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대 대선주자 뜬다… 헤일리 2위로, 뉴섬 국가수반급 행보
바이든-트럼프 고령 대결속 주목
‘공화 큰손’ 코크 형제, 헤일리 지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지명 관측도
뉴섬, 시진핑-네타냐후와 잇단 회동… 30일 디샌티스와 불법이민 토론
각각 고령, 사법 위험 등에 처해 소속당 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미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에서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내세운 50대 대선 주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보수 성향 억만장자 코크 형제의 지지를 얻은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51)가 성, 인종 의제 등에서의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과 기행에 지친 보수 주류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미 50개 주 중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주를 이끄는 개빈 뉴섬 주지사(56)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각각 중국과 이스라엘 현지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등 국가수반급 행보를 이어가며 바이든 대통령의 유사시 대체재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두 사람의 급부상이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 양상으로 흐르던 내년 미 대선 구도에 파란을 일으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공화당 큰손’ 코크 형제, 헤일리 지지
헤일리 전 대사는 올 2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지도자가 되기 위해 80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젊음’을 강조했다. 누가 봐도 트럼프 전 대통령(77), 바이든 대통령(81)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인도계 이민 2세인 그는 성, 인종차별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백인 남성 정당의 이미지가 강했던 공화당의 색채를 희석시켰다. 최근 공화당 대선 주자를 상대로 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보수 성향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PA)’은 28일 헤일리 전 대사를 내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APA는 성명에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검증된 지도자가 필요하다. 헤일리의 승리는 트럼프와 바이든을 동시에 몰아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절대 찍지 않을 중도, 온건파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APA는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이며 1980년대 이후 공화당을 후원해 온 찰스 &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설립했다. 두 사람은 에너지, 금융 전문 복합 기업이자 미국 2위 비상장기업인 코크인더스트리를 소유했고 자유무역, 감세, 환경규제 완화 등을 중시한다.
코크 형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보호무역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번 경선에서도 당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할까 고려했으나 최근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트럼프 대항마’로 헤일리 전 대사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는 “APA의 지지를 얻어 영광”이라고 반색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헤일리 전 대사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뉴섬, 연일 국가수반급 행보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공식 선언을 하진 않았으나 연일 국가수반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6일 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도 회동했다. 특히 시 주석은 다른 나라의 고위 관계자를 만날 때 일종의 ‘하례’를 받는 모습을 종종 연출하지만 이날은 나란히 앉았고, 뉴섬 주지사는 편안하게 다리도 꼬았다.
뉴섬 주지사는 30일에는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숀 해니티의 주재로 디샌티스 주지사와 90분간 토론도 벌이기로 했다. 뉴섬 주지사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플로리다로 몰려든 중남미 불법 이민자를 버스에 태워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로 보내자 이를 줄곧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가 승낙해 토론이 성사됐다.
폭스뉴스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징색인 빨강과 파랑을 빗대 이날 토론을 ‘빨간색 주 대 파란색 주의 논쟁’이라고 명명했다. 뉴섬 주지사가 이번 토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