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한 잔
(월간현대경영 2023.05월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브래서리(Brasserie)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음에 잠길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는 김영랑의 시를 읊조리면서, 이 찬란한 슬픔의 봄을 센티멘털(sentimental)하게 보내던 어느 날, 고객감동의 메시지를 받았다. 가수 김세환의 친형인 고우(故友) 김진환(서울대 건축학·건축사)으로부터 받은 귀한 글을 소개한다. 고객만족, 고객감동, 나아가서 고객졸도의 ‘따듯한 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는 세태에, 서울의 유명호텔에서 일어난 실화(實話)다. 다음은 가수 김세환의 글이다.
나는 4월12일 친구와의 점심 약속이 있어,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COEX) 뷔페 식당 브래서리(Brasserie)를 찾았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거의 끝낼 무렵,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한 분이 다가와 눈인사를 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제가 맛있는 커피 한 잔 만들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내 앞에 카푸치노 한 잔을 가지고 왔는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동안 하트나 나뭇잎, 동심원 등 기하적인 문양을 그린 카푸치노는 보았어도 나의 히트곡 ‘사랑하는 마음’의 가사를 적은 카푸치노를 보게 될 줄이야…,
나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울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잠시 망설였다. 이 깨알 같은 글씨로 예쁘게 적은 ‘사랑하는 마음’의 카푸치노를 어떻게 마실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얼른 주차장의 내 차에 가서 나의 CD 2장을 가져다가 그분의 손에 꼭 쥐어주며 말했다. “오늘 세계 최초의 감동적인 커피 잘 마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글: 박동순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