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꼬리가 긴 새
염민숙
긴 장마는 촘촘한 그물이다 비는 난데없이 기억을 물어오는 새다 회초리 비가 지난 기억을 치며 잇달아 내려온다
비 오는 수학 시간은 그물에 걸린 새의 몸부림을 푸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기억의 바닥에서 퍼덕일 때 우리는 그 그물의 두께만 짐작했다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자대 배치받은 첫날 그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든 그날의 매를, 그날의 벌을 당해야 닫히는 나날이었어 비가 오면 몸이 시큰거려 견딜 수 없어 때려야 해
파스를 붙인 선생님이 교실 뒤에서 오락가락 뒤척일 때 우리는 앞만 보며 자습했다 우리 모두 수학을 수련했고, 한마음으로 빗줄기 한 줄 한 줄을 풀어보려 애썼다
비 그물을 뚫고 온 새가 서어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쳤다 긴꼬리딱새는 키워낸 새끼들을 데리고 장마 너머로 돌아갔다 아비 새가 떨군 긴 꽁지깃이 빗줄기에 걸려 있다
첫댓글 테마시 "장마" 집필에 참고하시라고 선정 해봤습니다.
음.. 비가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