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아직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에서 느낀 감동이 채가시지 않은 나에게 또 하나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공연은 바로 안산시립국악단의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정기 연주회였다.
평소 예술의 전당은 종종 공연을 보러 들른 적이 있었지만 바로 옆에 국립국악원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아니 본적은 있지만 관심이 없어서 기억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내가 국악에 무관심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보기 위해 국립국악원에 들어섰다.
지난번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를 보았다곤 하지만 그 공연은 아시아의 전통음악을 조금씩 감상해 볼 수 있었던 자리였고 사실 국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번 공연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설렘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무대에는 이미 많은 악기가 즐비해 있었다. 그 악기들을 죽 훑어 보면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첫 곡은 ‘고별’이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인생에서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주제의 곡이다. 그래서인지 곡 전체도 어두웠다. 또한 이별이란 단어의 특성상 슬픔을 담고 있는 단어여서 그런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마치 하나의 슬픔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마지막에서는 이별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그렇게 첫 곡을 슬픔과 희망의 교차로 감상에 젖어 있던 나에게 두번째 곡 ‘향’은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팜플렛에는 제목인 ‘향’은 분명 고향 향자의 한자로 되어 있었는데 나에게는 어쩐 일인지 고향의 향기가 났다. 그리고 눈 앞에서 고향의 따뜻함과 소박한 광경이 펼쳐지는 듯했다. 이번 공연 중에서 이 곡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는데 내가 수강하는 교수님의 곡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리화’는 중국사람이 쓴 것이어서 그런지 중국에 널리 분포된 쟈스민에 관한 곡 이다. 꽃 이름이어서 그런지 매우 서정적인 느낌의 곡이었다. 또 중국의 곡이 우리나라의 전통악기로 연주된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중국사람이 작곡한 또 다른 곡인 ‘고도수상’은 이 공연의 지휘자인 쉬쯔준이 작곡한 곡이었다. 프로필을 보니 지휘와 작곡을 동시에 전공하였다고 한다. 또한 비파 독주는 잔잔하고 소박한 주제를 잘 표현하였다. 이렇게 각기 다른 중국의 두 사람이 작곡한 곡을 듣고 있노라니 국악과 음악적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 친근감이 느껴졌다. 역시 음악은 많은 말을 담고 있는 언어였다.
마지막 곡은 우리 학교 총장님이 작곡한 ‘안산환상곡’이었다. 이 곡은 안산에 대한 애정이 그 웅장함과 함께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었다. 안산에는 한 번도 가보진 못했지만 열정과 생동감이 넘치는 희망의 도시를 멋지게 표현하였다.
국악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왜 그 동안 서양음악에는 그렇게 큰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보러 갔는데 국악은 그러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가는 공연은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었지만 나에게는 국악공연 감상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은 앵콜곡과 비파 독주까지 정말 감동으로 마음도 젖고 눈도 젖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