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황금색 열매 주렁주렁… 우리 남쪽 지방에서 자라죠
멀구슬나무
▲ 겨울이 되면 멀구슬나무에는 구슬 같은 황금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립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이 되면 구슬 같은 황금색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 나무가 있어요. 우리나라 중부 지역에서는 볼 수 없고, 제주도와 남쪽 지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멀구슬나무'예요. 멀구슬나무는 인도·동남아시아·중국·호주 등 아열대 지역부터 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요. 키가 큰 나무로 우리나라는 추위를 버티며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에 속하죠.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북쪽 지역에 자라는 전북 고창군 교촌리 멀구슬나무는 수령 2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고목(古木)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요.
멀구슬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해안가부터 제주도 민가 주변에서 흔히 자라요. 이 나무는 키가 10m 이상으로 커요. 가지는 굵고 사방으로 뻗어 있어요. 잎은 2~3회씩 날개깃 모양으로 갈라진 겹잎으로, 작은 잎이 수십 개 있어요. 잎은 여름이 되면 전체 길이가 25~50㎝ 정도로 커지는데, 옆으로 활짝 퍼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요. 벌레들이 싫어하는 성분이 있어 멀구슬나무 그늘에 있으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해요. 작은 잎은 길이 3~7㎝이며 좁고 긴 달걀 모양이에요. 끝은 길게 뾰족하고 밑부분은 좌우 비대칭이며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어요.
잎이 녹색으로 점점 짙어지고 커지는 5~6월쯤 가지 끝 잎겨드랑이에 연한 보라색으로 조그만 꽃들이 피어요. 고깔 모양을 이루며 무더기로 모여 달리죠. 꽃잎은 5개로 길이 1㎝ 정도인 긴 주걱 모양인데 활짝 벌어져요. 꽃 가운데에는 길이 7~8㎜의 진한 자주색 기둥이 솟아 있어 독특해요. 이것은 수술 10개가 합쳐져 마치 기둥처럼 보이는 것인데, 안쪽 면에 긴 털이 빽빽하게 있어 마치 보라색 종이로 감싼 꽃다발처럼 보여요. 은은한 보랏빛 꽃이 나무를 뒤덮으면서 녹색 잎 사이로 풍성하게 피면 그윽하고 아주 좋은 향기가 주변에 가득 퍼져요.
열매는 길이 1.5~2㎝이고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10월에 노랗게 익어요. 멀구슬나무 열매는 붉게 익는 대추와 색깔만 빼고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죠. 잎이 다 떨어진 요즘 시기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오랫동안 매달려 있는 열매는 겨울에도 꽃이 핀 것처럼 보여 멀구슬나무의 또 다른 매력이죠.
멀구슬나무는 쓰임새가 참 많은 나무예요. 향기가 있는 꽃은 향료, 잎은 살충제, 껍질과 열매는 약용(藥用), 씨앗은 염주, 목재는 가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해요. 가로수나 조경수 등으로도 많이 심는다고 해요. 특히 열매는 한방에서 '천련자(川楝子)'라 해서 스트레스로 인한 가슴 통증 또는 기생충으로 인한 복통 치료에 사용한다고 해요. 줄기와 뿌리 껍질은 '고련피(苦楝皮)'라 부르는데, 장내 기생충을 없애는 구충약으로 쓰였다고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