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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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석꾼 부자 "고첨지"는
성질이 포악하고
재물엔 인색한 수전노라
고을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원통함을 풀어달라는 민원이
수 없이 관가에 올라갔지만
그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더했습니다.
고첨지는
산삼이다, 우황이다,
온갖 진귀한 것들을 구해다
사또에게 바쳐서
사또를 한 통속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
고첨지네
말 한 마리가 없어져
집안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집사와 하인들이
온 고을을 뒤지며 수소문 끝에
용천다리 아래 거지떼들이
간밤에 잡아 먹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날 밤,
뚜껑이 열린 고첨지가
손수 횃불을 들고
용천다리 아래로 가서
거지들의 움막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불길은 하늘로 치솟고
뛰쳐나오는 거지들을
고첨지네 하인들은
몽둥이 찜질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직도 화가 덜 풀려
술을 마시고 있는 고첨지 앞에,
안방 마님이 들어와
앉아,
“저는 한 평생
영감이 하는 일에
한 마디도 간여하지 않았습니다.
영감이 몇 번이나
첩 살림을 차릴 때에도...........”
“어흠, 어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고첨지가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데
“이 번엔
제 말 한마디만 들어주세오.”
“뭐요?”
“그들이 오죽 배가 고팠으면
말을 잡아 먹었겠습니까?
그리고,
이 엄동설한 밤중에
그들의 움막집을 태우면,
그들은 모두 얼어 죽습니다.
제 소원 한번만 들어 주세오.”
천하의 인간 말종
고첨지도
가슴 속에 한 가닥 양심이
꿈틀했습니다.
순식간에
움막집을 날려버리고
강둑에서 모닥불 가에 모여
달달 떨고있는 거지들을
집으로 데려오게 했습니다.
여자와 아이들은
찬모 방에 들여보내고,
남정네 거지들은
행랑에 넣었습니다.
고첨지가
행랑 문을 열어 젖히고, 들어가자
발디딜 틈 없이 빼곡히 앉은 거지들이
또 무슨 낭패를 당할까
모두 고개를 처박고
눈치를 보는데,
“말고기 먹고
술 안 마시면 체하는 법이여...”
거지들이 어리둥절
머리를 들자
술과 안주가 들어왔습니다.
아녀자들이 모여있는
찬모 방엔
밥과 고깃국이 들어갔습니다.
그날 밤 고첨지는
거지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신도 몇 잔 받아 마시며
거지가 된 사연들을 물어봤더니
코 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우리 집에
방이 많이 있으니
겨울을 여기서 나거라.
봄이 오면 양지 바른 곳에
집들을 지어줄 터이니.......”
행랑은 울음바다가 되었고
소식을 전해들은
찬모 방에서도
감격의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안방에서는
마님이 감동하여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영감, 정말 고맙습니다
대인이십니다.”
눈발이 휘날리던날
느직이 마실을 가던 고첨지가
노 스님을 만나
눈인사를 나눴습니다
노 스님이 눈을 크게 뜨고
고첨지를 자세히 보더니,
“관상이 변했소이다.
화살이 날아와 아슬아슬하게
목을 스치고 지나가리다.”
고첨지는 빙긋이 웃으며,
“안 죽겠네요?”
어느 날 밤,
고첨지네 행랑에서
떠들썩하게 거지들이 새끼 꼬고
짚신 만들고 가마니를 짜는데,
행색이 초라한
선비 하나가 들어오더니,
“고첨지라는 못 돼 먹은 인간이
온갖 악행을 다 한다는데,
여기는 당한 사람이 없소이까?”
이튿날 새벽,
사또가 헐레 벌떡
고첨지를 찾아왔습니다.
“고첨지 큰일 났소.
어젯밤
암행어사가
당신 집 행랑 방에서
거지떼들에게 몰매를 맞고
주막에 누워있소.
의원이 그러는데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오.
의원이 진맥을 하다가
마패를 보고 내게 알려준 거요.”
얼마 후, 고첨지는
조정으로부터 큰 상을 받았습니다.
“부인,
이 상은 부인의 것이오.
소인의 절을 받으시오.”
“영감, 왜 이러세요?”
고첨지네 집에서는
이 일이 있은 후 3일 동안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마누라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이래서 생겼나........?
존
하루 되세여
맹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