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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id] :elite-_-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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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 VS 일진회 (부제:위험한 녀석들) ※
- 05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스스로 계속 머리를 비우려 해봐도,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나는 어제의 술주정.
제길. 차라리 필름이 끊겼더라면.!!!!!!!!!!!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어제 파란머리랑 친구먹은것도. 그녀석이 꼴아서 어쩌다 죽이 맞은거뿐이야.
나같은애가 그런 무서운 노는 집단 애들이랑 친구를 할리가 없지.
그렇지. 후아.
벽에 붙어있는 2인용 식탁에 엎드려. 못되게도 어제 라영이와 튀지 아니하였던 나를
마구마구 질책하는데. 라영이가 번뜩 떠오르고.
으으. 라영이. 화 많이 났을껀데.
[ 여보세요.!!!!! 이나빈.!!!!!! 어디서 학교를 빼먹어.!!!!!!
너 무슨일 있냐.?! 아오 잠시만요. 아 그게요.!! 아파요.!!!!!!! ]
허억. 수업시간이란걸 깜빡했다.
라영인 수업도중 그냥 전화를 받았는지,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아마 신나게 꼬집히고 있을테다.
난 그냥 툭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다시 춘천으로 돌아가는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야.
그러나 그 전에, 밥부터 먹자. 배에서 밥달라고 난리를 치는구나.
이런 상황에서도 밥을 달라는 배가 야속했지만 어쩌겠는가.
배가고픈데.......... 흑.
조그만 냉장고는 텅텅. 찬장도 텅텅. 그릇도 없음.
이사한 자의 설움이야.
요리를 하려고 마구 뒤지던 나는 그제서야 그릇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물론 식재료도.
처음 이사온날은 밤이었으니, 그냥 잤고.
원래 아침은 안먹고 학교나가고. 점심은 학교에서 먹고.
저녁도 어찌어찌해서 안먹었네.
게다가 아침은 다시 안먹고. 점심은 학교에서. 그리고 저녁으로 먹은 스파게티는......
아. 한심한 생활이구나 진짜로.
원래 밥을 즐기진 않아서 배고픔도 잘 몰랐건만.
배는 오랜만에 밥을 달라고 난리를 쳐대니.
대충 가디건에 아무 옷이나 입고 지갑 한개만 달랑 들고 집을 나섰다.
은행을 들렀다가. 시내 마트를 가야지.
터덜터덜. 흡사 왕따처럼 걷는 내 모습이 한심.
역시 엄마아빠랑 있을때가 좋았나.
질끈 묶은 머리와 대충 아무거나 빼입은 옷.
이같은 폐인의 모습으로 시내를 활보하는 당당한 여자 이나빈.
춘천에 있을땐 정말 폼에살고 폼에죽는 나였는데.
은행에 들러 통장정리를 하고.
아무래도 돈은 위험하겠다 싶어 통장 직불카드만 만들어 나왔다.
엄마가 용돈을 잔뜩 넣어주셨어. 이히. 요즘도 많이 버시나. 하하하하.
신나는 걸음으로 마트에서 냄비며 그릇이며 이쁜 수저에 포크까지.
나중에 올라올 망할 이정민새끼를 위해 2인용으로 싹 장만한뒤.
대충 먹을 찬거리를 사서 집으로 올라왔다.
이건 마치. 아줌마가 된 구리한 느낌.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식사를 마치고.
위이이잉. 파란머리의 손수건을 빨아 드라이기로 말리는 중.
남자치고는 깔끔한 거네. 손수건도 있고.
너무너무 심심해서 예전 춘천집에서 정민이를 협박해 가지고 온 구린 티비나 보고있는데.
딩동딩동. 폰이 울린다.
이야 벌써 학교 끝날 시간이네. 빼먹은게 양심에 찔리긴 해도.
" 여보세요. "
[ 아 이 씹뽕할 너 왜 오늘 학교 안나오고 지랠이야 게다가 수업시간에 전화는 왜하는데.!!!! ]
" 헉. "
[ 닥치고너네집주소나읊어.!!!!!!!!!!! ]
두다다다. 전광석화처럼 말을 쏘아대는 라영이.
우 무섭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충 주소를 읊어주고 나니.
그냥 뚝 끊어버린다.
어쩌면 라영이가 집에 올수도 있겠구나. 헉.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마저 드라이기로 손수건을 말리는데,
쿵쿵쿵쿵 문이 부서져라 두들겨대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5분도 지나지 않은거 같은데. 맹렬하게 뛰어왔나 보구나.
(라영이는 육상선수였다.)
" 썩을놈의 지지배 문 안여냐.!!!!!!!!! "
" 열어어. 연다구. "
울상을 지으며 문을 열자마자 총알처럼 튕겨들어와서는 내 머리를 마구 쥐어박는 라영이.
제길. 이 기술에 걸려버리다니.
" 아퍼 놔줘어. "
" 닥쵸. "
울먹이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게냐.!!!!!!!!!!
그렇게 내 머리에 주먹질을 하던 라영이는 지치고 나서야 멈추었고.
사실 별로 아프진 않지만 그 충격이 겹쳐 얼얼한 머리를 쓰담으며 난 바닥에 털푸덕 앉았다.
" 왜 학교 안나온게냐. "
" 일어나 보니까 두시였어. "
" 너희 어머님께 일르겠다. "
" 아악. 라영아아.!!!!!!!!!!!!!!!!!!! "
무서운 기세로 핸드폰을 꺼내드는 라영이를 뜯어말리는데 십분.
완전히 탈진한 라영이와 난 티비 앞에 털썩 누웠고.
땀이 흐르는 얼굴을 슥슥 훔쳐내던 라영이는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주워 땀을 닦는다.
저...... 저 망할년.!!!!!!!!!!!!
" 아악씹팔.!!!!! 너그거 뭔손수건인지 알고딱냐.!!!!!!! 말리는데 고생했는데.!!!!!! "
" 아 시끄러. 니꺼밖에 더있겠냐. "
" 아 그거 파란머리 차윤꺼라고오. "
잠시 멈칫하는 라영이. 그래 이제 니가 빨아말려라.
으캬캬 으캬캬. 넌 고생쫌 하게 될것이야.!!!
흐흐 웃고있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눈을 빛내며 손수건을 얼굴에 마구 문대는..?
저 저년이.!!!!!!!!!!!!
" 그런거라면 더 닦아야징. 흐흐 이런기회가 쉽게오는게 아니야.!!!! "
" 아 미친 그만 못해.!!!!!!!!! "
결국 내 모진 손바닥에 등짝을 서너대 얻어맞고 손수건을 빨아 말리고 있는 라영이.
으하하 꼬시다. 입이 댓발 나왔구나. 흐흐.
툴툴대며 드라이기로 손수건을 말리는 라영이를 흡족하게 쳐다보고
물을 마시려고 부엌으로 향하는데. 다시또 울려대는 핸드폰.
발신자는. 착한친구윤이♡ 제기랄.
어제 실수한거 가지고 흠을 잡으려는 심산이야. 못된것들.
어쩌면 노란머리는.
' 내 등에 니 침까지 흘렸으니까 내 발을 닦아라 천한 노예. 존댓말쓰는거 잊지 말고. '
라고 말할지도 몰라. 아니면..
' 어제 업고 들어가느라 디스크가 걸렸다. 병원비에 정신적 피해보상금. 약값까지......... '
이런식으로 돈을 뜯을지도 몰라.!!!!!!!!! 어쨌든 받긴 하자.
" 여... 여보세요.!!! "
[ 나빈아. 나야. ]
" 으.. 응.? "
[ 나라구. 윤이. ]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너무나 친근하게 날 불러대는 파란머리 윤이.
벙찐 얼굴로 서있자니 이때다 하고 드라이기를 팽개치는 라영이. 다시 들지않으면 죽일테다.
찌릿찌릿 노려보기도 잠시.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윤이의 밝은 목소리에.
히히 웃으며 찰칵 폰을 닫았다.
[ 시간 있지.? 이따가 시내 베스킨라빈스 앞으루 나와. 놀자. ]
" 아. 나 지금 다른 친구랑 있는데. "
[ 데리구 나와. ]
라영이같은 몹쓸년을 위해준다는게 맘에 걸리지만.
어쩌겠어. 친구인데 쳇.
내 말을 전해들은 라영이는 허락도 없이 남의 방 장롱을 열어제끼고 이것저것 옷을 고르는 중.
친구도 아니야 나쁜년.
겨우 내가 제일 아끼는 옷을 뺏어들고는 얼른얼른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 베스킨 라빈스랬지.? 까오 어쩜좋아. 넘모 두근거려. "
" 지랄말고 갑세. "
옆에서 립글로즈가 발라진 입술을 오물거리며 주절대는 라영이.
정말로 입을 한대 쳐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살짝 노을이 내려앉는 저녁. 내 옷(-_-)으로 쫙 빼입은 라영이와, 그에비하면
뭐 평범스런 나는 베스킨라빈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
" 나빈아.! 여기. "
베스킨라빈스 앞에서 손을 휘 흔드는 윤이. 라영이는 재빨리 머리를 추스리고.
당당하고 도도한 걸음로 또닥또닥 걸어간다.
저것도 내신발인데. 쳇.
이쁘게 옷을 입은 일진회 셋.
헌데 뭐가 이상한가 하면, 봄도 다 지난 5월에 멋으로 매는 스카프를 얼굴에 둘둘 두른 김이율과
모자를 아주 푸욱 눈도 안보이게 눌러쓴 노란머리 강민우.
그리고 쓰지 않던 안경까지 쓴 윤이까지.
단체로 쥐약을 드셨나.
" 헉. 뭐야 왜이래. "
" 여자들이 달라붙는건 귀찮아. 그 옆엔 친구.? "
" 응. 우리반 김라영. 오랜 친구야. "
" 반가워. "
" 나도 반가워. "
윤이와 김이율의 인사에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김라영이.
제길. 뒤통수를 내려치고 싶다. 내려치고 싶다. 내려치고 싶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데.
그제서야 모자를 벗고 스카프를 벗고 안경을 벗는 이 셋.
우리는 그때부터 살짝 오바해서 마구마구 시내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락실이며 시내를 마구마구 돌아다니던 우리는 결국 포토샾앞에 다다랐고.
사진을 찍기 싫다는 날 막무가내로 끄댕기기 시작했다.
" 오호호 사진찍자아.!!!!!! "
" 그래 김라영이. 우리 사진찍자. "
어느새 친해진 윤이와 라영이가 쿵짝을 맞추고.
김이율은 사진찍는걸 매우 좋아하는듯. 척척 들어가 버렸다.
개처럼 질질 끌려들어온 나와. 오만상은 다쓰고 서있는 노란머리.
그렇게 우리 다섯은. 어찌어찌하다 친해져버린 우리 다섯은.
첫번째 사진을 찰칵 찍고 말았다.
" 와. 김이율 너 잘나왔다. "
내 감탄이 섞인 말에 흐뭇하게 웃어보이는 김이율.
사진을 찍는다니까 얼떨결에 웃어버린 나와 행복하다는듯 웃고있는 셋.
그리고 인상을 쓴 노랑머리.
내가 손에 사진을 들고 멍청하게 서있는데 들려온 빨간머리의 말이.
눈부신 웃음을 보이는 그 잘생기디 잘생긴 김이율의 말이.
우리 넷을 모두 전멸시켜버리는 영광을 낳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멀쩡한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 그래. 이나빈. 맘에 들었어. 너 나랑 사귈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