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판타지입니다,
진지하게 쓰긴 했는데, 필체가 그다지 좋진 않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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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청룡 우 백호 남 주작 북 현무는 창조주의 손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자연에서 스스로 탄생한 존재였다. 예로부터 창조주는 생명을 만들었지만 스스로 자각하는 존재인 자연은 만들지 못했다. 자연은 스스로 태어났으며 스스로를 자각한 뒤로는 스스로 신격화가 되기위하여 4방신이 되었다. 그 존재들은 곧 창조주와 동급이라 한다.
어느날 창조주가 관리하는 인간세상에 관심이 생긴 자연의 일부인 백호와 주작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초록세계는 눈이 부시도록 환상적이었지만 너무도 비참한 경우도 많아서 하품이 나올지경이다.
그런 그들의 눈에 띈 자가 있었으니, 신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자렸다.
지능과 힘을 겸비했지만 완벽을 추구하기는 하나, 아직 약한 영웅이었다. 인간의 나이로 따져보면 고작 8살에 불과한 꼬맹이일진데, 그 꼬맹이에 호기심이 동하더니 어느날부터인지 그 꼬맹이를 내려다보기 일쑤가 되어버렸다. 홧김에 일을 저지를까 생각했지만 불쑥 나타나기도 뭐해서 지켜보기만 했다.
비록 신의 시점이지만 비참하리 불쌍한 삶을 살고있었다. 물론 어떠한 이보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보다 못나게 사는 인간형들도 많았고, 못사는 자도 많고, 불행한자도 많기때문이라. 그는 평범쪽에 속하는 것이라지만 어쨋거나 불쌍한 건 불쌍하다. 백호는 본디 바람과도 같은 성격이라 성질이 변덕이 있던 것 같고, 더군다나 주작또한 불의 성격을 띄었으니, 욱하는 성질이 있으니, 그로인해서 일이 벌어졌다.
“놀러갈까?”
“갈까.”
둘은 눈빛교환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 + +
“영웅이 되기 싫어요.”
이세계가 영웅이라고 말하는 남성의 단 한마디였다.
그는 무엇하나 빼놓을 것이 없었고 모자른 것도 없었다. 누가 보기에도 행복해 보였고 그는 자주 웃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가장 행복할 것이며, 가장 부유한 삶을 가짐과 동시에 가장 희귀성이 짙은 삶을 살것이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단정지어버렸다. 그는 정말 부유한 곳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신성국가 성녀였고 아버지는 제국의 황태자였다. 둘이 결혼하여 태어난 이가 바로 그였는데,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인 성녀의 축복을 받았고, 뒤이어 신의 축복이 내렸다.
신의 축복으로 인하여 그는 갓난아기일적에 사람들의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천재로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되었다.
그가 만 3세가 되었을때, 신의 계시가 내렸으니, 그를 세상의 영웅이라 하였고, 신의 뜻을 받들어 모든 성자들은 그를 칭송하며, 평민들은 그의 이야기로 끊임없이 세상을 구할거라는 말에 기대를 했고, 그의 배후에는 신과 황제와 성녀가 있으니 황족과 귀족들마저 그가 두려워 무릎을 꿇고 기사서약을 하는가 하면 그가 만 4세가 이르렀을때는 이미 혼담이야기가 술렁하게 황궁을 움직였다. 그는 그 모든일이 골치스러웠다. 어머니는 밤마다 그를 껴앉고 속삭이셨다.
‘태자님. 당신은 커서 어엿한 성인이 되거든 이 세상을 이끌 영웅이 되길거예요.’
그래요. 영웅이 된다구요?
‘영웅이되면 모든 사람들의 앞에 우뚝 서서 검을 뽑아들고 악의 무리를 무찌르지요.’
그 악의무리는 누구인가요?
‘악의 무리는 사악한 마족과 인간들의 부를 빼앗는 드래곤이 있답니다. 그들을 무찔러야해요.’
나는 언제쯤 그들을 무찌를 수 있을까요?
‘크거든 그들을 무찌를 수 있는 힘이 생길거예요. 태자.’
그럼, 그럼 나는 무언가요?
‘영웅이지요. 우리 태자는 세상의 영웅이지요. 영웅이지요.’
나는 사람이 아닌가요? 영웅인가요? 나는 아이가 아닌가요? 세상의 영웅인가요? 나는 영웅이기 전에 사람일 수는 없나요? 왜 인간일 수 없나요? 나는 어째서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죠? 나는 어째서 갓난아이때부터 당신이 염원하는 영웅이 되어야하죠? 사람들은 왜 나를 영웅이라고 하나요? 신은 왜 나를 영웅으로 만들었죠?
왜죠? 왜? 왜? 어째서인가요? 어머니, 당신은 어째서 신을 모시는가요? 아버지는 어째서 황제인가요? 나는 이 제국을 이끌고 악 모두를 무찔러야하나요? 그렇다면 나는 악이 아닌가요? 그들은 악이라도 생물인데 죽이면 나는 악이 아닌가요? 나는 선인가요? 어째서죠? 내가 왜 영웅이기를 바라는건가요? 어째서죠? 왜? 왜? 왜?…왜죠? 어머니?
‘당신은 영웅이니까요.’
…어머니. 나는 영웅이기 전에 사람인데요. 사람이예요. 어린이예요.
그는 갈수록 사람들이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왜 동경어린 눈으로 바라보는지, 자신만 보면 왜 허리를 굽히는 것인지, 그리고 왜 자신에게 바라지 못할 것을 바라는 것인지 몰랐다. 어떤이들은 심지어 무언가를 받치면서 고개를 숙이며, 자신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한낯 어린아이다. 자신은 어리고 할줄아는게 없는데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크면서도 또 크면서도 깨달을 수 없었다. 만 6세에 되었을 때, 그는 아이들과 뛰어놀고 싶었다.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칼싸움도 해보고 대장놀이도, 쫄병놀이고, 소꿉장난도, 그리고 넘어지기도 하고 뒹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고 할때마다 사람들에게 질타가 왔다. 아니, 그것은 질타가 아니다. 꾸짖음도 아니다. 타박도 아니었고, 그것은 그저 사람들의 바램이었다.
‘아앗! 태자님! 그러시면 안되요, 옷이 더러워지시잖아요, 장차 영웅이 되실분은 믿음직스럽게 당당하게 걸으셔야합니다! 이렇게 묻히고 다니시면 안되요. 에비에비. 더러워요. 땅은 더러워요, 태자님.’
나는 그저 땅에 한번 누워보고 싶었을 뿐인데요?
‘안됩니다. 태자. 그것은 못될짓입니다. 장차 영웅이 되실 분은 거대한 미래를 가지고 계신분. 영웅에게 어울리는 것은 하늘이지, 땅이 아니예요. 가까이해야 할 것은 하늘입니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저런 천한 인간들과 어울리지 마세요.’
그들과 놀고싶어요. 나는 어린애예요. 영웅이 아니예요. 어째서 나는 영웅이지요? 나는 칼싸움도 소꿉장난도 하고싶을 뿐이예요. 땅에서 뒹굴고 뛰고 웃고 즐기고 싸우기도 하고 사과도 해보고싶어요.
‘태자전하. 전하. 전하. 안되옵니다. 어엿하게 크실분은 이러면 때찌해요. 황후마마께서도 황제폐하께서도 태자전하를 몹시 기대하시고 계십니다. 듬직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지요.’
듬직한모습? 왜 나에게 그런걸 바라나요? 아니, 그건 나중에 하면 안될까요? 나는 과자를 먹고싶어요. 하지만 왜 먹지 못하게 하는거죠?
그는 모든것이 쓸모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말에, 그리고 환호에, 열망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들이 무섭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이 더럽게도 보였다. 점차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영웅.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만 8세가 되었을때는 모든 인물들이 자신을 칭송하며 세상에대해 말하기 시작했고, 그가 배움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힘들게 머리로 그것들을 터득했을때에는 누구도 진심으로 칭찬은 커녕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그가 영웅이기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그는 천재라고 사람들은 말했고 무엇을 하든 창의적이며 독창적이라고 떠벌거리기도 했다.
그것은 미래의 영웅을 위한 어색한 말돌림이었을뿐, 그 무엇도 그에게, 자신에게 오는 칭찬이 아니었다.
‘저희 크리티안제국에서는 살아있는 정권입니다. 황가의 핏줄은 누구도 이어갈 수 없는 고귀한 피로 이루어져있으니, 제국의 앞날은 창창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빈틈은 있으니, 그들을 경계하여…’
그가 10세가 되었을때는 사람들은 그의 등을 밀어 정권으로 내몰았고, 그는 발버둥을 쳤다. 무섭다! 무서웠고, 정권속에 휘말리면서 두려웠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칭송하여 자신을 따랏다지만, 적이 있는 것보다 없는것이 더 두려운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본다. 바라는 눈동자. 무엇을?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명확하게 자신에게 기대하는 눈동자. 무엇을. 무엇을 바라는가. 동경과 이상. 그리고 그 경계와 촉망어린 눈동자. 무엇을 바라는것인가! 그는 두려움에 세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만 18세가 되었을 때, 성인식이 치뤄졌고, 그는 사람들 앞에서 거짓웃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거짓된 말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끌어안고 거짓된 사랑으로 그리고 검을 하늘높이 휘둘러 거짓된 위용을 보였다.
성인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그날 밤 그는 이루어 말 할 수 없는 황당한 것을 경험하게 된다. 신비에 찬 아름다운 여신 두명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묻기도 채, 전에 그녀들은 영웅을 향해 손을 내민다. 무언가를 위한 손길인가. 그것은 그는 알 수 없다.
‘영웅. 당신은 힘을 들것인가, 지혜를 들것인가?’
영웅이여. 나는 너에게 영원한 힘을 줄 수 있다. 그런 나의 이름은 가베스라 하지.
영웅이여.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기 위해 태어난 지혜의 신 루데난이라 한다.
너는 누구를 선택할 것이지? 우리들 중 어떠한 부분을 원하나? 영웅이여.
선택해라. 그대.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 길은, 자신이 영웅이 꼭 되어야하는가? 여신들에게 물었을때는 여신들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둘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그는 세상이, 신이 죽도록 미워졌다. 자신을 이렇게 까지 밀어붙이고 죽이려고 드는 세상이 밉다.
‘그대여. 만일 너가 힘을 선택하면 용기와 부와 그리고 명예를 얻을 것이고 지헤를 택하거든 힘에 상응하는 현명함과 어휘력과 안정감을 얻을 것이다.’
나는 그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니다. 너는 우리 신의 축복으로 만들어지고 지어진 존재, 너는 우리들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꼭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너에게 저항은 필요치않을 것이다. 영웅.
하지만 어느길이든간에 영웅의 길이었다. 자신은 검을 빼어들고 지혜를 익혀야했다. 검을 빼어들고 마족을 베어야하고 지혜로 드래곤들의 눈을 속여 그들을 세상에서 몰아내야한다. 아. 어찌되었든간에 자신은 영웅이라는 건가? 그럼 다른길은 없을까?하지만 영웅은 두개 다 선택하지 않았고 선택을 하는 기간은 점점 늘려져갔다. 영웅은 두개의 차원에서 갈망했다.
선택할 것인가, 선택하지 않고 인류와 안녕을 고할것인가. 차라리 이 자리를 그냥 내놓고 도망가면? 가출해도 소용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알고있고, 자신은 몇번이고 다시 황궁으로 끌려왔었다. 그렇다면 망나니흉내는? 모든 사람들은 잠시뿐인 비틀림이라고 그를 내비두었다. 그리고 다시 영웅으로 돌아올것이라며 오히려 더욱 더 기대하고는 했다.
아니다. 이러는건 싫다. 그냥 죽어버릴까? 싫다. 나는 아직 어려. 아직 어린주제에 그런생각을 하지마. 하면안된다.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는 절망했다. 절망. 절망. 절망. 그리고 또 절망.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야 말았다.
‘반갑소. 현자의탑에 머물고 있는 마법사. 크루킨이오. 황태자전하, 아니, 미래를 빛내실 영웅이시여. 당신의 미래에 마나의 힘이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제국의 앞날에 마나의 힘이 깃들기를,’
어느날 황궁에 현자라는 대마법사가 찾아왔다. 그는 세상을 현혹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직설적으로 바라보는 눈동자를 가졌다고 하여 사람들의 입안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곧장 그는 현자와 대면했다. 기쁨에 찬 발걸음이 마치 허공을 차는 것 같았다. 현자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만나서 알았다. 그는 그 누구보다 현명한 눈동자를 가졌다. 하지만 하지만, 아니었다.
이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그 현자또한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장차 크게될것이라는 소리만 한채, 황궁에서 빠져나가버렸다. 그는 실망하고야 말았다.
그래. 알고야 말았다. 현자는 분명히 현명하였으나, 황자의 진실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는 현명했을 뿐, 깨끗하지는 않았기때문이다. 그는 어느새 세상에 자기 홀로 서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족이라는 자들도 자신들에게 기대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기댔고, 그에게 기대하고 그에게 애정을 받으려고 손길을 뻗쳤다.
심지어 성녀인 어머니조차 영웅이라는 단어에 눈이 멀어,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를 영웅대접하였으며, 황제또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까봐,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며 절절매기일수였다. 그는 그런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은 더이상 버틸 수 없다 생각하게되었다. 그리고 결국 황궁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러기도 채 전. 그날 오후, 그, 태자는 황궁의 산책로 안에서 어떠한 여인과 사내를 보게된다.
붉은 머리카락은 아름다웠고 풍성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자연과 어울어져 환하게 보이는 요염한 여인과 탈색되어있고 세상과의 의식을 끊어버린 듯 퇴패적인 느낌을 주는 단절된 듯한 사내. 하지만 그들 모두 한 단어로 통일되었다.
인간같지 않다. 그래. 무엇인가? 그들은 드래곤일까, 아니면 꿈에서 보았듯 그 신비로운 선녀들같은 여신과 같은 신이라는 존재들일까. 하지만 아니었다. 그들은 강한힘도 없었으며, 지혜도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황제의 눈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 황궁안에 있는 존재들 또한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저리도 독특한 자들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그들을 모르지? 강한 존재감에 그는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매일밤 산책로에 몰래 빠져나가 때때로 그들을 몰래 훔쳐보기 일쑤였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했겠지? 하지만 나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모를 안심이 된다. 그들은 뭔가 다르다. 다른이들과는 달라.
그 생각을 그들은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는 듯 그가 다시한번 산책로에 찾아갔을 때, 그들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는 듯, 그리고 태자가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매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되매김질 하면서 울고있을 때, 그들은 손을 내밀고 단 한마디를 했다. 그런데 왜 그 한마디가 그의 귀에 웅웅거렸는지 그는 모른다. 그는 왠지 그 말에 멍하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태자는 말했었다.
‘나는 정말 힘들어. 나는 영웅이 되기 싫어. ’
그러자 그녀는 ‘하지마.’ 라고 했다. 그러나 안할 수는 없잖아. 하지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날 떠밀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나를 떠밀어서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 하기 싫은데도, 모든 자들의 입안에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있어.’
그러자 그는 ‘즐겨.’ 라고 하였다.
영웅은 멍해졌다. 그 대답은 이미 알고있는 대답이었다. 몇천번이고 영웅에 대해 생각해 봤던 것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게되자 그것이 다른느낌으로 와닫는다. 아아. 이런느낌이구나. 그는 왠지 찡한 느낌을 받으며 다시한번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18세 성인식 이후로, 여신들이 나에게 힘 혹은 지혜의 영웅이 되라고 하지. 하지만 난 그 무엇도 선택하기 싫어. 어찌할까?’
그러자 그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그의 어깨에 손을 내밀었다.
‘너가 말하는 그 여신들은 꼭 자신들을 택하라는 소리는 안했을 거야. 안그래?
그렇다면 제 3자를 선택해도 된다는 소리, 너가 그 누구에게도 기댈사람이 없다고 생각이 된다면, 그렇다면ㅡ’
“우리를 선택해라ㅡ 꼬마.”
태자는 그 말에 거칠고 따분한 흑백세상에 형형색색의 색들이 물들여진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다. 기어코 흐르고 또 흐르는 시간은 지금이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간지르는 햇볓도 좋았고, 푸른 내음을 풍기는 꽃들도 좋았다. 그는 왠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아. 현실이다. 손을 쭉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정말 기분 좋다고 할만했다. 타닥! 누군가의 기척이 나타났다. 털석! 강한 소리가 귀를 찔렀다.
어느새 옆에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웃고있었다. 즐겁다는 듯 웃는 그 여자는 약간 정상이 아닌 듯 보였지만 더이상의 생각은 허락하지 않는 듯 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낸다.
“이봐 꼬마. 즐거워?”
응. 즐거워. 대답하려고 하지만 옆에서 그의 말을 잘라내는 존재가 있었다.
“당연하겠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존재는 세상을 만끽하는 개운하다는 표정이었다. 아. 그래 맞다. 그는 이들을 알고나서 달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있기때문에 즐거워지고 있었고 알수없는 자유감을 찾았다. 이게 행복이구나. 그래. 그토록 사람들이 열망하는 행복은 이것이구나. 이들을 만난것은 나에게 행운이다.
나는 이들이 어디서 온 존재인지, 혹은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자들인지 나이는 몇인지 모른다. 다만 이름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아담과 이브라고 했다. 책을 많이 읽는 존재같았다. 순간 우스워졌다. 처음 그 이름을 듣고 나는 엄청나게 웃었었다.
‘정말 그게 당신들의 성함인가요?’ 묻자마자 그는 나의 말을 질책했다. 아니. 내 말이 아니라 말투에. ‘말놔. 난 너가 생각하는 것 처럼 늙지 않았어.’ 자유롭고 자유분방해보였다. 그들의 팔다리에는 세상의 족쇄가 없었다. 붉은 여자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말했었다.
‘성함이 뭐냐. 이름이지. 나는 이브야. 이브.’
씨익 웃는 그녀는 유쾌해보였고 시원해보였다. 붉은 장발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이. 얼어버린 얼음성 한가운데 빛이었다. 현실로 돌아왔다. 아담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담이 피는 담배는 담배가 아니었다. 담배의 독한 향도 나지 않았고, 타는 향도 나지 않았다. 그저 태우고 있는 것만 보였다.
“이새끼가! 그만피라고 했잖아!”
옆에서 소리치는 이브는 그를 향태 타박했고 아담은 귀찮은 듯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도 내가 그러길 바래?”
곧바로 ‘하!’ 하고 기가 막힌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이브가 보였다. 그리고 용사인 그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씨익 웃을 뿐이었다. ‘어이. 태자.’ 하고 다시한번 아담이 자신을 불렀다. 그는 고개를 들고 아담을 바라보았다. 왜 부르죠? 순수한 호기심이 어린 눈동자로 바라보자마자, 이브가 씨익 웃으면서 아담대신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 뭐냐?”
이름? 흠칫하고 놀라서 이브를 바라보았다.
이름?
뭔가 낯설었다. 항상 자신은 용사라고 대답했고 태자라고 대답했다. 하인들이나 모든 사람들은 말했었다.
‘용사님! 용사님,’ 혹은 ‘태자님!’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는 대체 어디있는 거지? ‘태자야.’ 어머니. 나는 태자가 아닙니다.‘용사야.’ 용사가 아니예요. 나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왜 나는 이름을 불러주지 않지요? 나는 이름이 왜 없지요? 아니, 있긴 한건가요? 안지은거 아닌가요. 혹시 이름이 용사입니까?
이브가 불어보았지만 빨리 대답하지는 못하고 턱턱 막혔다. 뭐라고 해야하지? 당황하는 것은 삽시간이고 그 당황은 지워지지 않았다. 갑자기 이마에 빠르게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아. 아프다. 짜증내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아담이 보인다. 이브가 옆에서 아프겠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 맞은건가? 맞은거구나. 아니! 맞은거라고? 놀라서 입을 허. 하고 벌려버렸다. 처음이다. 맞아본적이 있던가? 아니. 있었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뤘는데. 당황해서 입을 쩍 벌리고만 있자, 이브가 훌륭하게 웃었다. 그 무엇보다 빛나는 미소를 가졌다.
“겁나 아프겠다. 저놈 손은 쇳덩인데. 하지만 머리가 찌그러지지 않은거 보니, 그만큼 단단한가봐?”
장난을 쳐왔다. 다시한번 둔탁한 충격을 먹은 것 같다. 아니. 이거 이연타입니까? 그것보다 누가 나보고 저런 말을 했던가. 충격이 두배로 전해져왔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버렸다. 아니. 이게 아니잖아! 왜이렇게 내가 바보같아진거지?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질타했다. 그 순간 아담과 이브의 말이 귓속에 박혀들어왔다.
나 정말 살아있는게 맞는 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벅차오르는 이 감정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붉었다. 마음에 박히듯이 무언가 역류하는 듯 심장을 곤두박질시켰다. 쿵쿵쿵. 뛰는 심장의 울림이 듣기 좋은 듯 싶었다. 다시한번 감격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너는 ‘에보니딕 딘델라 드 셀레스틴 (Ebonydick Deandella de Celestyn).’ 맞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오늘 따라 둔탁한 것이 자꾸 때린다.
“하지만 그 긴 명칭을 부르는 것도 그렇고, 세컨드도 퍼스트네임도 싫어.
우리는 너를 특별히 대한다는 의미로 별칭을 부르지. 나쁘지 않지?”
아.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여. 그리고 여신들이여, 신이여.
당신들이 날 고욕적이게 만들었지만 이 순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태어나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두려움과 상응하는 행복함을, 그는 눈물로 흘려보였다.
첫댓글 아. 태자참불쌍 ㅠㅠ 그래두주작과백호?덕에 행복을느껴다행이에염 ㅠ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름대로 해피앤딩을 해보려고 했어요.
흐음,운명이란게 결정된건지 아닌건지..
저는 나름 운명이란 결정이 되지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란 어쩔 수 없이 권력에 휘둘리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