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그들은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부른다.
아니 '아웃사이더'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찌된 세상인지 요즘의 아웃사이더는 도처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게 없는 사람도,
학력,학벌 사회에서는 배움이 짧은 사람도,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도,
장애를 가진 사람도,
우파가 아닌 좌파도,
이 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영화 로드무비는 동성애자들의 얘기로 간단히 분류해버리기 쉬운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기실 그것만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가슴 저미는 깊은 슬픔이 있다.
다수의 생각이 소수의 생각과 삶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이 이 영화속에는 고통스럽도록 넘쳐난다.
경제력(돈)이 없으면 평범한 가정 조차도 그냥 놔두지 않고 산산조각
내 버리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어도 한순간 실직자가 되어 버리면 삶의 의욕조차도 가차없이 거두어 버린다.
다수의 상식에 이반되는 것들은, 설사 그것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하찮게 치부되고, 전염병자나 되는 것처럼 야멸차게 밀어내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영화 로드무비는 파산한 젊은 펀드매니저와 한때 지리산 산사람으로
살았던 한 동성애자와 하루살이 같이 거친 삶을 살아가는 거리여자,
그리고 힘들지만 열심히 살았던, 그러나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에 실직자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랑'과 '동성애'라는 모티브가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다 해도,
그들 각자의 슬픔과 고통은 자인된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비틀린 가치관이 그 가해자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클로즈업 된다.
성급하게 겨울을 향해 달음박질 치고 있는 스산한 날씨탓인지
영화를 보고 나오니 밖이 더 춥고 시리다.
그래도 좋은 영화를 한편 봤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보자.
참, 황정민이라는 배우에 흠뻑 취한것도 나름의 소득이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YMCA야구단'에 이어 세번째 보는 그의
모습이 참 좋다.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로드무비'속 대식의 모습이
그중에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