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야!’ ‘애기야!가자!’ ‘아자, 아자, 파이팅!’ ‘그때그때 달라요 ’ ‘생뚱맞죠’ ‘뭡니까 이게’ 등은 지난해 말 방송가에서 선정된 최고의 유행어들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주로 개그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유행어들을 찾 아볼 수 있었다.
여기서 CEO가 알고 활용할만한 유행어와 신조어들을 살펴보겠다. 지난해 최고 유행어인 ‘그런거야’를 예로 들어보면 올해에는 사단장이 나타나 ‘그런거나 !’라고 울트라 베이스로 목소리를 중저음으로 깔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행 어를 선보였다.
만약 부하직원이 오늘까지 급히 작성해야 할 보고서를 마치지 않은 채 어딘가( 화장실이 될 수도 있다)를 가려고 할 때 “보고서는 다 작성하고 가는거나? 어! 그런거나!”하며 웃으면서 던진 한 마디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게 할 수 도 있다.
올 상반기 인구에 회자된 유행어를 몇 가지 결산해 보자. ‘안녕 프란체스카’ 에 나오는 안성댁의 ‘이게 왠 당황스런 시추에이션?’, 바보캐릭터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 안어벙의 유행어 ‘빠~져 봅시다!’ ‘이게 뭐니, 이게 이게’, ‘웃찾사’ 택아의 ‘그분이 오셨어요!’, 리마리오의 ‘본능에 충실해… 미끌 어지듯이’ 등은 CEO가 알아두고 쉽게 활용할 만한 유행어들이다.
■권법기합소리·출산드라 설교 인기■
만약 CEO가 이런 말로 분위기를 이끈다면 직원들은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까?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씨익 웃으며) 지금 뭐 하는 시추에이션이죠?” “ 자, 오늘 김 과장 브리핑이 있는데 후~끈(김장훈 ‘고속도로 로망스’가사에서 인용) 빠~져봅시다.” “(브리핑을 마치고) 와~우, 오늘 김 과장 브리핑 정말 대단한데…그분이 오셨나? 본능에 충실한 김 과장에게 미끌어지듯이 큰 박수를 ….”
혹시 회사에서 누군가 엉성한 몸짓으로 ‘호이짜’ ‘쭤뻐’ ‘꽤엑’하고 괴 성을 지르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면 이는 바로 어 느 온라인 콘텐츠회사에서 선정한 네티즌들이 뽑은 올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인 화상고의 오묘한(?) 권법기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그 모습을 보면서 ‘저건 뭐하는 시추에이션!’이라고 한다면 그나마 절반은 성공 한 셈이다.
최근 개그콘서트에 혜성처럼 나타난 출산드라와 경비의 유행어도 놓치면 아깝 다. 출산드라는 자칫 사이비 교주처럼 비춰지는 모습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노 래하듯 이렇게 외친다.‘먹다지쳐 잠이 들면 축복을 주리니~’ 만약 이 유행어 를 ‘일하다 지쳐 잠이 들면 보너스를 주리니~’로 응용해 보면 어떨까.
또한 경비의 대사를 ‘뭐 그까이꺼 대충 결재판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냥 퇴근 하면 되지! 뭐 그까이꺼!’라며 직원들에게 웃으며 다가가 유행어 한마디 건네 는 센스를 보여준다면 친근감 넘치고 유머있는 CEO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지 않 을까? 이밖에도 ‘4천만 땡겨줘’ ‘기다릴거예요’ ‘희한하네’ ‘좋아좋아 ’ ‘왜 없어’ 등도 회의석상이나 월례조회 등 실전에서 얼마든지 활용 가능 한 유행어들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생기는 말, 신조어.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처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 까?” 지난해 ‘논스톱’(MBC 시트콤)에서 고시생이 한 유행어다.
유행어는 신조어를 낳고 신조어는 유행어를 살찌우는 법. 올 상반기에는 특히 혹독한 취업난을 반영이라도 하는 듯 체념과 달관의 경지(?)로 생겨나는 취업 및 직장 관련 신조어가 많이 등장했다.
그럼 여기서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신조어들을 살펴보자.
·낙바생 -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학생·샐러던트 - 공부 하는 직장인, Salaryman과 Student의 합성어·네스팅족 - 정시에 퇴근하는 고 속승진 기피족·체온 퇴직 - 36.5도의 사람 체온처럼 체감 정년 36.5세·면창 족 - 퇴직 압력 속에 일이 줄어들어 창 밖만 바라보는 상급사원
■체온퇴직 = 36.5세가 정년?■
위의 신조어를 활용해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우리 회사에는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이 극명히 보입니다. 낙바생이 우리 회사 에 들어와 샐러던트로서 열심히 생활하는 직원의 모습과 네스팅족으로써 체온 퇴직을 피하려는 사람들, 그 중에는 면창족들의 뒷모습도 살며시 비칩니다.”
또한 여가시간을 활용해 휴대전화로 영어공부를 하는 ‘모잉족(모바일 잉글리 시족)’이나 극심한 취업난 속에 직장을 하나의 혼수로 생각하는 ‘혼수취업’ 이라는 말까지 취업과 직장에 관련한 신조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할 전망 이다.
일상에서 쓰이는 ‘얼짱이나 얼꽝’ ‘당근이나 말밥’ 하는 말들은 이제 누구 에게나 통용되는 생활용어가 됐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대개 인터넷을 통해 네 티즌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댓글을 빨리 다는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 진다는 ‘등수놀이’, 대형빌딩에 찾아가서 물품구매나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를 ‘빌딩타기’로 일컫는, 놀이문화에 접목시킨 신조어도 눈여겨보고 활 용할 만하다. ‘누구를 띄엄띄엄보냐’는 말은 ‘일삼오칠구(13579)로 보냐’ 는 말로 변형할 수 있으며 ‘1212하러가자’는 말을 듣고 ‘홀짝홀짝 한 잔하 러 가자’는 의미로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콘서트티켓을 쇼핑몰에서 공구(공동구매)했다’는 의미를 ‘ 찾았다’라고 이해한다면 신세대들은 곧바로 자반하라고 말할 것이다. 스스로 반성하라는 뜻이다.
그 밖의 신조어들로는 다음과 같다. 반수생(대학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가고 싶은 대학에 재도전하는 학생들), 슈퍼맘(직장생활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 , 온미남(나긋나긋하고 부드럽지만 때로는 남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외유내강 형의 남자), 성형놀이(뽀샵(포토샵)으로 인물 사진을 합성하거나 예쁘게 얼굴 사진을 꾸미는 행위). 이러한 신조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명실공 히 이 시대 최고 언어감각의 CEO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유행어와 신조어 범람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 하는 거울과도 같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의 여부 는 신세대와 쉰세대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만약 신세대 사원들의 입에서 쉴새 없이 쏟아대는 이러한 유행어나 신조어에 민감하지 못하고 잘 알 아듣지 못한다면 그들은 감히 말할 것이다.“우리사장님,완전 퐈야! 또 또 또 또 못알아 듣는다. 또!” 혹여나 용기를 내서 ‘퐈’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 다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유행어로 쉰세대 CEO의 답답함에 일침을 가할 지도 모른다. ‘그때그때 달라요. 퐈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죠’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