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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스포츠 게시판 스크랩 춥고 슬펐던 교도소의 그날
N-gani 추천 0 조회 1,871 15.01.28 13:53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10여년 전 추운 겨울의 기억

난 군대 보직이 지금은 없어진 경비교도대 다.


말그대로 교도소를 지키는 보직이다.
2년간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감시대 근무 부터 시작해서 순찰, 초소, 접견실(면회실), 재판장 호송, 검찰청 호송, 위병소 근무
교도소장실 근무, 세탁병 등등등등


지옥같은 나날들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추억도 있고 즐거웠던 일들도 있다.


하루는 접견실 근무가 배정된 날이었다.
새벽부터 눈이 엄청 오는 와중에 할머니 한분이 접견실 밖에서 눈을 맞고 계셨다.
손자 면회를 위해 부산에서 막차를 타고 안양까지 오셨는데 아직 접견이 시작되지 않아 밖에서 눈을 맞으며 기다리고 계셨다.
접견시작은 9시부터인데, 부랴부랴 그때 담당 직원하고 대기실 문을 열고 안에다 모셔다 드리고
면회 접수를 했다.


교도소 면회시간은 5분 또는 11분이다. (미결수, 기결수 마다 다름)


그 몇분 보려고 새벽부터 올라오신 할머니가 너무 마음이 아파 코끝이 찡했다.
그 때 같이 있던 교도소 직원들도 같은 마음인지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직원들이 지금 내 나이 또래일듯 싶다)



아무튼 곧 손자분 오실꺼라고 안내하고 사동에 연락을 했는데..
손자놈이 안에서 사고를 쳐서 독방에 들어갔다고 한다.
독방은 면회가 안된다....



이 이야기를 할머니한테 전하는데 갑자기 펑펑 우시더라..
거기 있던 모든 사람도 다 눈물이 가득차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그때



막 우시던 할머니는 주섬주섬 바지속에 손을 넣더니 바지 속 전대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며
영치금으로 넣어달라고 울면서 부탁하셨다.
결국 눈물이 나서 막 뒤돌아 닦았다. 이미 접견실은 눈물바다..



어찌어찌 할머니를 달래고 돌려보내고 다들 마음을 추스리고 업무를 보고 있는데
1시간 뒤에 할머니가 검은 봉지를 들고 오셨다.
그 안에는 귤 몇개와 빵 몇 봉지가 들어 있었다. 
고맙다고 이거라도 드시라고 하고 바로 뒤돌아 가시는 할머니 뒷모습에
다시 울컥 올라왔다..



그날 직원들은 할머니의 쌈짓돈에 검은 봉지 값을 더 얹어 영치금으로 넣었다.
나도 주머니의 몇푼이라도 넣고 싶었지만 그때 난 월급 9300원의 군인이라 그럴 수 없었다.

그냥 그날은 날씨도, 주머니도 춥고 슬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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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1.28 14:23

    첫댓글 추억의 돕바... 경비교도대 321기 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죠.. 저 사진 보니까 추억이 많이 떠오르긴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고싶지 않은 이교, 일교 ㅠㅠㅠ 정말 많이 맞았습니다. 사벌도 너무 심했고... 정말 더러웠던 이교 생활이었는데.. 그 전 기수 분들은 더 심했을거라 생각합니다.

  • 15.01.28 15:05

    아 지금은 경교대가 사라졌나요??

  • 15.01.28 16:26

    네 329기를 끝으로 사라졌습니다~

  • 15.01.28 17:15

    @Mellow Brown 그렇군요!! 그럼 지금은 누가 교도소를 지키나요??;;;

  • 15.01.28 16:03

    아 눈물이..ㅠㅠㅠ

  • 15.01.28 18:12

    아 갑자가 군복무 시절이 떠오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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