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내장산 자락에 터를 잡은 백양사의 쌍계루. 단풍나무들이 시나브로 색깔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엄마, 여기 어때요?] 전남 장성 ‘가을산책’
당단풍 아름답기로 소문난 ‘백양사’ 쌍계루 등 일대 단풍나무로 뒤덮여
인공호수 ‘장성호’부터 ‘황룡강’까지 꽃과 은빛 호수 길 걷다보면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품안에
장성군 특산물 ‘삼채’ 넣은 닭백숙 구수하고 담백…몸보신에도 좋아
전남 장성은 가을에 특히 빛을 발한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단풍 명소부터 호젓한 길까지 꾸밈없이 수수한 멋이 곳곳에 스며 있다. 슬슬 코끝이 시려온다.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계절이 오기 전에 가을빛 만연한 고장에서 특별한 산책을 즐겨볼 일이다.
●11:00 가을의 절경 백양사
당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천년고찰 백양사는 가는 길도 참 예쁘다. 300~700년간 자리를 지켜온 갈참나무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길 왼쪽으론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그 소리에 맞춰 한발짝 두발짝 옮기다보면 ‘백양제일경’이라 불리는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층 누각인 쌍계루와 그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산 백학봉, 그 일대를 뒤덮은 단풍나무 등 이 모든 풍경이 쌍계루 앞 못물에 찍어낸 듯 그대로 박혀 있다. 완벽한 데칼코마니(대칭 무늬를 만드는 회화 기법)다.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창건된 백양사는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바퀴 휘돌다 고개를 들면 어디서든 보이는 백학봉 덕에 산의 정기를 듬뿍 받게 된다.
백양사에선 12일까지 당단풍 축제가 열린다. 고찰의 가을을 만끽한 후 운문암·백학봉까지 산행을 하고 싶다면 백양사 인근의 관광호텔과 모텔 등 숙소에서 여유롭게 묵어가는 것도 좋다.
●13:00 깔끔한 단풍두부정식
백양사를 빠져나가는 길엔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산채정식부터 도토리묵·파전 등 메뉴도 다양한데, 개중 단풍나무 수액을 넣어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는 ㄷ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단풍두부정식의 기본 메뉴는 단풍두부버섯전골과 단풍두부보쌈, 거기에 각종 나물과 더덕무침·삼채장아찌 같은 밑반찬이 한상 차려진다. 주인장 설명에 따르면 이 집 두부는 단풍나무 수액 덕분에 일반 두부보다 텁텁한 맛이 덜하다고. 그래서인지 두부가 입안에 쌓일 틈 없이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깔끔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볼 만하다.
고요한 장성호 수변길은 한가로이 거닐기 좋은 장소다.
●15:00 장성호 수변길 걷기
백양사에서 남쪽으로 17㎞가량 떨어진 곳에 거대한 인공호수인 장성호가 자리하고 있다. 유독 산이 많은 장성을 돌아다니다 고즈넉한 이 호수를 마주하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장성호를 에워싼 산세에는 어느새 가을이 묻어나고, 은쟁반 같은 호수는 그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장성호 수변길은 바로 이 그림 같은 장면을 실컷 감상하라고 마련해둔 길이다. 장성호 선착장에서부터 북이면 수성리까지 7.5㎞가량 이어지는데, 호수 옆으로 난 데크길과 산길을 걸을 수 있다. 특히 1.23㎞ 길이의 데크길은 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느릿느릿 거닐기 좋다. 호수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들에게 한눈을 팔거나 데크길로 드리워진 단풍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다보면 한두시간쯤은 훌쩍 흘러간다.
●16:30 황룡강 꽃바다 속으로
장성호 물길과 이어진 황룡강 일대에 10억송이의 가을꽃이 살랑이고 있다. 20만㎡(6만평) 규모의 강변을 백일홍·코스모스가 가득 메우고 있는 것.
장성군이 10월29일까지 개최한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를 위해 심은 이 꽃들은 축제 막바지에 절정을 맞았다. 노란빛이 어여쁜 황화코스모스, 알록달록 선명한 빛깔의 백일홍 등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꽃들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축제가 끝난 후 관련 시설물은 철거했지만 꽃은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리 때문에 완전히 지기 전까진 꽃을 볼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방문할 것.
삼채한방닭백숙
●18:30 건강 채소 ‘삼채’ 넣은 백숙
장성군의 특산물을 꼽으라면 단연 ‘삼채’다. 부추를 닮은 잎과 가느다란 뿌리가 무성한 이 작물은 단맛·쓴맛·매운맛 등 세가지 맛을 낸다. 항암 작용을 하는 식이 유황성분 함유량은 마늘보다 6배, 사포닌 함유량은 산삼보다 60배나 많아 건강채소로도 불린다.
삼채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축령산 인근의 ㅊ식당. 떡갈비·비빔밥 등 삼채가 들어간 갖가지 요리 가운데 뜨끈하게 몸을 데워줄 삼채한방닭백숙을 택했다. 약초와 양파, 대파 뿌리를 넣고 끓인 육수에 삼채 뿌리까지 더해 색이 노르스름한 국물맛은 구수하고 담백하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함께 먹는 삼채 뿌리는 마치 인삼처럼 쌉쌀하고 단맛을 내 다 먹고 나면 제대로 몸보신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