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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에서 환경운동은 제법 빛이 나는 일이다. 운동가는 정부 대표단이 되기도 하고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출세’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제화한 환경운동은 ‘무늬만 운동가’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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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에는 남미의 콜롬비아 플리그 국립공원에서 젊은 활동가 일곱 명이 공원 내 도로변에서 사살된 채로 발견됐다. 전원이 머리에 총을 맞은, 누가 봐도 처형된 모습이었다. 이들은 댐 건설에 반대하던 대학생 활동가 그룹에 속했는데 개발 측에서 저격수를 보내 살해한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아마존 강 유역의 오지에서, 알래스카 동토에서, 아프리카 델타에서 활동가가 죽어 나간다.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려던 선주민 활동가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에서 이들을 도우려고 날아간 젊은 남녀 대학생마저 석유 채굴업자나 농장주가 보낸 킬러에게 살해당한다. 세계 경제가 단일화·거대화로 치달으면서 환경운동가의 안전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환경운동가는 많은 고초를 겪었다. 박정희 정권과 신군부는 환경운동가를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었다. 환경운동가는 끊임없이 기관원의 사찰을 받았으며 ‘빨갱이’로 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환경운동은 제법 빛이 나는 일이다. 당당히 정부 산하 기관의 심의위원이나 정부 대표단의 일원이 되어 국제회의에도 빈번히 참석하고, 대기업 고문이나 사외이사로 ‘출세’하기도 한다. 당연히 저명 인사가 환경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일도 늘어났다. 배우·가수 같은 연예인 가운데도 환경운동에 열성인 이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을 요즘은 ‘에코 스타’라고 부른다. 환경운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시민단체는 에코 스타를 만들어내고 활용하는 데 열심이기도 하다. 이는 좋게 말하면 환경운동의 성숙화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순치화·체제화이다. 환경운동이 패션화하면서 운동가의 문제의식이 무뎌지고, 아예 문제의식조차 없는 ‘무늬만 운동가’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환경운동가라면 누구에게나 대운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첫 내각 장관 후보자 명단을 보니 환경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도 눈에 띈다. 환경부 장관에 내정됐다 낙마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박은경씨는 집이 네 채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정의시민연대는 1가구 1주택 운동을 벌였던 단체이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을 지냈다. 필자가 몸담은 환경재단의 행사에도 종종 참여했다. 그는 10년도 넘게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원조 에코 스타이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에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지지하는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문화재와 환경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대운하 건설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과연 운하를 파면서 문화재와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지난 대선 때 환경단체는 어떻게 해서든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고 했다. 환경운동가 중에는 이례적으로 대선운동에 직접 뛰어든 이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가 특별히 미워서가 아니라 오로지 대운하 건설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정도로 환경운동가에게 운하 건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세계 곳곳의 댐 건설 현장에서 서로 인간띠를 엮어 개발을 막는 환경운동가들에게 세상에는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환경운동가도 있다고 말한다면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환경운동도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되었다. 일본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이시 히로유키 씨는 “환경운동가가 체제화하는 것은 자살 행위이다. 시민운동은 항상 정부나 기업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환경운동 경력을 코에 걸고 살다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세계의 오지에서 지구 환경을 지키려고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내던지는 이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 아닌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시사IN>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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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엔제이보라 님이 올리신 게시물입니다만, 타 카페 스크랩이기에 제가 다시 올려드립니다....^&^
고맙습니다. njbora 김난주 실명으로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