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리뷰: 엑스맨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감독:브라이언 싱어
출연:휴 잭맨,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줄거리
천재 과학자 '트라스크'가 발명한 로봇 '센티넬'로 인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미래. 오랜 시간 적으로 맞섰던 '프로패서 X'와 '매그니토'는 돌연변이는 물론 인류를 위협하는 '센티넬'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울버린'을 과거로 보낸다. 과거로 돌아간 '울버린'은 뿔뿔이 흩어졌던 엑스맨들을 모두 불러모아 인률의 미래를 구원할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데…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기계에 의해 점령당한 암울한 미래를 조명하며 시작된다. 돌연변이와 인간이 '센티넬'에 의해 지배당하고, 엑스맨들은 연합하여 이에 대항한다. 그러나 한 마리의 '센티넬'은 엑스맨 전원이 다 덤벼도 무너뜨릴 수 없는 상대다. (그 부분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시길…) 그동안 선과 악의 개념으로 대결하며 서로 간의 힘을 겨루었던 방식을 벗어나 공동의 적에 함께 맞선다는 설정부터 흥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막강한 소수의 센티넬에 다수의 엑스맨들이 쓰러지는 장면에서 영화를 보던 관객들마저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암울할 것 같은 영화는 울버린이 과거로 오게 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울버린 특유의 여유로운 농담과 함께 등장인물들이 선보이는 재치 있는 유머가 어우러진 부분은 암울했던 영화의 분위기에 활기를 불러온다. 미래 장면이 멸망이었다면, 과거는 [엑스맨] 시리즈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뮤턴트들간의 대립이 만연하며, 세상은 여전히 그들을 위협적으로 정의하는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가 유지한 세계관이 다시 재연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있 는 두 가지 상황 때문에 자칫 복잡해질까 우려 되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두 개의 엉킨 실타래를 '엑스맨 멸망'이라는 주제로 통합시키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야기가 산만하다기보다는 풍부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시리즈 마다 화제가 되었던 뮤턴트들의 액션은 이번에도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를 통해 화려하게 구현된다. 1편이 매그니토와 스톰의 스케일 액션, 2편이 나이트크롤러의 순간이동 능력, 3편이 진 그레이의 폭주, 스핀오프 시리즈를 통해 보여진 울버린의 액션 그리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등장한 뮤턴트들의 능력을 모두 동등하게 담아 내었듯이 말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여러 뮤턴트가 총 출동해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능력을 보여준 뮤턴트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새로 합류한 블링크(판빙빙)와 퀵 실버(에반 피터슨)다.
블링크는 순간이동 할수있는 포털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엑스맨들은 이를 통해 센티넬의 후방과 빈 공간을 역습하고 후퇴할수 있다. 덕분에 센티넬과 엑스맨들 간의 혈전은 SF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드문 긴박한 대결씬을 만들어낸다. 퀵 실버의 빛보다 빠른 스피드도 액션도 볼만하다. 모든 엑스맨들이 목숨을 걸고 진지하게 싸우는 것과 달리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전투 자체를 재미있게 즐기는 퀵 실버의 향연은 이번 시리즈의 백미이자 재미있는 유머코드중 하나다.
[어벤져스] 못지않은 1급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캐스팅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안 맥켈런을 매그니토로 캐스팅해 히어로 영화사상 가장 우아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듯이 신구가 조화를 이룬 엑스맨 캐릭터들의 연기 향연은 액션 장면 못지않은 볼거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울버린은 이번 시리즈에서 엑스맨들을 규합시키는 역할을 맡은 만큼 다소 진지해졌으나 영화의 균형을 밭쳐주는 중요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임했다. 이언 맥켈렌과 패트릭 스튜어트가 연기한 뮤턴트들의 두 리더는 여전히 우아하며, 그들의 과거였던 마이클 패스벤더와 제임스 맥어보이는 여전히 젊은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그중에서 이번 시리즈에 중요한 'Key'를 지니고 있는 제니퍼 로렌스의 미스틱은 특유의 섹시함을 지닌 역동적인 액션과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가장 돋보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처럼 모든 것이 무난한 결과로 다가온 이번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의 화려한 귀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엑스맨 모든 캐릭터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이루어 동등한 매력을 극대화한 동시에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적 상황의 비중을 높여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영화를 더욱 매력 있게 만들어 주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헨리 키신저, 닉슨 그리고 월남전을 영화의 배경에 두어 뮤턴트의 탄압과 연계해 시대적 상황에 대한 풍자를 이끌어 내는 과정은 히어로 장르에 묵직한 주제를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는 매그니토가 나치의 유태인 학살로 인간을 증오한 것과 같이 월남전을 막기 위해 뮤턴트와 같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부각해 공포,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 내었던 시대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굳이 아쉬움을 찾자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지만, 이번 시리즈는 [엑스맨] 시리즈를 처음 접한 관객들과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작을 접하지 못한 영화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인물들의 과거를 대략적인 설명을 통해 쉽게 넘어가려 하지만, 그러기에는 역대 시리즈간의 연계성이 너무 부족하다. 한 마디로 이번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엑스맨 1,2]와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세 작품만 이해하면 되고, [엑스맨 3]과 두편의 [울버린] 스핀오프간의 연계성은 없다고 보는게 좋다. 그래서 전작을 생각하며 보는 관객들은 이번 시리즈의 전개에 당황스럽게 느껴질 만한 부분들이 많다.
역동적이고 긴박했던 초중반과 달리 중후반부의 밋밋한 전개와 긴 대사 장면은 의미 부여를 위해 필요했지만, 너무 길게 끈 나머지 지루해지는 부분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또한 모든 주인공을 비중 있게 다루려 한 나머지 여러 캐릭터에 드라마와 시선이 분산된 부분은 일부 캐릭터에 기대를 걸었던 영화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그러한 아쉬움 따위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으며, 모든 부분에 있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해 이번 2014년 기대작 중 가장 큰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상 깊은 볼거리와,드라마, 긴박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을 원했다면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꼭 봐야 할 작품이다. 또한, 이것은 [엑스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작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엑스맨들 간 대립의 역사를 넘어 공동의 적을 향해 모두가 함께하는 과정이 계속될 것임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암시하고 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등장하는 '그것'은 곧바로 이들이 상대해야 할 최강의 존재를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끝났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여운을 남기며, 그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거대한 예고편과 같다.
작품성:★★★☆
오락성:★★★★
시각효과:★★★☆
연출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