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형 주류회사의 맥주 보다 개인이 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가 꽤 인기다.
그것을 ‘가맥’이라고 한다.
그 중 전주가 가맥으로는 최고다. 매년 전주에서는 가맥 축제가 벌어진다.
그러나 전주의 가맥은 다른 의미다. 촌스런 가게에서 맥주를 마신다고 해서 가맥이다.
전주를 떠올릴 때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가맥’이 빠져서는 곤란하다. 전주에 웬 과메기야? 이렇게 물으면 촌스럽다. 작은 가게에 탁자와 의자 몇 개 놓고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가맥은 태어났다.
즉 ‘가게맥주’를 줄인 말. 맥주를 마시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원래 동네슈퍼였지만 가맥집으로 탈바꿈한 곳도 있고, 아예 가맥 간판을 달고 새로 문을 여는 곳도 있다.
경원동의 슈퍼 몇 군데가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전주 시내에 가맥이 없는 동네는 없다. 짐작하건대 수백 군데 될 것이다.
맥주 한 병에 2천원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서 주머니 사정이 궁핍한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2차를 가야 직성이 풀리는 술꾼들에게도 필수 코스다. 여름철에는 에어컨도 틀어준다.
이목이 집중되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라고 아예 대형 텔레비전을 설치한 집도 많다. 계산은 탁자 밑의 맥주상자에 꽂힌 빈 병을 헤아리는 것으로 끝.
가맥의 안주는 북어나 노가리구이, 계란말이, 땅콩 등이 주류를 이룬다.
닭발튀김이나 북엇국을 기본 안주로 내는 집도 있다. 전주에서 가맥집을 가게 되면 말린 갑오징어 맛을 봐야 한다.
오징어보다 질기기 때문에 갑오징어는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
최근에는 무쇠 기계를 개발해 갑오징어를 탕탕 두드리는 집들도 생겨났다. 가맥집 번창의 일등공신으로 독특한 양념장 맛을 꼽기도 한다. 맵고도 달달한, 형용할 수 없는….
나는 전주가맥 대신 묵호막걸리를 추천하고 싶다.
묵호의 유명한 먹태를 안주로 먹는 망상 지장수 막걸리는 몸에도 아주 좋다.
먹태는 황태와는 다르게 추운 곳에서 눈을 맞으며 냉동과 탈수가 일어나서 유즙이 다 빠진 맛없는 것이 아니라, 묵호항 산자락 동문산에서 눈을 맞히지 않아서 육즙이 전혀 빠지지 않아 명태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먹태와 지장수 막걸리를 이용해서 묵호막걸리나 묵호먹태 축제라도 벌리고 싶다.
지장수 막걸리와 먹태는 묵호 중앙시장 옛포항식당이나 대림식당에 가면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