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한 알의 생명 속으로
핸드폰의 아침 기상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김해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오늘은 진주에서 결혼 예식이 있다 친구의 딸
진주터미널에 도착하니 2시간이 여유로웠다
관광안내책자를 얻어서 택시를 탔다
촉석루
댓돌 계단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남강을 바라보니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하늘을 닮아있고 강가의 잔가지는 나무들의 형상을 오롯이 보여 준다
위로 단청을 바라보니 산수화의 선명한 색감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둥근 대들보는 두 팔을 벌려 안으려 해도 모자랐고 가로 세로 다섯 개와 여섯 개의
웅장한 원형 통나무는 어린 날 숨박꼭질 할 때 마루 밑기둥처럼 크게 느껴졌다
곳곳에 유적지들이 하얗게 입김을 토할 때 쯤 낮으막한 담장 아래엔 눈서리가
하얗게 내 발자욱을 찍어내고 강바람은 살포시 내 미소를 잔설 뒤로 숨긴다
혼자의 발걸음으로 가만가만 눈을 밟아본지가 언제 였던가
갑자기 소녀 적 삼촌 얼굴이 떠오르고 열아홉 살의 구구단 암산이 생각난다
그랬다 난 겨울밤 친구 집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고구마 먹으면서 우리들의 학교생활 들을 애기했고 주산을 배운다고 하니 삼촌은 갑자기 암산시험 하면서 숫자를 불러주고 난 눈을 감고 왼손은 윗자리 숫자를 그리고 오른손은 아랫 숫자들을 셈해서 오른 손가락으로 올림을 해서... 그렇게 난 그 답을 말해서 정답을 맞춘 아주 기분 좋은 칭찬을 들은 기억들 그때 정말 그 답이 맞았을까? 삼촌이라 불리는 그분은 나의 막내삼촌 친구 분이며 삼천동의 4H 청년회장이였었다.
난 12남매 중의 둘째이신 아버지의 딸 이였으니 나의 사촌들은 이삼십 명은 족히 됐었다
넷 째 삼촌은 군대에서 노래를 잘해 기타를 상품으로 받아 제대를 했었고 우리들은 제삿날이나 어른들 생신날 고모들 결혼할 때 만나면 한사람씩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숨박꼭질 할 때 숨어든 마루 밑에서 앞동산에 커다란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묘한 장면도 보았었다
죽은 자의 영혼이라 불리는...그리고 장대만한 능구렁이도 난 보았었다
나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삶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진주 박물관에 들어가 천정이며 둘레를 세심하게 보고 있으려니 단아한 여인 고재숙 도우미라는 이름표를 단 분이 다가왔다
그리고 역사적인 진주 대첩이며 글로 남긴 유산들에 대한 선조들의 가슴 끓는 사연 속에 푹
빠져 있다가 시간을 보니 예식 20분 전이다
급히 나와 택시를 타려고 하니 거리는 멀고 마음이 급하니 언제 한가롭게 걸으면서 상상 속을 헤맸던가 싶게 종종 걸음으로 도로에 나와 겨우 예식장에 도착해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다
어쩌다 삶속에서 정말 모르는 일을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친구가 알뜰하게 챙겨주는 작은 가방을 들고 터미널에 왔다
김해 시간표를 보니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의자에 앉아 생각을 해보았다 다시 박물관을 갈까 아님 그냥 집에 갈까
다시 오기 쉽지 않은데 자꾸만 그 여인과 자세히 보지 못한 보라빛 도자기의 색깔이
어른거리는데 ...
저 어 ... 김해행을 기다리십니까 ?
예 ...옆을 보니 정장을 입으신 신사 분 살짝 눈인사로 목례를 한다
아 ! 예 ...네 그래요
저 이층에 올라가 커피 한잔 하실까요
아 아닙니다 전... 다른 생각을 ... 무슨?
전 김해 장유 삽니다만 ...댁은요 ...전 외동에 삽니다
전엔 부산에 살았구요 ... 아 저도요
이렇게 애기를 하다가 제가 제안 하나 하도 될까요
저 진주 박물관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데 같이 관광 하실래요
그랬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우린 50분의 시간을 같이 관광을 위해 택시를 탔다
걸어가면서 애기를 해 보니 고향이 여기 진주라네
멋진 신사분이라 가슴이 설렐 만도 한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삼촌의 나이쯤 됐을까 해 보였다
진주성의 유적에 대해 질문을 하니 잘 모른다고 했다
박물관 이층으로 올라가니 내가 설명 듣다 돌아간 딱 그 자리에서 다시 설명을 듣게 됐다 이런 우연이...그 여인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ㅎㅎㅎ
난 다시 알 수없는 시간 속에서 열심히 듣다가 메모를 하려니 가방이 무거워 옆에 그분한테 가방속의 책 두 권과 떡이든 가방을 건네주면서 좀 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난 또 깊은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고 ....
다 듣고 두리번거리고 돌아보니 그 분이 보이지 않았다
일층으로 나와 보니 저 멀리 박물관 광장에서 이쪽을 보고 서 있었다
아 잠시 미안했다... 다가가서 재미없었나 보군요
그랬더니 그냥 웃기만 하셨다
그리고 헤어졌다 여기 진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구...
난 다시 터미널로 왔다 그리고 내리는데 다시 인사를 한다
아 같이 탔군요 네 그래요 한 시간이나 기다렸으니 그럴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일상의 틀을 벗어나면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만남도 있구나 싶었다
장유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21번
처음엔 나 혼자 앞좌석에 앉았다
시장 안에선 많은 분들이 타고 ...난 어떤 할머니께 자리를 내주고 서 있는데 검은 피부 외국인들이 타고나선 갑자기 낯선 곳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들의 언어는 많이 어색 하고 한편으론 흥미롭기도
했다
그들은 감자를 든 검은 봉지를 바닥에 놓았고 고구마도 있었다
그런데 만원버스에서 바닥에 놓은 감자 봉지가 버스의 흔들림으로 흩어졌다 난 가방에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그들은 주섬주섬 담아 앞으로 내리려다 뒤로 내리라는 기사님의 말에 뒤로 급히 봉지들을 들고 뛰다시피 해서 주촌 에서 내렸다 한참을 가다 난 앞자리에 앉았고 그들의 소리들을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음 참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또르르 감자 한 알이 내 발 아래 와서 멎는다
내 주먹 반쯤만 한데 ...난 웃음이 픽 나와 곧 그 감자를 주워들었다 버스 기사님왈 ... 참 고향생각이 많이 나겠죠..? 하셨다 ...네 그래요 청년시절의 자취생활이 생각납니다.
난 감자 한 알에서 느낌이 묘하게 전해졌다 느낌은 차가웠다 흙이 묻어 있었는데 ...그리고 조금 갈라진 틈으로 아버지의 얼굴과 엄마의 얼굴이 그리고 그 내들의 삶을 생각했다
멀리 외국에 와서 힘들게 일하고 내가 살아가는데 나완 어떤 상관이 있을까 ?
김해에서 장유로 들어오는 버스 그것도 토요일엔 항상 외국인들의 여성 남성 아니 젊은이들을 만나고 그들만의 언어를 낯설지 않게 느끼며 듣곤 하는데 왠지 맘이 짠하다
얼마 전에 좌석버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스리랑카인은 우리교회에 잘 다닌다 매 주 얼굴을 볼 때마다 난 반가웠다
그리고 우리 교회 집사님 한분이 항상 그와 같이 지내면서 친절하게 대해준다 난 성가대에서 연습을 하고 밥을 먹기 때문에 애기할 시간이 없지만 그는 아직도 장유에서 여관 생활을 하는데 ... 그 가 만약 여자라면 나와 같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물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듯이 감정도 흐르고
만남과 헤어짐이 생동감 있는 느낌으로 다가 온다
영혼의 용트림 속으로 그리움의 보이지 않는 세계 속으로
내 마음은 나노의 세계 보다 더 섬세함으로
감자 한 알의 생명 속으로
검은 피부의 그들의 삶속으로
내 맘속의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지금은 이렇게 살아 숨 쉬지만
언젠가는 잊혀져 사라질 존재이므로
침묵의 역사歷史 속으로 사라질 때 까지
난 오늘도 꿈을 꾼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머 언 산의 아지랑이처럼.
첫댓글 한편의 수필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진주에는 저도 한달에 한번 꼴로 갑니다.사물을 따뜻하게 보는 시건이 보기에 좋습니다. 좋은 글 자주 올려주시길 기대합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