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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째 생일을 맞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 조정연에게
너만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
<너와 나, 그 사이의 알 수 없는 간격>
여름비가 살랑살랑 내리는 날, 해가 기울어져 반팔을 입은 팔뚝이 살짝 시리기 시작한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산을 들고 혼자 밤길을 걸었다.
"춥네…."
팔뚝을 매만지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다진은 빗소리를 듣기 위해 끼고 있던 이어폰을 뺐다.
습- 하- 깊게 숨을 들이쉬고, 훌훌 숨을 뱉어버렸다. 다진은 비 냄새를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비 오는 하늘을 굉장히 좋아했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만 바빴지, 정작 그 물의 근원인 하늘은 쳐다보질 않았다.
그래서 다진은 그 하늘을 좋아했다. 언제 떨어지는 지도 모르게 내 눈에 툭툭- 떨어지는 그 감촉을.
"춥다…."
고개를 젖혀 눈을 감고 있던 다진은 한 번 더 중얼거렸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 고독은 언제부턴가 그녀를 갉아먹고 있었다.
*
그 다음 날, 다진은 1시에 있는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 억지로 일어나 준비를 하고 감지 못한 머리에 대충 모자를 쓴 뒤, 바깥
으로 나왔다. 이어폰 소리를 최대로 키우고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기던 다진은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 음악 소리에 묻혀서 사람들과 자신이 괜히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만 흑백 속에 사는 것
같았다.
콰앙-
그리고 그 때, 음악 소리 이외에 굉음이 들렸다. 다진은 단박에 고개를 돌렸다. 사거리에서 신호 위반을 하고 급하게 달려오던
차와 제 길을 가던 차가 부딪히고, 길을 지나가던 한 여자도 치인 것 같았다. 다진은 끼고 있던 이어폰을 뺐다.
"꺄악-"
"어쩜 좋아. 119!! 119!!"
"아가씨! 괜찮아요?"
이어폰을 빼자마자 세상의 소리가 들렸다. 끔찍한 비명과, 기분 나쁠 정도로 선명한 피의 색깔. 다진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얼른 몸을 돌려 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은…새야! 하은새!!"
하지만 다진은 한 남자의 목소리에 다시 몸을 돌렸다. 차에 치인 여자를 부여잡은 남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정신을 차리
지 못하고 있는 여자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삐뽀삐뽀
몇 분 뒤-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도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호 위반을 하고 달려온 차에 탄 사람은 거의 부상을 입지 않았고,
다른 차에 탄 30대 중반의 여성 1명과 8살짜리 남자 애가 하나 중상을 입었다. 제일 많이 다친 것은 은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였다.
다빈은 앰뷸런스에 탄 남자와 여자를 본 뒤에서야 다시 역 안으로 발을 옮겼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피와 사고를 보아서 소
름끼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웃기게도 다진은 그 여자가 부러웠다.
'피식- 서다진, 사고라도 나고 싶다 이거냐.'
다진은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지만 그 생각은 별로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전철을 얼마 있지 않아 왔고, 그녀는 세 정거장을 지
나 학교 앞에 도착했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다진은 쓰고 있던 모자를 푸욱 눌러쓰고 교정을 빨리 지나가기 위해 거의 뜀
박질을 하다시피 했다.
"쟤 호영 선배 찼대요."
"호영이?"
"네. 뭐가 그렇게 잘나셨는지. 원참, 아님 맞장구를 쳐주질 말던가."
"뭐 숨겨 놓은 애인이라도 있나보지."
"공부는 하나도 안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성적은 만날 1등이야?"
"학년 부장이랑 썸씽있다는 소문도 있던데. 시험지 빼돌린 거 아니야?"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리는 소리들은 다진을 못 살게 굴었다. 그녀는 빼놓았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았다. 그녀가 항상 MP3
를 챙기고 다니는 이유기도 했다.
처음에는 조금 괜찮다 싶던 아이들도, 자기가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 다진을 좋아한다고 하자마자 바로 뒤돌아서 버리고,
억지로 끌려나와 한 번 술자리를 갖기만 하면 남자들은 들러붙고, 그 다음 날이면 건전한 술자리도 미국의 클럽 파티정도로
부풀려진다. 물론 그 모든 사건의 주인공은 다진으로.
3년. 그쯤이면 모든 소문도 잠잠해지고 그만 건들 때도 됐건만, 고3이 돼서 스트레스가 더 심해져 풀 곳이 필요했는지, 걸핏하
면 다진을 걸고넘어지는 아이들이었다.
고등학교란 것이 아무리 커도 한 울타리 안이라 다진 같은─소위 학교 퀸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아이들의 하루 일과 쯤이야 거
뜬히 알아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초등학생들보다도 더 유치한 인간관계가 고등학교에 있는 격이었다. 수업에는 들어갔지
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주머니 속에 넣어놓은 휴대폰이 징징 징글맞게 울어대고 있었다. 액정에 '강호영 선배'라고 떴다.
"젠장…."
다진이 낮게 욕을 내뱉자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다진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는 핸드폰 배터리를 빼버
렸다. 그냥 닥치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 다진을 계속 건드리는 호영이 예뻐 보일 순 없
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은 다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 갠 다음 날의 하늘은 참 예뻤다. 문득 중학교 때의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정말 매일 웃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던 나날들이었다.
'피식-'
그러나 자조적인 웃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다진은 왔던 길을 되돌아 역 3번 출구로 다시 나왔다. 아침에 사고가 났던 자리에 흰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는
게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다. 아침에는 그렇게 동요하던 사람들도 평안을 찾고, 평소의 부산함으로 돌아가 있었
다. 다진은 그게 맘에 들지 않았다.
맑은 하늘 아래 여우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다진은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
다. 여자를 부서질 듯 안은 채로 울고 있던 남자의 얼굴. 슬픔? 절망?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인 눈물이었다. 그리고 그 때, 무슨
생각이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아! OO병원!'
다진은 꼭 그 여자를 아니, 그 남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병원도 모르면서 그 환자의 보호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근에는 큰 병원만 옆 동네까지 포함하야 3군데가 있었고 말이다.다진이 버스를 타지도 않고 계속 뛰어
다니는 게 하나님은 불쌍히 보이지도 않았는지, 지칠대로 지쳐 이젠 오기로 걷고 있는 다진은 뒤에서 보면 언뜻 물에 절은 좀비
같았다.
터덜… 터덜…
옆 동네 큰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그녀는 XX병원 로비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는 놀라서 부축해오는 안경을 낀 간호사에게
숨을 헐떡거리면서 물었다.
"오,오늘, 하아… 오전 12시 반쯤에… 흡… 저기… 한파 네거리에서 사고 당한… 여자… 여기… 하악 있나요…."
말을 힘겹게 마치는 다진을 보면서 간호사는 놀라면서 바로 카운터 위에 있는 차트를 뒤졌다. 간호사는 침착하고 빠르게 차트
를 보면서 다진을 향해 물었다.
"저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은…새야! 하은새!!'
그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것 같았다. 다진이 '하은새'라고 말하자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급실을
가리켰다. 드디어 찾았다. 하지만 간호사의 표정이 좋진 않았다.
"지금 조금 위중한 상태에요. 보호자…신가요?"
"네? 아, 아니요. 친구…에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짓말을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옆에 있던 남
자를 찾으려고 이렇게 병원을 3군데나 뛰어서 돌아다녔어요.'라고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지금은 들어가지 못하시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앉을 곳을 찾다가 볕이 잘 들어오는 응급실 바로 건너편에 한적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이젠
병원에도 그럴 듯한 카페가 있었다. 환자를 위한 것은 절대 아닌 듯한 카페─카페인과 설탕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가 오아
시스로 보인 다진은 자리에 철퍽- 앉았다. 다리의 힘이 쫘악 풀려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주문하시겠어요?"
곧 종업원이 메뉴판 들고 왔다. 다진은 뒤질 것도 없다는 듯,
"딸기 쥬스요."
라고 딱 잘라 말해놓고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앉았다. 숨을 고르고 있자니 건너편에 응급실이 계속 눈에 밟혔다.
'젠장, 찾아서 어쩌자는거야.'
비 오는 날 그렇게, 땀을 흘리며 뛰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신조차 이해가 가질 않아서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툭- 툭
그러다 옆 테이블에서 커피에 각설탕을 넣는 소리가 계속 들리자 다진은 힐끔 옆을 쳐다보았다. 딸기쥬스가 테이블 위로 놓여
졌으나, 다진은 그것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어?!"
그 남자였다. 자신이 찾고 있는. 지금쯤이면 분명히 여자의 손을 잡고 옆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그는 멍하니
커피에 각설탕만 계속 집어넣고 있었다. 꼭 각설탕에 커피를 부은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토옥-토옥- 다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쳤다. 어떤 말을 해야 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제야 발견한 딸기 쥬스를
빨대로 쪼옥- 마시면서 응급실과 남자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이제는 커피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가 불안해보였다. 그가 불완전해보였다. 다진은 문득 남을 걱정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
다 다시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남들이 보면 정신에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일 정도로 부산스러
웠다.
타악- 팽그르르-
사기잔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정신을 차린 다진이 벌떡 일어났다.
"괜찮아요?"
결국 커피잔을 엎어버려 커피와 설탕이 그의 셔츠와 바지에 떨어졌다. 종업원이 오기도 전에 다진이 먼저 놀라 그에게 휴지를
내밀었다. 자기가 말을 걸었으면서도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오히려 남자가 담담한 표정을 하고 다진을 올려다보았다. 처음으
로 마주친 눈은 공허감에 휩싸여 있었다.
'될대로 되라지.'
다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찌됐든 계속 옆자리에서 훔쳐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고, 기왕 이렇게 눈까지 마주친 거 앞
에 앉기나 하자는 속셈이었다. 비어있는 남자의 맞은 편 자리에 떡하니 앉아버린 다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자는 꼭 다진이
무슨 말을 해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은 서다진이에요."
먼저 통성명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신의 테이블에 있던 음료수를 가져와 벌
컥벌컥 마셨다. 아침부터, 아니 요 몇 년간 무기력하던 마음이 조금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사고를 보고 왔어요."
"…아? 은새…를 알아요?"
처음으로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슬픔이 베어있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느낌. 다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
"…."
침묵. 남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진도 마찬가지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와서 당신의 앞에 앉아있는지에
대해 말을 하려고 했으나, 그 이유는 자기 자신도 잘 정의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럴 듯한 말들로 포장조차 할 수 없었다. 남
자가 조금 당황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내색이 없자 다진은 조금 안심했다.
남자의 비어있는 눈동자와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 그리고 뛰어다니는 인턴들과 간호사. 거적문에 돌쩌귀처럼 어울리지도 않는
이 병원 안에 있는 카페는 혼자만 여유롭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침묵. 처음 보는 사람과의 침묵은 어색할 법했지만, 다진은 한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편안함과 함께 머릿속에서는 옛
날 그 이야기가 흑백 필름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
고등학교 1학년 초 즈음의 일이었다. 시험 기간이라 일찍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소리가 현관문 바깥에
서부터 들려왔다.
'저녁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구나.'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함께 맞으면서, 그 뒤에는 아버지는 집을 나가셔서 하루 종일 안 들어오시고 그 때, 자신은 엄마의
한탄을 들을 것이다. 이젠 너무나 뻔히 답이 보이는 나중의 일이었다.
다진은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그녀는 마땅히 생각나는 아이의 번호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같은 반 친구가 오늘 결석을 한 것이 생각이 났다. 입학식 때부터 함께 다니던 새롬이었다. 그녀의 집이 얼마 멀지 않다는 것까
지 계산해서 다진은 계단을 잽싸게 내려가 새롬의 집까지 열심히 뛰었다. 왠지 엄마의 비명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새롬이 있어요?"
쭈뼛쭈볏, 조금 쑥쓰러운 듯 말하는 다진을 보던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집 안으로 들여보내주셨다. 쇼파에 앉아서 새
롬을 기다리던 다진은 아주머니께서 내주신 오렌지 주스를 홀짝홀짝 들이켜고 있었다. 컵의 1/3을 비워가고 있을 즈음 잠옷차
림의 새롬이가 눈을 부비면서 나왔다.
"어? 다진아 웬일이야?"
"아, 네가 학교에 안 나왔길래. 무슨 일 있나 해서."
다진은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을 반기는 새롬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는지 말이 조금씩 끊어졌다. 새롬은 키득키득 웃
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픈 척 좀 했지. 어제 시험공부 하나도 못 했거든."
"독서실 간다고 하지 않았었어?"
"영준이랑 놀이공원 다녀왔어. 일단 방으로 가자."
뻥져 있는 다진을 재촉하면서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방으로 들어가는 새롬이었다. 다진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쫄래쫄래 새롬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돼지우리가 따로 없었다.
"편하게 있어."
편하게고 뭐고, 앉을 데가 침대 위밖에 없었다. 다진은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새롬은 사탕을 빨면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방
을 둘러보던 다진은 책장에 꽂혀있는 앨범들이 눈에 들어왔다.
"앨범… 봐도 돼?"
"응? 아 봐."
새롬은 대충 말하고는 계속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중학교 때의 새롬은 지금보다 머리가 훨씬 길고 약간 청순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다. 지금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남자아이들일 것이다.
"어?"
"왜?"
사탕을 입에서 빼며 새롬이 말했다. 얼굴을 쭈욱 빼서 앨범을 들여다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자를 뒤로 뺐다.
"아~ 강하운?"
"얘… 너희 학교 나왔어?"
"응. 에? 넌 이번 해에 전학 왔다면서 어떻게 알아?"
"…헤에. 길 지나다니면서 봤던 정도?"
"무섭다, 야. 그런 걸 다 기억하고."
새롬이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면서 말했다. 다진이 사진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첫사랑이었으니까."
새롬은 다진의 말에 꽤나 놀란 것 같았다.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진은 사진을 보고 피식 웃다가 새롬이 어머님의
부름으로 잠깐 거실에 나간 사이에 앨범 뒤에 그의 번호를 확인해 핸드폰에 저장을 했다. 순식간에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일어
난 일이라, 다진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후에 그에게 연락을 한 게 그렇게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지는 몰랐다.
새롬의 집에서 번호를 알아낸 뒤, 일주일 동안 다진은 그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거의 포기하고 있던 중에 선생님
의 심부름으로 터벅터벅 교무실로 내려갔다. 교무실 문을 열고 옆 반 선생님의 자리로 가서 출석부의 싸인을 받고는 인사를 한
뒤, 나오려고 문에 손을 대자마자 굉음을 내면서 문이 열렸다.
"아- 아! 선생님! 잘못했다구요! 제가 그럴 줄 알았나요!?"
다진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아이었다. 같은 학교였던 것일까.
'새롬이도 몰랐나보네'
그 때 다진은 새롬이 왜 자신에게 같은 학교라는 걸 알려주지 않았는지, 조금 생각해봤을 필요가 있었지만, 다진은 그를 만났다
는 것 자체에 '운명!'이라며 그가 든 동아리까지 가입하게 되었다.
동아리는 실로 다진과 하운을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모임을 핑계로 다진이 용기를 내어 연락을 하자 하운은 흔쾌히 답장을 보
내주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던 다진은 욕심을 갖기 시작했
다.
그리던 어느 날, 다진이 하운에게 용기를 내어 밥을 같이 먹자고 말해 볼 생각이었다. 평소에는 전혀 좋아하는 내색없이 장난을
치고 일상적인 대화만 나눴던지라, '혹시라도 거절당하면 어쩌지'라는 약간 걱정스런 마음으로 문자를 천천히 쳤다. 자연스럽
게, 어색하지 않도록.
「여어! 뭐해?」
일단은 평소처럼 말을 거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러면, 평소처럼 바로 답장이 오겠지. '그냥. 넌 뭐해?'라고. 두근거리는 마음
으로 수업시간 내내 필통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혹시
안 보내진 걸까 해서, 다시 한 번 보내보았지만, 메신저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주말이 지난 뒤 학교에 간 다진은 주말 내내 연락이 안 된 새롬과 하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녀의 책상 앞으로 갔다. 하
지만 다진은 자신이 반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새롬의 행동도 달라졌단 걸 눈치챘다.
사람. 그건 참 무서운 것이었다.
주말 사이의 이 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진은 자신의 대해서 무척이나 질 안 좋은 소문이 퍼졌단 사실을 알게 되
었다. 점심시간 때 밥을 먹지 않고 컴퓨터실로 올라간 다진은 문제의 반 홈피로 들어갔다.
'이거 서다진 맞아?'
'헐. 저 옷은 어디서 샀냐. 아주 다 벗어라 벗어'
남자들과 엉켜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진. 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사진이었다. 게시물은 여러 개 있었다. 조횟수도 엄청났
고, 댓글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진이 찍힌 것 이외에 다진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
다. 그리고 그 밑에 댓글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얘 강하운 집까지 몰래 쫓아가고 그러던데」
「헉, 스토커?」
「동아리도 강하운 때문에 들었다는 소문도 있음」
그 아래로 갈수록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과, 사실무근인 추측들이 난무했다. 다진은 컴퓨터를 강제종료 시켰다. 하운이 왜 자
신을 피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누가 이런 글을 올렸을지도 조금 짐작이 갔다. 다진이 하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다진은 화를 내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은 진작 느꼈으니까. 그냥 조용히 있었다. 억울했지
만, 그녀는 주먹을 쥐고 입을 다물었다.
그 날, 축 쳐진 어깨로 멍하니 눈물을 흘리면서 집에 도착한 날. 여느 때와 너무나도 다르게 다진의 집은 너무 조용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그냥 다른 데서 자고 올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갈 곳도 돈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그녀가 원하던 대로 집이 조용
하니, 뭔가 불길한 느낌만 들었다.
다진이 슬플 때 아빠는 엄마를 때렸고, 그녀는 더 슬퍼졌다. 엄마는 그녀를 사랑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었나보다. 다진이 가족 이외의 람에게 처음으로 다쳤던 그 날, 엄마는 그녀를 떠났다.
그녀는 모든 걸 포기하기 시작했다. 모든 걸 닫고, 믿지 않고 경계했다.
몇 주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던 소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학기가 지나고 해가 지날수록 부풀어져만 갔다. 아이들도 그
소문들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나의 답답함을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으
로 푸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다진아."
하운 이후로 몇 명 그녀에게 다가왔던 남자들은, 다진의 차가운 행동에 '싸가지 없다', '자기가 뭐 잘난 줄 아느냐'라는 몇 마디
의 가시를 그녀에게 박아놓고 떠났다. 시간이 지나자 그런 소문을 잠재우자는 의욕도 사라졌다. 그렇게 점점 다진이 식어가고
있을 때 다가온 사람이 호영이었다.
처음 호영이 다진을 만났던 건, 입학식 때였다. 학생회장이었던 호영은 자신이 연설하던 중에 계속 졸고 있던 다진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쟤 뭐야'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선생님의 목소리에 놀라서 큰 눈을 동그랗게 치뜨면서 안 조는 척하는 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녀가 웃는 걸 보았을 때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것이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욕을 먹으면 기분이 나쁘면서도 그 여자를 다
시 보게 되었다. 처음 호영이 다진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는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복도를 지나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자 과
연 그게 진짤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번에 자기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린 뒤로는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
게 되었다.
"아, 선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 옥상 가?"
"네. 머리 좀 식히려고요."
"요즘 희한한 소문들이 많이 떠돌긴 하지. 같이 가줄까?"
"괜찮아요. 선배까지 꼬셨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안녕히 가세요."
처음에는 인사도 거의 받지 않던 다진과 이만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호영은 다진의 시니컬하
면서도 여린 면에 끌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너무 깊어져서 다진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 봤을 때부터 쭉- 좋아했어. 네가 받아들이기 힘들진 모르지만 알아줬으면 해. 토요일 저녁 6시에 거기서 기다릴게."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공개고백이었다. 학교 라디오로 점심시간에 띄우는 음성 편지, 하지만 그걸 다진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번엔 호영이야?"
"거기가 어디니? 너희 집이야?"
지나가는 여자 선배들은 족족 다진의 어깨를 치면서 호영에 대해 걸고 넘어졌다. 다진은 모든 것에 힘이 빠져버렸다.
"나도 여자야. 힘들 때 계속 웃으면서 옆에 있어 준 그 사람에게 끌리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그 사람한테 나 좋아해달라고 빌
었니? 그런 식으로 나 곤란하게 만들 고백 해달라고 사정했어?"
라고 소리 칠 힘도 없었다. 호영이 말한 '거기'는 아마도 그들이 가장 자주 만났던 옥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요일 날 6시,
그녀는 옥상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
"당신은 왜 울어요?"
한참의 침묵을 먼저 깬 건 남자였다. 멍하니 넋을 놓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던 다진은 갑작스런 물음에 약간 당황스러운
듯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 아… 음."
남자는 꽤나 여유가 있어졌다. 그의 앞엔 각설탕으로 가득 찬 커피 대신, 멀쩡한 아메리카노가 한 잔 놓여있었다. 남자는 먼저
말했다.
"나는 나 때문에 울어요."
씁쓸한 미소였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다진을 순식간에 정리 시켜주는 말이었다.
"나도…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그 말이 갑자기 공감이가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남자는 다진의 말
에 대답하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혼자 독백처럼 내뱉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세상 물정 하나 모르고, 나밖에 모르고, 나 때문이면 자기 그림도 몸도 다 상관없어서 조금씩 그
아이한테 질리기 시작했어요. 7년… 엄청 긴 시간이죠.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이라는 데,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점점
상해는 것 같았어요."
남자는 조금씩 천천히 말을 뱉어냈다. 다진은 그를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탁자 위에 놓인 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니까, 눈에 보이는 게 여자더라고요. 매력적이고, 섹시하고, 자기 일이 가장 먼저인 여자들
이 너무 많더라고요. 집에 오니 보이는 게 은새의 흔적인데, 그 은새의 흔적이 답답해지기 시작했어요. 바람을 피던 말던 그냥
바보 같이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싫었어요. 나를 보면서 울듯이 쳐다보는 그 눈이 미웠어요."
그가 한 박자 쉬었다. 잔을 조금 오래 입에 대고 있다가 떼었다.
"그래서 손을 올렸어요."
다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울고 있었다.
"여자를 때린 건 처음이었어요. 한 번 때리고 나니까 계속 때리게 되더라고요. 최악이죠?"
그는 웃었다. 눈에 고여있던 눈물 몇 방울이 한 번에 투욱 하고 떨어졌다. 각설탕처럼.
"그래도 웃더라고요. 그래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내가 안되겠어서. 점점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게 무서워져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은새가 처음으로 울면서 싫다고 안 된다고 화를 냈어요. 밖에서 계속 기다리는 은새를 버려
두고 나는 하나하나씩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어요."
다진은 은새의 그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했다.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하나하나씩 없애고 나니까… 남는 게 없더라고요."
뭘까 이 아이러니는. 기억 속에 단 한 사람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자와, 이젠 한 사람조차 받아줄 사람이 없는 여자의 만남, 그
리고 그 알 수 없는 공감은.
"오늘은 병결을 내고 집에서 쉬려고 했어요. 그리고 닫아 놓았던 핸드폰을 습관처럼 켰어요. 문자랑 전화가 한 가득 와있었어
요. 옛날 친구들의 원망이 담긴 문자와 은새의 문자. 그 때부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남자는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자 하나가 딱 오더라고요. '미안. 이젠 귀찮게 안할게.'"
"예상대로라면 기분이 후련해야 했는데 오히려 나빠져 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빠앙-하고 밖에서 차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어요. 기분은 점점 더 나빠져 갔고, 난 커튼을 젖혀서 무슨 일인지 살폈어요."
다진은 눈을 감았다. 아침의 사고 광경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내가 사줬던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은새가 피로 물 들어있었어요."
"7년이라는 게 내가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은 시간인데, 내 기억 속엔 그 7년이 전부였나봐요."
툭- 눈물이 흘렀다. 그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와 카페의 여유로운 음악과 사이렌 소리가 엉켜 들려왔다.
"그 때 알았어요. 여자들 때문에 바보 같이 착한 은새가 미워진 게 아니었어요. 그건 핑계였어요. 어쩜 나는 쌓여왔던 스트레스
를 은새한테 풀었던 건지도 몰라요. 그냥 은새한테 질린 게 아니라, 이 여자가 날 떠나지 못하는 걸 아니까 마음 놓고 샌드백 취
급한 걸지도 몰라요. 내가 그렇게 밑바닥이란 걸 알았어요."
사람이란 게 참으로 간악하여 진실은 저 속으로 숨기려 든다. 그리고 그럴싸한 핑계로 진실을 감추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자신의 잘못과 추악함을 숨기기 위해 사람에게 독을 뱉어버린다. 그리고 후회를 한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자신에게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사랑도 아픔도.
"아침부터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은새의 손을 잡고 있어도 되는가. 내가 잡고 있는 동안 은새가 죽으면 어떡하지. 그 하얀
얼굴이 아예 홍조를 잃고 사라져버리면 어떡하지. 나는 또 나만 생각했어요. 내가 힘들 것 같아서 난 계속 여기 앉아있었어요.
추억이,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어요. 웃음이 나다가 눈물이 흐르다가 마음이 아파졌어요."
이것이 그의 이야기의 마지막인양 그 뒤로 꽤나 오랜 시간의 침묵이 다시 흘렀다. 그러다 다진이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어버렸
다.
"그래도 은새…라는 그 분은 당신이 울어주잖아요."
이 말을 내뱉었을 때, 다진의 말투에는 질투가 묻어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녀 주위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부모는
자길 버렸고, 친한 친구 하나 없고, 중학교 때 그나마 친했던 아이들은 상경한 뒤 다 뿔뿔이 흩어졌다. 자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자신을 그리며 울어 줄 사람은 없었다.
"날 위해 울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진은 조소를 흘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남자는 창밖을 보고 있는 다진을 올려다보았다. 동글동
글 예쁘게 생긴 아이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지금보니 20살도 안됐을 것 같았다. 저 어린 나이에 뭐가 저렇게 근심이 많을
까라는 의문부터 들었다. 하지만 그가 물어보기 전에 다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쪼끄만게 뭐가 그렇게 힘드냐, 라고 생각하고 있죠?"
"…."
"생각보니까요. 어렸을 적엔 어른들의 세상에 뛰어들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무서워졌어요. 처음에는 내 미래가 막
막해서 무섭고, 그 다음에는 어른들의 세상이라는 게 너무 삭막하고 냉정한거라 두렵고, 그 다음에는 그 어른들한테 다치니까
아프고,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될까봐 가슴이 답답해요."
"…."
"사람 일이란 게 나이순으로 힘이 드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는 그게 거꾸로 왔나봐요."
다진의 머리카락이 창문 틈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 커피 잔을 비운 그가 말했다.
"시간은 빨리 흘러가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내가 하루하루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도 기억을 못하게 돼요. 꼬맹이. 당신은
슬프고 무섭고 두려워해야 할 시간보다, 기쁘고 기대하고 웃어야 할 시간만 기억하면 돼요."
남자는 자신의 헤어진 여자친구가 응급실에 누워있는,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분명 신경조차 쓸 수 없는 상태였지만 다진
에게 이 말만은 꼭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사실 그 말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은새님 보호자분!"
간호사가 크게 소리쳤다. 남자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머뭇거렸다.
"가야 할 곳을 찾았죠?"
남자의 떨리던 손이 멈췄다.
"얼른가요."
다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없이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손- 다시는 놓치말아요!"
다진이 소리 쳤다. 남자는 잠시 멈춰 서서 뒤돌아보고는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
'기쁘고 기대하고 웃어야 할 시간만 기억하면 돼.'
"웃어야 할 시간만…."
다진의 눈에서 빗물 같은 눈물이 투욱- 떨어졌다.
*
그 뒤로 다진은 30분 정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지만, 남자는 나오지 않았고 카페가 문을닫을 준비를 하는 바람에 그녀는 곧
병원을 나왔다. 한 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가다가 병원 쪽으로 고개를 한 번씩 돌렸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터벅터벅- 그녀가 걸을 때마다 물이 튀겼다. 하지만 물의 촉감 따위는 무뎌진지 오래다. 오늘 중 단
한 번도 우산을 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온 몸이 젖은 상태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고, 기계적으로 버스를 탄 뒤 자리에 앉아 슥슥 스쳐지나가는 거
리 풍경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집이 가까워지자 내릴 준비를 하고, 부저를 누르고 버스에서 내렸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
문득 새삼스러워졌다.
집에 거의 도착하자 다진은 습관적으로 문에 귀를 대어보았다. 조용했다. 엄마가 떠났던 그 날처럼. 다진은 열쇠로 문을 조심스
럽게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웬일로 집에서는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를 닮은 향기가 났다. 다진은 그 향기를 맡음
과 동시에 몸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물‥ 물…."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다진은 손을 허공에 더듬으면서 '물-'을 외쳤다. 그리고 곧 차가운 사기잔이 입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바로 물을 들이 삼켰다. 물을 마시려고 몸을 일으킨 다진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
숨을 깊에 들이쉬었다 내쉰 다진은 주위가 꽤 산만하다는 게 느껴져,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다
시 손으로 눈을 비비고 방을 둘러보았다.
"괜찮아?"
방에는 엄마를 비롯해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잊고 있던 친구였다. 다진에게 물을 건네주었던 건 머리가 긴 여자아이였는
데, 그녀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꿈은 아니지?"
자기가 죽은 건 아닌지 진정으로 걱정이 된 다진은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진의 말에 아이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 이제
야 안심이라는 듯.
"왜? 왜.. 모두 여기 있는거야?"
"지난주에 양평에서 아주머니랑 어쩌다가 마주쳤어.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
다진의 엄마는 친정에서 얼마 멀지 않은 양평, 그러니까 다진이 서울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 가 있었다. 예전에 다진이
찾아갔었을 때는 찾지 못한 걸 보니, 이곳 저곳 돌아다니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진의 옛 친구들을 만났다. 무슨 인
연이었을까. 초췌해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란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다진은 잘 지내냐고 물었고, 그녀는 죄스러운 얼굴로 알
수 없는 슬픈 미소만 지었다. 그 후, 계속 그녀를 찾아간 수연이 사정을 알고는 방학이 되자 어머니를 설득시켜서 다시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다진은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바보들 아니야."
다진은 친구들의 무모함에 뭐라고 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함께 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다진 하나를 보기 위해, 상경한 것이었다. 곧 다진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평소에 차
갑고 피부를 따갑게 만드는 눈물이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툭-
"어머. 얘 운다."
"와 서다진 우는 건 처음 보는데?"
"사진 찍을까?"
그 말에 다진은 반사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인터넷에 올리려고 그러지!?"
이제 인터넷이라면 연예인보다도 더 질색하는 다진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재미들린 아이들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더 놀리기
위해 몰려들었다. 다진은 눈물을 훔치며 오만상을 찌푸리더니 이불 안으로 숨어버렸다.
"자자! 다진이 저래보여도 나름 환자라구. 우린 나가있자."
수연이 말했다. 그에 아이들은 저마다 분위기 파악을 했다는 듯, 다진에게 좀 있다 동네 구경 좀 시켜달라며 나갔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안에 둘만 남았다.
엄마와 딸. 징그러운 정적이 흘렀다. 그 남자와의 정적과는 사뭇 다른 침묵이었다.
다진은 왜 나갔었냐, 왜 날 버리고 떠났었느냐, 왜 이제야 왔냐는 질문 없이 잠시 멈췄던 눈물을 조금씩 조금씩 쏟아내고는 이
내 소리를 높여 울기만 했다. 질문은 필요하지 않았다.
'난 혼자가 아니야.'
복잡한 감정이 머리와 가슴을 지나갔다. 왕따고 지탄이고 사실 자기만 무시하면 다 된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인간이었다. 혼자서는 모든 게 약해지는…. 기댈 곳이 필요했었다. 어쩌면 그 남자에게 기대고 싶었었는지도 모르고, 호
영에게 기대고 싶었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노력했었다면 해결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비켜가고, 욕심내지 않고 한 발자국씩만이라도 나아갔
었으면 새롬과 같은 아이쯤은 금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나아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아가는 척 하면서도 자기 연민에 빠져 그냥 불쌍한 척만 하
고 있었다. 실은 누구보다도 사람들이 봐주길 원했다.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날 버리고 갔으니, 나 따위는 다 잊고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지났으니 친구들은 모두 날 잊었을 것이라고,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남자아이들도 모두 나를 욕할 것이라고 생각했
다.
외로움과 고독과 절망이라는 틀에 갇혀 나만 혼자고 나만이 슬프다는 생각에 잠겨 하나를 더 잃어버리면 어쩌나 놓치지
않으려고 꼭 쥐고 있다가도 다시 새어보면 셈이 모자랐다.
"누가 훔쳐간거야? 누가 내게서 뺏어간거야?"
소리치고 발악해보아도 아무 소리도 나질 않았다. 꼭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는 듯. 그러다 울다, 주저앉다, 눈을 떠보
면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게 사라진 것이었다. 엄마도 친구도 내 행복의 추억마저도.
다시 내게 친구와 엄마가 오기 전까지 나는 몰랐다. 모든 것이 내가 만든 것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내가 만든 안녕이었
단 것을.
<너와 나, 그 사이의 알 수 없는 간격> 끝
에필로그
그리고 삼년이 지났다. 이제는 옛날의 이야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벌려놓으면서 얘기를 한다. 호영과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냈
고, 다진은 예전보다 밝은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비밀스러웠지만,
그 얇은 막은 자신이 정말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의 앞에서는 벗겨졌다.
그래서일까. 대학에 진학 한 뒤, 그녀의 천만 안티는 사라졌다. 역시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일 뿐이었나보다. 물론, 착한 척한다
고 내숭을 떤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녀 대신 화를 내줄 소중한 친구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 하지만 다진
은 자신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자기 피부가 얼마나 좋은가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에이, 흘리고 먹지 좀 말지."
남자친구가 다진의 입가를 닦아주면서 베시시 웃었다. 그래, 이렇게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
다. 친구도, 화목도, 행복도 3년 전이었으면 꿈도 못 꾸었을, 그저 흑백 영화처럼 스쳐지나갔을 영상이 이젠 스스로에게 다가왔
다.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다진은 곧 수업이 있는 남자친구를 배웅하고는, 수연을 기다리기 위해 공원 벤치에 앉았다.
툭-툭-
"아… 비다."
다진은 손을 내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헤에-"
그 사람과 나는 두 번 만났다. 처음은 아침 교통사고 현장에서,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뛰어간 세 번째 병원에서. 세 시
간의 침묵을 가지고 한 시간의 만남을 가졌다. 그가 응급실에서 다시 나오지 않은 그 날, 만남이 마지막이 될 것이 라는
건 어렴풋이 느껴졌었다.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 그냥 한번 얼굴을 본 사이? 서로 닮은 사이? 생각해보니 그의 이름도 몰랐다. 그는 언제까지나 '그
남자'일 뿐일 것이다. 아마도 그는 내 평생의 비밀이 되겠지.
오늘처럼 화창한 날씨에 갑자기 쏟아지는 봄비를 바라볼 적이면 그 남자가 보고 싶다. 사랑일까? 아니다. 그것은 아니다.
그저…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의 그 사람이, 꼭 형형색색의 세상에서 나 자신만 무채색이 된 것 같은 느낌의 그 사람이
가끔 그리울 뿐. 그냥 그 남자가 지금쯤이면 무얼하고 있을지, 그 여자는 아직도 살아있는지, 결혼은 했을지, 아이는 낳았을
지, 여자일지 남자일지… 나처럼 그도 내 생각을 가끔은 하는지, 그 병원의 카페를 지나면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지, 또 각설탕을 커피에 미친듯이 담그지는 않는지. 조금 궁금할 뿐. 3년 전 그 때처럼 무작정 병원을 찾아다
니지는 않는다.
단지…
그 사람이 나처럼 웃고 있을지, 걱정이 될 뿐.
번외 <그 남자>
은새가 퇴원한지 3년이 지났다. 가을과 은새는 결혼을 하고, 전에 살던 집보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 곧 태어날 두 번째
아기를 위해서다. 동생을 갖게 될 지은은 은새를 많이 닮았다. 다행히도 은새보다는 맷집도 세고 고집도 있다.
유모차를 끌고 소풍을 나온 날, 맑은 하늘에 봄비가 내렸다. 감기가 걸린 지은이가 혹시 더 심해질까, 은새가 먼저 아이를 데리
고 차로 들어갔고, 가을은 음료수를 뽑기 위해 자판기로 걸어갔다.
'땡그랑 땡그랑'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커피가 다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가을은 벤치에 앉아서 손에 비를 담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아...!"
그 여자아이다. 예전에 봤었을 땐 짧았던 머리가 이젠 길게 늘어뜨려 굽슬거렸다. 제법 숙녀티가 나,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
다. 가을은 커피가 다 뽑힌지 한참이 지나서도 그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로.
하지만 가을은 그녀에게로 다가가지 않았다. 거의 식어버린 커피와 음료수를 들고 뒤를 돌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조금의 그리
움을 남긴 채로.
"왜 이렇게 늦었어요? 젖은 것 좀 봐."
은새가 가을의 머리를 손수건으로 털어주면서 말했다. 가을은 뜬금없이 은새를 끌어안았다. 인형을 갖고 놀던 지은은 손으로
눈을 꼬옥 가렸다.
"어머, 왜 이래요!"
갑작스런 행동에 은새는 웃으면서 말했다. 가을은 말했다.
"고마워."
"너희 아빠가 갑자기 왜 이런데?"
은새는 짜증을 내는 척하면서도 계속 웃고 있었다.
그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이었을까.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아이가 생각났다. 까맣고 짙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 어쩌면 난 내 생각과 마음을 그 날 처
음 보았던 그 아이에게만 말했을지도 모른다. 은새를 다시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저 아이 덕분인지도 모른
다.
'그 손, 다시는 놓지 말아요.'
그래, 그 3시간의 침묵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가끔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던 여자 아이를 비오는 봄 날 만
났다. 다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그 아이를 찾아보고도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내 생각과 추억 속 그대로가 좋았다. 만났더라면 왜 내 맞은편에 앉
았었는지, 왜 그 날 병원에 있었는지 다 물어봤을 것이고, 대답을 들었더라면 더 이상 그 이유를 상상하면서 회
상에 빠지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 아이와 나는 두 번 만났다. 지독할 정도로 절망스러운 눈을 하고 있던 처음과, 오늘 이 공원에서.
다행이다. 웃고 있어서.
<너와 나. 그 사이의 알 수 없는 간격> 에필로그. 끝
정연에게
이 소설을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 요즘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이 고민도 하고 있고 가면 갈수록 사람이란거, 참 못 믿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
그런데, 우리들의 시간은 흘러가고, 과거는 우리를 괴롭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예나 지금이나 불투명하지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뭔가 확신이 서는 것이 있어. 내 생각이 커지고 내 마음이 커지고, 그러나 내 몸이 힘겨워지고 내 생활의 시간이 바쁘게 돌아갈 때 비록 항상 너에 대한 생각은 하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우리는 평생토록 친구를 할 거라는 그런 확신이 있어.
머리도 자란 우리들은 더 많은 생각들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대학을 가고서도 거리낌 없이 불러낼 수 있는 그런 우정을 쌓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힘들 일이 있어도 너무 좌절하지마. 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은 하진 마. 너의 곁에는 먼저 가족이 있잖아. 항상 고민을 말하고 솔직하게 보이진 못하지만, 네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널 감싸줄 수 있는 가족. 그리고는 친구가 있잖아. 가끔은 속을 잘 모르겠지만, 다 알지 못하겠어서 더 마음이 가는 그런 친구.
이 소설을 쓰는 데는 조금 많은 시간이 걸렸어. 구상이 이래저래 자주 바뀌었거든ㅋㅋ 이 세상에 다진이나 가을 같은 사람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해. 물론 이런 만남과, 이 만남을 통한 소설 같은 전개는 없을 진 몰라도 누구나 딛고 일어날 찬스는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지금 무너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남아있어. 시간도, 젊음도, 가능성도. 지금 보기에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낭떠러지가 아닐거야. 위태위태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을거야.
그건 희망이야.
우리의 우정과도 같은 실낱같은 희망. 우리는 그 희망에 살아. 우리는 그 희망에 좌절과 절망을 딛고 일어나. 비록 우리의 우정이 견고하고 완벽하진 못할지라도 우리는 그 희망에 울고 웃어.
네가 태어난 1990년 4월 30일, 내가 태어난 1990년 5월 13일.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의 희망을 미리 정해 놓으셨을지도 몰라.
네가 태어나줘서,
내가 이곳에 이사를 오고 같은 학교에 다니고
2학년 때 너와 같은 반이 되어서
얼마나 감사하다고 생각하는지 몰라.
'고마워'
정윤이가
-
안녕하세요- 빙수가좋아입니다-
이곳에 소설을 올리는 건 정말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고3이 된 이후로 소설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하였는데
요즘에는 B.F.F 생일 선물로 소설을 써주곤 합니다.
그 중에서 한 편을 올립니다.(-...걱정입니다)
친구가 이 소설을 받고 내용을 늘려서 장편으로 써보라는데 무리-..입니다.
끈기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단편이 체질에 맞는 편이에요ㅎㅎ
하긴 이 내용을 단편으로 압축 시켜버리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긴 합니다.
무튼
친구를 위해 쓴 소설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읽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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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친구가 친구에게 이런 글을 써준다는거, 멋진 친구네요^^. 다음 소설 기대할게요. 아!! 내용이 담백한게 정말 좋았어요. 원래 끈적진걸(?) 좋아하지만 이런것도 좋아하거든요.
헤헤 감사합니다! 친구도 좋아해서 참 기뻤어요^^
◆ 이 번주 우수작 선정 ◆ 축하드립니다.
헉..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확인했어요!! 영광이에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스토케시아 님도 친구와의 우정 영원하시길.. 외국에 살고 있으면 연락하기도 힘들겠네요ㅠㅠ 따뜻한 편지라도 한장 써주시면 어떨까요? 헤헤
내용 진짜 좋아요. 뭔가 여운이 남아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
우와 올리길 잘했어요...ㅠㅠ 이거 진짜 힘들게 쓴 거거든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ㅎㅎ 읽기에도 긴글 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노력이 눈에 보여요 ㅜㅜ ㅎㅎ 그리고 친구분에게 이렇게 멋진 선물을 전해줄 친구가 있다는게 정말 부럽습니다ㅎㅎ 먼미래에도 두분이 따듯한 오전에 몇몇담소를 나눌수있는 영원한 우정이 되길 ㅎㅎ
차파님! 감사합니다!^^^^ 에궁. 이 긴 글 읽으시느라 힘드셨지요. 저는 쓰는 건 재밌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2주일간 나눠서 썼기 때문에^^;;; 요즘 우정은 제 스스로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드네요! 차파님도 좋은 우정 영원하시길 빌어요^^
잘 읽었습니다. 친구에게 주는 선물중 여러가지가있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진정한친구라는것을 깨닫고, 감동을 주며 선물이 없어지더라도 마음속으로,머릿속에 기억 남는선물은 드물거에요^^ 힘든만큼, 노력한만큼 친구는 기뻤을테니 이보다 더 좋은선물이 있겠습니까ㅎ_ㅎ 저도 친구에게 이런 선물 해주고싶네요. 소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