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 당국에 의해 아동 인신매매 등에 연루된 혐의로 수배됐던 필리핀의 유명 목사 아폴로 퀴볼로이가 경찰과 신도들의 2주 대치 끝에 8일(현지시간) 투항해 체포됐다고 영국 BBC가 9일 전했다.
필리핀 경찰은 '하나님의 아들로 지명된' 퀴볼로이가 은거한 교회 단지를 급습해 체포에 나섰는데 수천 명의 신도들이 결사 항전하는 바람에 애를 먹어왔다. 폭동 진압 경찰이 단지를 에워 싸고 퀴볼로이가 투항할 것을 설득해 왔는데 24시간의 최후 통첩 끝에 결국 그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고 장 파야르도 국립경찰 대변인이 전했다. 대치 과정에 한 교회 신도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퀴볼로이의 변호인 이스라엘리토 토레온은 "무법 천지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원해 " 의뢰인이 투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수 그리스도 왕국(KOJC) 교단을 이끄는 퀴볼로이는 700만 신도가 자신을 따른다고 주장하는데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2021년 미국 법무부는 퀸볼로이를 아동 인신매매, 사기, 갈취,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필리핀 소녀들과 여성들을 미국에 밀입국해 자선 기금 명목으로 갈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 여성 보좌진을 이른바 "목자"로 부르며 자신과 성관계를 갖도록 요구했다고 FBI는 밝혔다.
퀴볼로이가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테르테는 퀴볼로이의 영적 조언자 역할을 자임했다고 한다. 두테르테가 2022년 6월 퇴임하자 퀴볼로이의 운도 다했다. 당국은 곧바로 그를 체포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다바오 시에 KOJC 본부 단지가 있는데 면적이 30ha에 이른다. 경찰은 감시 장비로 인간의 심장 박동 소리도 감지해내는 지하 벙커에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단지 안에는 건물만 40동, 예배당과 학교, 격납고까지 따로 갖췄다.
지역 경찰서장인 니콜라스 토레 준장은 "관련된 모두가 힘을 합쳐" 퀸볼로이를 체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퀸볼로이를 비롯해 4명이 더 체포돼 모두 수도 마닐라의 국립경찰 본부로 후송돼 구금됐다. 체포되기 전 퀴볼로이는 법적 핍박을 받는 뒤에 "악마"가 움직인다며 그는 FBI가 사건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KOJC 대치극은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가문의 정치 명문 자존심 대결의 와중에 터져나왔다. 미국 법무부의 기소는 두테르테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로 대권이 승계되기 전에 이미 이뤄졌는데 그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겠다고 당국이 나선 것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 시작된 일이다.
퀴볼로이가 숨어 저항하는 동안 두테르테는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알지만 결코 경찰에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경찰이 퀴볼로이 검거에 나선 것에 "의문스러운"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