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제가 사는 지역의 민주당 캠페인 사무실에 앉아 있습니다. 선거일인 오늘, 마침 비번인 저는 종일 이곳에 앉아 전화기를 붙잡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막바지 투표 독려 전화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이곳에서 한인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줄 것을 부탁받았고, 그 덕에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다 잠깐 망중한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사무실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저처럼 각 가정에 전화를 하고 있고, 또 가가호호 방문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지막 한 표라도 더 끌어내려는 노력인 셈입니다.
자발적으로 참가한 유권자들이 모여 오바마 대통령과 제이 인슬리 주지사 후보, 마리아 캔트웰 현 워싱턴주 연방상원의원의 재선, 그리고 그밖에 민주당에서 지지하는 주민발의안들과 정책들, 자치단체 후보들을 뽑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미국에 온 지 22년이 됐고, 시민권을 획득한 것이 17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직접 제가 선거전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번에 이런 일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 것은 사실 이명박 대통령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하의 한국을 바라보면서, 정치란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이번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밋 롬니가 집권하게 되면 그가 내세운 정책들로 볼 때 미국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게 분명해 보이고, 또 그의 경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폴 라이언은 미국에 그나마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보편적 복지 정책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의 축소를 지향하는 인물입니다. 복지를 축소하여 정부 운영의 적자를 줄이겠다는 그의 주장은 그러잖아도 심해지는 미국 내의 양극화를 더욱 촉진할 것이 분명하고, 이로 인해 미국이 지금보다도 더 나락에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저로 하여금 작은 힘이나마 오바마 캠페인을 위해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의 정책이 기대했던 것만큼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지난 4년간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시대에 남겨진 '나쁜 유산'들을 정리하느라 자신의 정책을 펼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굳이 덧붙인다면 제가 속해 있는 노동조합에서도 오바마 지지를 결정했고, 그것이 최선은 아니라도 역시 롬니를 선출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노동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그것은 제 판단과도 나름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4년 전에 그가 우리에게 약속했던 희망이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롬니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우경화가 급속화되고, 양극화가 심해진다면 그것은 결국 제 삶도 각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유권자 개개인이 각성하고 정치에 참여할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그 댓가는 결국 우리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내 개인적인 작은 희망, 그리고 내 작은 참여가 오바마의 당선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아울러 이렇게 제게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가카께 감사의 마음 전해드리는 바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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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attle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권종상
첫댓글 승리를 확신합니다.
바보같은 짓은 이제 끝내야죠~ 역쉬 그곳에서도 그분의 위력을.....
권선생님 파이팅입니다... 오바마 재선 성공을 확신합니다.
정말 도둑적으로 완벽하신 그분께서... 우리에게 큰 일깨움을 주십니다.
캠페인 자원봉사 좋은거 같아요^^ 한국도 있나요?
있으면 꼭 참여해 보세요.
참여의 보람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지금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데 우리처럼 단번에 예측 발표하는 게 아니네요. 아직은 모르겠는 데 도로 부시가 안되면 좋겠습니다.
예... 시간대도 차이가 많이 나고 해서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이번 대선이 터닝포인트일것 같네요..
예... 이 구도는 1% 대 99%의 구도가 이기는가 아니면 성장과 분배 논리의 구도가 이기는가 하는 의미기도 하겠죠.
캠페인 자원봉사 좋은거 같아요^^ 한국은 선거법 위반으로 안되겠죠?
우리나라는... 선거관리위원회도 개혁 대상이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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