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당, 진보정당에 대한 불신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집권이 9년차로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사회의 경제성장 둔감과 침체, 사회양극화 등의 문제점이 개선되기 보다 더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실망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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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개혁과 진보정당에 대한 불신이 점차 확산돼는 모습이다.ⓒ동아일보 |
이 같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는 개혁정당과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동아일보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소장 이남영 숙명여대 교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전국의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삶의 가치변화'를 조사한 데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우리 국민의 이념적 성향이 점차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일 총선이 실시되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절반이 넘는 51.7%가 보수색채가 강한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지난 2004년 3~4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당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50%를 넘은 이래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정당 지지율이 50%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개혁을 내세운 열린당과 최초의 진보정당임을 강조한 민주노동당은 각각 23.8%와 15.3%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고 민주당이 7.2%로 뒤를 이었다.
또 '절대로 투표하고 싶지 않은 정당'은 열린당이 37.1%, 민노당 13.0%로 개혁과 진보진영에 대한 비토세력 역시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보수색채가 강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경우 각각 24.7%와 10.9%였다.
무엇보다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장외투쟁으로 여야가 극한대립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여론이 보수정당에게 쏠리고 있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개혁과 진보보다 안정희구정서가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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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이념 점수 변화ⓒ동아일보 |
10점 척도에서 1점을 '가장 진보적', 10점을 '가장 보수적'이라고 했을 때 응답자 스스로가 평가한 이념 점수는 1995년 5.33에서 2001년 5.43, 2005년 5.78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진보와 보수 중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보수'(7~10점)라는 응답이 39.1%로 '중도'(5~6점·32.3%)와 진보(1~4점·28.6%)보다 많았다. 보수에 속한다는 응답은 1995년(29.3%)보다 9.8%포인트 늘었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의 중요도를 비교하는 질문엔 응답자의 52.5%가 경제 성장을, 35.1%가 환경 보호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고 '향후 10년 간 이뤄야 할 국가목표'를 묻는 질문에선 57.9%가 '고도 경제성장'을 꼽아 '직장과 사회에서의 참여증대'(23.9%)나 '국방 강화'(7.0%)보다 높았다.
또 '경제 안정'(75%)이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16.8%)이나 '범죄 소탕'(3.5%)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답했다. 1995년 조사에서는 '경제 안정'이 50.0%였으며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이 35.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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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이념 성향 변화ⓒ동아일보 |
기관 및 단체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도가 가장 높은 단체로 환경운동단체(71.7%)를 꼽았고 이어 인권·자선단체(71.2%), 여성운동단체(68.4%), TV(66.8%), 신문(64.3%), 시민단체(62.8%), 경찰(58.7%)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14일 조사원이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직접 찾아가 개별 면접했고 응답자는 지역, 성, 연령별로 할당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주순에서 ±2.8%포인트.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이름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80여 개 국가가 동일한 설문문항을 사용해 1980년부터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