틀을 만든 공로는
인정하면서도 유신헌법을 만들고, 인권 경시의 과오를 범했는지 유감이다.
최근에는 나도 모르고 있던 두 가지 사실을 알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과 시설이 그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들이 무궁화대훈장을 셀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국회에서 생전이나 사후에 증정하는 것으로 알았다.
구소련의 N. 흐루쇼프(Nikita Khrushchyov) 서기장이 셀프 영웅 훈장을 받았고
같은 독재국가에서는 관례가 되어있다.
김정은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 출신이니까 받고 싶었을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 원수의 셀프 훈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국민이 무궁화대훈장을 드리고 싶은 정치지도자가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 김형석 교수 저, "백년의 지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