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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15일 명동성당에서 이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라는 본인의 사목표어처럼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정 추기경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1961년 사제품을 받은 정 추기경은 1970년 당시 39살 최연소 주교로 임명된 이래 28년을 청주교구장으로, 그리고 1998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으로 재임했다. 2006년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한국교회 두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정 추기경의 사목 기조는 전임 교구장 고 김수환 추기경과 여러 모로 대비된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김수환 추기경은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활발한 대사회적 활동으로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였던 지도자로 기억된다. 한국사회 민주화와 인권 향상을 위한 외침이었다.
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을 지내는 동안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생명수호와 선교다. 선교가 교회 내적 과제라면 생명수호는 교회를 넘어 한국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생명이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대다수 문제들이 생명을 경시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비본질적 가치에 밀려 소외되고 있는 인간(생명)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복권시켜야 한다는 것이 정 추기경의 생각이다.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다원화ㆍ전문화된 사회에서 국가 현안에 대해 일일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생명이라는 큰 물줄기를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 추기경에 대한 후대 평가는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선교는 교회의 근본 사명이다. 다시 말해 교회의 존재 이유다. 정 추기경은 2020년까지 복음화율 20%를 달성하자는 복음화 2020운동 등을 통해 선교에 앞장섰다. 질적 성장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신자들이 교회 밖에서 명실상부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진정한 복음화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결코 숫자에 연연한 것이 아니다. 정 추기경이 선교를 역설한 것은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라는 뜻에서다.
정 추기경은 이임 감사미사에서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 하느님께 감사하고 하느님 섭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와 서울대교구를 위해 늘 기도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교구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사제로서, 하느님 종으로서 삶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의미다. 정 추기경과 함께할 수 있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그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낸다. 정진석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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