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개회 첫날, 장애인들 “‘탈시설조례 폐지안’ 폐기하라”
19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첫날 장애계 서울시의회 집결
거주시설부모회, ‘탈시설조례’ 폐지 맞불 집회 열어
탈시설조례 발의한 서윤기 전 의원도 참석 “폐지 반대”
5월 3일까지 진행되는 임시회서 ‘탈시설조례’ 폐지 여부 결정
19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 당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다시 한번 서울시의회 앞으로 모였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은 ‘서울시의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안 부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김소영
19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 당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다시 한번 서울시의회 앞으로 모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서울시의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안 부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에 맞서 같은 시간, 맞은 편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아래 거주시설부모회)가 탈시설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시 탈시설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2023년 5월 11일, 주민조례로 청구됐다. 주민조례청구란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참여하여 해당 지자체 의회에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의 경우, 유효한 청구권자 수가 2만 7425명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3월 21일 서울시의회가 조례청구를 수리했다. 당시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을 청구한 이는 “의사표현 및 지역사회 정착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시설로부터 추방함으로써 오히려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며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의장은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장 명의로 주민청구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 폐지조례안은 19일 열리는 이번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탈시설조례는 제정 2년 만에 폐지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서울시의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안 부결 촉구 결의대회’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거주시설부모회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탈시설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거주시설부모회 사람들이 소복을 입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시설화 정책, 해외에선 ‘실패한 정책’이라고 국가가 사과하는데…”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탈시설을 준비하는 당사자분께서 쓰신 편지를 어제 서울시의회에 전달했다. ‘20살이 되기까지 시설을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설은 절대 집이 아니다. 장애인도 존엄한 사람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나와야 한다. 동료들과 나를 사랑하고 싶다.’ 이것이 자립을 준비하는 20대 청년의 20년 만의 외침이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강석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탈시설 당사자가 하는 말을 꼭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서울시, 장애인복지 예산 역대 최대 1조6천억원… 복지서비스 늘리고 자립돕는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서울시는 장애인거주시설과 환경개선에 44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기존 시설을 가정형으로 전면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활동가는 “서울시는 지금 ‘장애인 당사자의 주거선택권’이라는 말로 시설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설화 정책은 이미 해외에선 ‘실패한 정책’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사과하고 있는 정책이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시설화정책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감시해야 한다”면서 서울시의회가 ‘탈시설조례 폐지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탈시설당사자이자 발달장애인인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탈시설당사자이자 발달장애인인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는 “우리도 보석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의 삶을 시설에 두고 싶지 않다. 탈시설조례는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는 한줄기 방패막 같은 것이다. 방패막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다시 시설에 돌아갈까 봐 큰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우리 모두가 보석 같이 살 수 있도록 탈시설조례 폐지를 막고 싶다. 우리 모두의 삶과 자유를 위해서 시설을 유지하려 하지 말고, 시설 밖에서 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고 외쳤다.
탈시설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서윤기 전 의원이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탈시설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서윤기 전 의원도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서 전 의원은 “‘비용이 많이 든다’, ‘다른 요구가 있다’는 이유로 애써 탈시설을 외면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과 공무원들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라고 말하며 현 서울시의회의 행태를 규탄했다. 그는 “서울시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장애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면서 “탈시설조례 폐지 반대에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거주시설부모회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탈시설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현수막에는 “서울시의회는 돌봄이 절실한 장애인을 자립으로 내모는 탈시설조례 폐지하라”고 적혀 있다. 사진 김소영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거주시설부모회 현수막 문구를 보고선 “최중증장애인에게 돌봄이 필요하면 돌봄을 확대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사진 김소영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결의대회 맞은 편에선 탈시설 반대 세력인 거주시설부모회가 “탈시설조례를 폐지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거주시설부모회의 집회 현수막에는 ‘서울시의회는 돌봄이 절실한 장애인을 자립으로 내모는 탈시설조례 폐지하라’고 적혀있다. 최중증장애인에게 돌봄이 필요하면 돌봄을 확대하면 되는 것 아닌가. 거주시설부모회의 부모님들이 원하는 돌봄을 오세훈 시장이 가로막고 있으니까, 장애인이 자립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주시설부모회가) 집회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이며, “오세훈 시장은 법을 지키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켜라. 최중증장애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보장하고 ‘탈시설조례 폐지조례안’을 당장 폐기하라”고 소리쳤다.
서울시의회 임시회는 19일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다음 달 3일까지 15일간 안건 심사를 진행한다. 그 중 ‘탈시설조례 조례폐지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어 의사일정과 절차에 따라 심사를 거친다. 이후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탈시설조례’의 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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