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풀벌레의 설교(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신은 모든 것 속에 있다
풀벌레 같은 미물에서도 신을 보아야 한다. / 셔터스톡
모든 것 속에서 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신은 모든 것 속에 있으니까.
모든 존재는 저마다 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신에 대한 책과 같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
신이 들려 주는 한 마디씩의 말.
한 마리 풀벌레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것을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따로 설교 준비를 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만큼 모든 존재는
신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중세기 신학자이자 저명한 설교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이 시는 '당신 안에서'라는 무명의 시인이 지은
또 다른 시와 정확히 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당신의 마음을 통해
신을 발견한다
하늘의 별이나 땅의 진흙덩이도
당신을 통해 신에게로 향한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 많은 시인이 노래한다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지요. 이 시는 내가 사물을 들여다보라고 권하지만, '당신 안에서'는 사물이 당신을 통해 신의 마음을 발견한다고 말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에크하르트가 존재를 노래했다면 무명의 시인은 별이나 진흙덩이 같은 무생물도 신이 존재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할까요.
에크하르트는 거의 항상 마이스터라는 칭호와 함께 합니다. 마이스터는 전문가라는 의미입니다. 당대에 마이스터가 적지 않았을 텐데도 그가 굳이 마이스터라는 칭호로 불리는 이유가 뭘까요.
물론 그가 신학 분야에서 거의 최고의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그는 훗날 이단으로 분류되었던 데서 보듯 인간 안의 신을 말했습니다. 인간 속의 신, 그건 당신이 신과 같단 의미지요.
제가 에크하르트를 만난 것은 시인 이원규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충남의 요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던 저는 이원규 교수님의 강의를 녹음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그때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요.
내 안에 신이 있다면, 내가 신의 일부라면, 아니 내 안에 신의 일부가 있다면 그 깨달음은 신의 속성을 내게서 발견한다는 것과 다름 없었지요.
오늘 제가 이 글을 쓰는 일 또한 그러합니다. 빗소리를 듣고 난 후, 잎사귀 사이에 숨은 열매를 발견하고 그리고 갓 피어난 꽃을 들여다보고 난 후, 그 모든 것에서 생명과 사물과 존재와 자연을 발견하는 그 일이 내 안에서 내밖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