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엘 다녀왔습니다. 콜로라도 덴버에 있는 신부님과 인연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지난 1월 12일에 제가 덴버를 찾았습니다. 마침 1월 14일은 신부님의 서품 23년이 되는 날이어서 더 뜻깊었습니다. 신부님은 덴버의 좋은 곳을 안내 해 주었습니다. 온천엘 다녀왔고,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에 다녀왔습니다. 온천은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왕복 6시간 동안 신부님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신부님은 ‘콜로라도’의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콜로라도의 뜻은 스페인 말로 ‘색이 붉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콜로라도의 바위는 붉은색이 많았습니다. 신들의 정원의 이름의 유래도 들었습니다. 그 지역을 발견한 사람이 처음에는 ‘맥주의 정원(Beer Garden)’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 주피터와 주노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그곳의 이름을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름이 참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콜로라도는 물이 좋아서 맥주가 맛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맥주의 정원이라고 했다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술’이 생각났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신들의 정원이라고 했기에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하느님을 찬미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세례명을 생각합니다. 형들과 동생은 생일에 맞추어서 세례명을 정했습니다. 큰형은 9월에 맞추어서 미카엘, 작은형은 12월에 맞추어서 사도 요한, 동생은 10월에 맞추어서 프란체스카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5월인데 가브리엘로 정했습니다. 5월이면, 마티아로 해도 좋았을 텐데 부모님은 가브리엘로 정하였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정하였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저의 세례명 가브리엘이 좋습니다. 가브리엘이 천사라서 좋았고,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뜻을 전해서 좋았습니다. 가브리엘이 하느님의 뜻을 전하면서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어서 좋았습니다. 사제가 되어서 말씀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뜻을 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의 세례명과 제가 하는 직무가 비슷해서 좋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에게도 새로운 이름을 정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나약하기에 물속에 빠지기도 했고,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지만, 예수님의 말씀처럼 베드로는 굳건한 반석이 되었습니다.
서울대교구 부제, 사제 서품식이 있습니다. 멀리 있지만 새 부제와 새 사제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34년 사제 생활을 돌아보면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셨고, 교우분들은 저를 이해해 주셨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고, 사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직무를 새 사제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제는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아픈 곳을 정확히 진단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대의 징표는 사색, 독서, 경청을 통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한 독서가 필요합니다. 사제는 ‘말씀’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교회의 서적, 가르침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말씀은 강론을 통해서 선포되기에 강론 준비를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말씀이 우리와 함께하셨고, 말씀이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기도는 갈망이 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기도는 꾸준히 해야 합니다. 기도는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기도하는 사제는 샘이 깊은 물과 같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사제는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셨습니다.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행동하는 사제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에서 많은 기적을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우분들이 마음을 열어도 시대의 징표를 모르는 사제가 있다면,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제가 있다면, 기도에 게으른 사제가 있다면, 행동하지 않는 사제가 있다면 복음의 꽃은 피기 어려울 것입니다. 새 자세들이 가는 새로운 임지에서 복음의 꽃이 활짝 피기를 기도합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나서 성령의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이 만나서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제와 교우가 만나서 믿음이 자라고, 사랑이 꽃피고, 희망이 열매 맺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들아, 주님의 훈육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그분께 책망받아도 낙심하지 마라.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굳건한 반석" 묵상 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