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짧은 분들이...” 野혁신위장, 투표권 두고 노인 비하 논란
당내서도 “또 설화”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58) 혁신위원장이 지난 30일 청년 세대 좌담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청년과 노인의 투표권 경중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좌담회 모두 발언에서 청년들의 투표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둘째 아이가 스물두 살 된 지 얼마 안 된 아이인데, 중학생 때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질문을 했다”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기대 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기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게 참 맞는 말”이라며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거다. 되게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그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을 지었다”며 “민주당은 색채를 보면 늙은 듯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
김 위원장 발언은 남은 기대 수명이 다른 청년과 노인의 1표를 달리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미여서 노인 비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31일 논란이 확산되자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며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김 위원장 설화가 처음이 아니다. 반복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혁신위원장 선임 직후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은 며칠 뒤 “알고 보니까 심각한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당내 계파를 살려 정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해 이 전 대표 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당내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들에 비유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초선이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이다.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당황스럽고 황당한 발언” “이재명 대표도 초선이다”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좌담회 발언은 민주당 인사들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들도 소환했다. 2004년 3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은 해 11월 강연에서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죽어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11년 부모님이 투표를 못 하게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트위터 메시지에 “진짜 효자”라고 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어르신들에게 ‘미래 짧은 분들’이라니 민주당의 미래가 짧아질 뿐”이라며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 계산법이 빚은 막말 참사”라고 했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을 혁신하라고 만든 혁신위가 민주당의 비상식적 논리 답습을 넘어 더욱 허무맹랑한 주장만 펼치니, 혁신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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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김은경 ‘노인비하’ 발언 귀의심…도와주러 온거 맞나?”
(왼쪽부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뉴시스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는 발언을 해 ‘노인 비하’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제 정말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20·30세대 청년들과 만나 아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되게 합리적이지(않으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조 의원은 김 위원장을 향해 “아프리카 속담에 그런 얘기가 있다. ‘노인 한 명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 그만큼 어르신들은 삶의 지혜, 경험이 축적된 분들”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김 위원장의 다른 설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돈 봉투 사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 ‘계파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초선 의원 학력 저하 코로나 학생들 같다’. 오시기 전부터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기득권이다’ 딱 못 박고”라며 “방송 좀 안 나오시거나 말씀 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 의원은 김 위원장의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과 혁신 과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지금 혁신안이라고 내놓으신 게, 그것 때문에 우리 당이 이렇게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고 당내 민주주의가 굴절되고 그렇게 됐나”며 “(지금 진행되는 혁신 과정은) 절대 좋은 평가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사과’ 대신 ‘만행’ 선택한 민주당 혁신위, “청년 정치 참여 촉구한 것” 주장
민주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 의견이 적지 않지만, 민주당 혁신위는 1일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촉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안팎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혁신위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김남희 부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전날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며 “녹취록을 봐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아이디어가 수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앞으로 우리 정치는 세대 간, 지역 간, 계급 간 불균형을 조정하고, 과소대표되고 있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논의를 위해 예시로 꺼낸 중학생의 아이디어마저 왜곡해 발언의 전체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모든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사에서 혁신위 비공개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다룰 쇄신 의제와 활동 방향 등을 공유했지만,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선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과를 해도 부족한 마당에 본인은 침묵한 채, 혁신위를 동원해 엉뚱한 해명으로 국민들의 화를 부추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력이 짧거나 재산이 적은 사람에게도 투표권 덜 줘야 하나?
1일 채널A에 출연한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헛소리인데, 준비된 원고이기 때문에 말실수가 아니다”면서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명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종혁 당협위원장은 “노인들이 미래가 짧기 때문에 투표권을 덜 줘야 한다면, 학력이 짧거나 외모가 짧거나 재산이 적은 사람들에게도 투표권을 덜 줘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혁 위원장은 “차별적 언어를 진보 정당의 혁신위원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는 사실에 기가 막히다”면서 “당장 혁신위원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함께 출연한 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김은경 혁신위원장 비판에 가세했다. “어르신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면 민주당에 불리하고, 젊은 청년들이 많이 나가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혁신위원장직을 빨리 내려놓아아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