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업계에 친구가 많다고? 적이 없다고? 그것을 자랑하지 말라.
그것은 곧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대단치 않게 여긴다는 뜻일 수도 있고, 경쟁 대상도 안 되는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내가 어느 직원을 /사람 하나는 좋다'고 말한다면 그가 일은
지독히 못한다는 뜻이다.
76세 고령의 경영자 호리바 마사오 역시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에서 적이 없는 사람을
'무능의 대명사'로 부른다. 예수에게도 적이 무수히 많았다. 승자에게는 적이 많고 패자에게는
친구가 많은 법이다.
어느 나라에서 정치나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고 인기와 영합하여 욕을 먹으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경제개혁에 덤벼들었던 영국의 대처 수상 같은 지도자가 없는 국가나 회사는 조만간 패배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토머스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답습하면서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기만 한다면 인류는 곧 멸망할 것이다.
적자생존이라고 하지만 인류가 생존하여 온 것은 원시시대부터 협력하는 삶을 살았으며 약자를
배려하여 왔기 때문아닌가. 사회생물학자들조차도 인류에 관한한 적자의 의미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 성공적인 번식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조직 내에서만큼은 호모 사피엔스로서 모두가 협동하고 하나 되게 하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동료들과 협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려는 직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팀워크를 깨기 때문이다.
일본 외상을 지냈던 다나카 마키코 역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세 종류뿐이다. 가족과 피고용인, 그리고 적이다. 피고용인은 나를 충실히 따라라."
피고용인은 외무성 간부들을 의미한다. 조직 내에서의 동료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라. 동료는
적이 아니라 맞수이며 협력자이다.
너는 적이 없다고?
아이구야, 그걸 자랑이라고 하냐.
싸움에 휘말려온 사람이라면,
사명감으로 용기로 감당해야 할 것이면,
당연히 적이 생겼을 터인데 너에게 적이 없다면
네가 해온 일은 보잘것없는 것.
변절자의 엉덩이를 차본 적도 없고,
위증자의 입을 틀어막은 적도 없으며,
잘못된 것을 한 번도 바로 잡은 적도 없으니,
너는 싸움에서 겁쟁이로 있어 왔을 뿐!
- Charles Mackay, ‘You have no enemies'.
- 데이원 간, ‘세이노의 가르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