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러스 기획상영전의 첫 지원작인 일본인디영화페스티벌은 그동안 영화제를 통하여 간헐적으로 소개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접하기 어려웠던 일본의 인디영화들을 신작 중심으로 엄선 단순히 흥미본위의 영화가 아닌, 작품성과 개성 그리고 감동과 재미를 모두 갖춘 다양한 영화들로 가득차 있다. 톡톡 튀는 발랄한 감성과 녹록치 않은 주제 의식으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 이번 영화제는 미래 거장의 재능을 한 발 앞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에는 우리에게도 친근한 스타들의 색다른 모습과 21세기 일본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차세대 리더들의 재능이 그대로 살아있다. 오다기리 죠(스크랩 헤븐), 아사노 타다노부(란포지옥, 녹차의 맛), 우에노 쥬리(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미야자키 아오이(좋아해) 등 일본 최고의 스타들이 인디영화이기에 도전 가능했던 독특한 역할을 연기하는 모습과 쿠도 칸쿠로, 미키 사토시, 이상일, 오타니 켄타로 등 이제 메이저영화를 주름잡는 신진 세력의 작지만 재기발랄한 도전 정신이 담겨있다.
이시이 가츠히토 감독이 처음으로 각본을 쓰고 작업한 <녹차의 맛>은 하루노 가족의 매일매일의 일상이라는 작은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 작아보이는 이야기 속에 담긴 각각의 일상들이 신비하고도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빠져선 안 될 양념을 만나 특별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상상력의 한계가 전혀 없고 특정한 카테고리로 한정지을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덧씌운 이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삶 안에 숨겨져 있는 각자의 독특한 인생사를 잘 끌어내어 각기 다른 색으로 그려내면서 담담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놓고 있다. 또한, 외삼촌 역으로 극에 무게감을 불어넣어주는 아사노 타다노부를 중심으로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하다. <고하토>의 다케다 신지, 초난강 그리고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야키에 이르는 눈에 띄는 조연들과 카메오는 영화 곳곳에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거북이는의외로빨리헤엄친다 (?は意外と速く泳ぐ. 2005.90분.12세)
감독 :미키 사토시 ㅣ 출연 :아오이 유우, 우에노 주리
작품해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기상천외한 제목의 의미는 뻔한 일상에도 아직 알지못하는 다른 세계가 있고 그것을 알게 됨으로써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작은 메시지이다. 버라이어티 구성작가 출신인 감독의 독특한 유머 감각은 단순히 ‘웃긴다’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 속의 인간들이 부대낌으로 거기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즐긴다’라는 그만의 웃음 철학이 실현된 것이다. 비비드한 색감의 의상과 귀여운 세트, 신선한 소품 등 눈까지 즐거워지는 작품이다. 평범한 주부를 연기하는 <스윙걸즈>의 대책 없는 소녀 우에노 쥬리와,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통 큰 여자 쿠자쿠를 연기하는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의 매력으로 조금은 이상해 보여도 귀엽고 독특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폭소는 아니지만 보는 내내 비실비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전대미문의 주부 스파이 무비이다.
좋아해 (好きだ. 2006.104분.12세)
감독 :이시카와 히로시 ㅣ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니시지마 히데토시
작품해설
17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소년, 소녀의 러브스토리”.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17세의 두 사람이 ‘좋아해’라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해 멀어지는 애틋한 이야기를 담담히 따라가는 영화는 17년 후 도쿄에서 이루어진 두 사람의 우연한 재회를 지켜본다. 조금씩 세월의 공백을 메워가는 두 사람은 과연 17년 전 꺼내지 못했던 한 마디를 말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후회, 누구나 한 번은 경험했을 만한 그 감정을 수채화 같은 맑은 영상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2003년 여름부터 2년에 걸쳐 촬영되었다. 우리에게는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으로 친숙한 칸노 요코가 음악을 담당해,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채색한다. 2005년 뉴 몬트리올 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는 감독상을 수상하며 심사위원장 클로드 를르슈로부터 멋진 재능을 발견했다라는 절찬을 받기도 했다. <나나>의 깜찍발랄 하치 역을 연기했던 미아쟈키 아오이가 17세의 유를, <돌스> <메종 드 히미코>의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34세의 요스케를 각각 연기했다.
란포지옥 (??地獄. 2005.134분.18세)
감독 :짓소지 아키오 外3 ㅣ 출연 :아사노 타다노부, 마츠다 류헤이
작품해설
영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을 개성 강한 4명의 감독이 자신만의 필터로 걸러내 재창조해냈다. 근대 일본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괴기환상 미스터리 작가 에도가와 란포는 논리적인 추리가 주를 이루던 서양식 추리소설 대신 인간의 심연을 파고 들어가는 심리추리라는 동양 추리소설의 기초를 세운 작가이다. 아사노 타다노부라는 일본의 걸출한 연기파 배우를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 역으로 기용했고 각각의 옴니버스에는 <나나>의 나리미야 히로키, <연애사진>의 마츠다 류헤이라는 젊은 개성파 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스크랩헤븐 (スクラップヘブン. 2005.117분.15세)
감독 :이상일 ㅣ 출연 :카세 료, 오다기리 죠
작품해설
일본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상일 감독이 그의 명성에 못지 않은 배우들과 뭉쳐서 만들어낸 <스크랩 헤븐>.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주제를 풀어냄에 있어서 시니컬한 유머를 잃지 않고, 경쾌하고 젊은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버디무비이다. 예상할 수 없는 결말로 치닫는 이 영화는 이상일 감독 특유의 참신한 스타일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빠른 비트의 음악과 컷분할 등의 다양한 영화적 시도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주인공 신고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연기파 배우 카세 료와 최근 <메종 드 히미코>로 국내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던 오다기리 조, <킬 빌>의 고고 역으로 잘 알려진 쿠리야마 치아키까지 홍일점 사키 역으로 합세하며 최고의 캐스팅 또한 이루어냈다.
박사가사랑한수식 (博士の愛した?式 . 2005. 117분. 12세)
감독 :코이즈미 타카시 ㅣ 출연 :후카츠 에리, 테라오 아키라
작품해설
2004년 전국의 서점들이 ‘가장 추천하는 책’으로 선정되며 베스트셀러가 된 아쿠타가와 수상작가 오가와 요코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수식이라는 언뜻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시작된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자 오가와 요코가 처음부터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 테라오 아키라가 박사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후카츠 에리가 가정부 쿄코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2005년 도쿄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같은 해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바 있다. 2006년 1월 일본에서 개봉, 특히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으며 장기간 박스오피스에 체류중이다.
사랑의문 (?の門. 2004.114분.15세)
감독 :마츠오 스즈키 ㅣ 출연 :마츠다 류헤이, 사카이 와카나
작품해설
연극 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영역을 넓힌 기지 넘치는 배우이기도 한 스즈키 마츠오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사랑의 문>은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만화와 오타쿠의 세계를 코믹하면서도 그만의 스타일을 담아 표현해냈다. 특히 화면을 나누거나 와이프, 보이스 오버 등의 기법을 사용하면서 만화적인 효과를 재치 있게 살려낸 그만의 독특한 연출력이 눈에 띈다. <고하토>로 데뷔하여 <연애사진> 등의 영화에 모습을 보이며 인기를 얻은 마츠다 류헤이를 비롯해 <6월의 뱀>의 츠카모토 신야, <착신아리>의 미이케 다케시 등의 유명감독들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한밤중의야지키타 (?夜中の?次さん喜多さん. 2005.124분.15세)
감독 :쿠도 칸쿠로 ㅣ 출연 : 나가세 토모야, 나카무라 시치노스케
작품해설
만화가 시리아가리 고토부키(しりあがり壽)가 그린 3편의 원작을, 영화 <Go>(2001)와 <핑 퐁>(2002)의 작가 쿠도 칸쿠로가 영화화한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룹 토키오의 일원인 나가세 토모야와 가부키 출신의 나카무라 시치노스케가 에도 시대의 게이 커플로 출연, 끈끈한 애정행각을 펼친다. 2시간 내내 쉴새 없이 몰아치는 숨 넘어가도록 웃기게 만드는 개그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는 충분할 터. 거기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정신 없게 웃던 사이 하나씩 던져졌던 실마리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는 순간의 통쾌함과 이 모든 요소를 축제에 가까운 감각으로 풀어내는 감독의 개성과 연출력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츠마부키 사토시, 아라타, 고이케 에이코, 테라지마 스스무, 아베 사다요 등은 물론 일본 문화에 관심있는 이라면 익숙할 수많은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등장, 방심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핑퐁 (ピンポン. 2002.114분.12세)
감독 :소리 후미히코 ㅣ 출연 :쿠보즈카 요스케, 아라타
작품해설
타이요 마츠모토의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 <핑퐁>은 일본 대중문화계의 뉴 제너레이션들이 뭉쳐 만들어낸 새로운 희망 같은 작품이다. VFX 감독 출신인 소리 후미히코가 CG로 멋지게 만들어낸 스포츠의 극한적 표현방식, 각본 데뷔작 <Go>로 그 해 영화 시상식의 모든 각본상을 휩쓸어 버렸던 쿠도 칸쿠로, 천진난만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표출하는 젊은 연기파 배우 쿠보즈카 요스케라는 3박자가 만나 빚어내는 하모니는 영화제의 거대한 명성과 순애보로 대표되어 왔던 일본영화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깨부수며 새로운 일본영화의 미래를 제시한다. 천재와 범재 사이, 꿈과 현실의 간극 등 청춘영화에서 보여질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멋지게 뒤틀어 제시하는 영상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괴짜 페코와 소심한 스마일을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을 2002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약서른개의거짓말 (約三十の?. 2005.100분.12세)
감독 :오오타니 켄타로 ㅣ 출연 : 시이나 킷페이, 츠마부키 사토시
작품해설
일본의 <오션스 일레븐>을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모인 초호화 캐스트들이 보여주는 유쾌한 사기극.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선 30개의 거짓말을 준비해야 한다.’ 살바토르 와콘의 명언처럼 치밀하게 짜여진 심리게임은 피가 넘쳐나는 어떤 서스펜스물보다 스릴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리얼리티와 유머를 겸비한 회화극을 찍어온 오타니 켄타로가 만들어낸, 기차라는 밀실 안에서의 도난 사건은 그 어떤 소동 없이 대사만으로도 긴장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유명한 츠마부키 사토시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난 젊은 사기꾼으로 <역도산>의 나카타니 미키가 냉정한 미인 사기꾼, 연기파 배우 시이나 킷페이가 이젠 망가진 팀의 리더로 출연한다. 이외에 다나베 세이치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출연진만으로도 볼 이유를 충분케 한다. 또한 일본의 인기밴드 크레이지 켄 밴드가 주제곡을 불러 화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