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m.cine21.com/news/view/?mag_id=94740#_enliple


-2014년 송은이씨와 함께 출연한 <택시>에서 김숙씨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30대 싱글 여성이 예능에서 부각될 때는 너무 어렸고, 30대 후반이 되니 시집 식구, 육아 이야기하는 여자들의 예능이 많아졌다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5년간은 <비밀보장>을 통해 시대랑 잘 조우한 것 아닌가요?
=<택시> 출연했을 때가 <비밀보장> 팟캐스트 막 시작한 즈음이었어요. 그걸 들은 PD님이 재미있어해서 <최고의 사랑>에 숙이가 캐스팅됐고 잘해냈죠. 평소에 우리에게 하던 이야기들, “어디 조신하지 못하게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같은 말이 방송에서 나갈 수 있게된 시기였어요. 예전 같으면 심의규정을 떠나 보는 어른들이 불편한 멘트라는 이유로 방송되지 못했을 거예요. 숙이가 기분나쁘지 않게 잘 살렸고 통쾌하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때가 온 거죠.
-송은이씨도 과거에는 웃기는 코미디언과 구분해 진행자형 코미디언이라고 분류되다가, 지난 5년간 여성 연예인을 보는 관점과 여성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달라지면서 적극적으로 장점을 평가받고 있는 케이스잖아요.
=대개 여자 코미디언들은 망가지면서 웃긴다고들 생각하죠. 제가 기획을 하다보니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봐주시는 것 같은데 실은 20년 전부터 <느낌표> 김영희 PD님이 기획한 <얘들아 헬멧 쓰자> 같은 일반인과 진행하는 방송을 많이 해서, 제 원숏보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 게 중요했어요.
-송은이씨 목소리는 참나무 같아요. 목공인 앞에서 제가 감히 이런 비유를! 재질이 단단한 나무가 참나무 맞나요? 목소리가 공기 반 소리 반이 아니라 소리백이에요.
=단단하기로는 오동나무죠. 저희 어머니가 성량이 크세요. 제 웃음소리가 너무 크고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무한도전>에서 하나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여성 게스트를 소화하는 방식이었어요. 김연아, 이나영씨 같은 게스트가 나오면 남자 출연진이 떠받드는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려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외모나 ‘여자답지 않음’을 놀리면서 코미디를 만들려는 패턴이 보였어요. 그래서 무한걸스가 초대됐던 에피소드도 속상해하며 봤죠. 유재석씨와도 가까운데 아이디어의 부족에 관한 아쉬움을 터놓고 말한 적은 없었나요?
=재석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어요. 무한걸스는 소개팅 포맷으로 출연했죠. 저는 제작진이 컨셉을 잡아 초대하면 그 안에서 맞짱까진 아니더라도 동등하게 연기하길 원해요. 그런데 당시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스핀오프 격으로 (쉽게 간다는) 욕을 많이 먹던 터라 <무한도전>에 출연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우리가 얻을 것이 있었던 거죠. 알게 모르게 저나 무한걸스 멤버들이 승부욕이 있어서 어떤 포맷으로 웃기건 중심은 지키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이제 신영이가 남자 옆구리 차는 모습은 방송에 나가도 남자가 여자에게 그렇게 하는 건 못 나가는 시대가 됐죠. 저는 본질적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준비와 공부는 안돼 있고 조리 있게 말을 못하지만, 목소리 내는 분들 덕분에 변하고 있는 건 맞아요. 남자 예능인들이 탄탄히 짜인 판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갖는 건 사실이거든요. 소속사도 그렇고요. 우리가 그러지 못했음을 전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안 순간부터는 나도 변해야 하고, 다만 나 혼자 열심히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어요.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무한걸스>는 2013년 종영했지만 당시 팬들이 <비밀보장>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팬덤도 많이 보아오셨는데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찰흙 덩어리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에요. 눈덩이요? 눈보다 찰흙이 단단하잖아요. <비밀보장> 팬들은 그냥 우리 방송이 재미있어서 듣다가 다른 방송이 재밌으면 그리로 가서 듣는 차원이 아닌 것 같아요. 보내주시는 사연이 갈수록 깊어지고 <비밀보장>을 향한 메시지가 심상치 않아요. 옛날에도 웃음 주는 일이 의미 있고 때로 숭고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청취자/시청자와 진짜 소통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의 의미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어요. 숙이랑 <비밀보장>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야기해요. 광고가 들어오고 수익모델이 있는 프로가 됐지만, 절대 그것 때문에 계속하지는 말자는 것이 저희의 합의예요. 물론 진지하게 마주 보고 대화하는 그림은 아니고 나란히 앉아 우걱우걱 뭘 먹으며 “야!, 그래도 우리가 돈 때문에 하진 말자!” “그렇지, 언니. 모양 빠지게 그러면 안되지!” 하는 분위기죠. 수익이 동기가 되면 방송 밀도가 떨어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빠뜨리고 끌려갈 수 있어요.

-여성에게 파티 메뉴를 짜라고 하면 본인 식성보다 참석자들 취향을 고루 고려해서 고민하는 반면 남자들은 한쪽으로 몰아간다고 해요.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는 거죠. 그래서 가령 10명의 위원회에 여성을 3명 포함시킨다고 여성의 입장이 30%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요. 적어도 과반수가 돼야 평등의 효과가 나온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성비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결국 교육인데, 우리 아빠는 단 한번도 “여자가 왜 그러냐”는 말을 안 했어요. 제가 엄마, 아빠 양쪽으로 용돈을 받아내도 돈도 써봐야 버니까 내버려두라고 하셨어요. 자동차 수리하는 걸 옆에서 구경하면 저리 가라고 하지 않고 기계를 설명해주셨고 낚시도 데리고 다녔죠. 그래서 남자들 사이에서 내 의견을 주장하는 일이 두렵지 않았어요. 학교도 여중, 여고를 나왔고 예대에서도 제 의견을 무시당한 경험이 별로 없었어요. 졸업하고 재석씨랑 휘재씨랑 같은 소속사에 있을 때도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면 “뭘 걱정해? 이렇게 하면 되지” 하고 의견을 제일 많이 냈고 두 사람도 잘 따라줬어요. 그래서 제가 사회가 얼마나 기울었고 현실이 심각한지를 잘 몰랐던 거예요. 그런데 숙이는 그런 경험을 했어요. 딸만 있는 집에서 막내로 자랐거든요.
-운전을 좋아하시죠? <최고의 사랑> <밤도깨비>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이동할 때 차를 직접 운전하는 장면이 많았고 카센터가 장래 희망인 걸로 알아요. 자동차와 운전의 어떤 면을 좋아하세요?
=5층짜리 건물 사서 1층은 카센터, 2층은 당구장, 3층은 만화방, 옥상은 캠핑장으로 만들어 제 안의 호기심을 다 분출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죠. 운전하는 시간을 사랑해요. 좋아하는 노래도 크게 부르고 기도도 하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요. 매니저가 운전을 하는 차 뒷자리에서는 오히려 산만하거나 잠을 자게 되죠.
-2010년대를 어떤 시기로 정리하세요?
=내 앞가림을 하고 가까운 몇명이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시작한 일들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어요. 신앙을 갖고 중심을 단단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서요.
출처들어가면 훨씬 인터뷰 많아...! 몇개만 가지고왔어
너무 단단한 사람같아 꼭 들어가서 전문 읽어봐
첫댓글 은이언니 앞으로 더 더 더 자주 많이 보고싶다!!
와 술술 읽히고 읽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진짜 너무너무 멋있고 대단한 사람 인터뷰도 깊이가 있고 재밌다 잘 읽었어 여시!!
와 진짜 술술읽힌다ㅋㅋㅋ
내가 아는 김혜리 기자님 맞나... 질문도 답변도 주옥같다
진짜 멋있는 사람이야ㅠㅠㅠ인터뷰 진짜 좋다ㅠㅠ흑흐그륵ㄱ 넘조아
여시 고마워!!!! 읽는 내내 정말 오동나무처럼 더욱 단단해지는 인터뷰였어. 너무 멋진 사람
비보 여시에서 추천받아서 듣기시작했는데 점점잘되는거 같아서 좋아
울언니들 너무자랑스럽다ㅠㅠ진짜 땡땡이인게 자랑스럽다ㅠㅠㅠㅠㅠ인터뷰내용도 넘 감동적이야.. 이런사람을 좋아하고있었다니 나스스로도 넘 감동적이고 ㅠㅜ 언니가 정말 자랑스럽다ㅠㅠ
인터뷰 너무 좋다ㅠㅠ
전원 남자 예능이 있다면 전원 여자 예능도 있어야죠. 남자들이 더 적극적이어서 많이 활동한다면 우리도 주저하지 말자 싶었어요. 판을 짜다보면 큰 판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멋져..
은이언니 넘 멋져..흑흑 ..ㅠㅠ
이부분 되게 생각하게 만드는것같아. 여남 차이 없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방법!
여시들 원 링크 가서 전문 봐봐 진짜좋다
사랑합니다
잘 읽었어 내용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