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6-19-02)
< 강아지 유치원에 다닌다 >
문하 정영인
이젠 강아지도 유치원에 다닌다고 합니다. 강아지 유치원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셔틀버스는 기본이고, 기본 과목별 시간표가 짜여져 있답니다. 그러니까 개교육과정입니다.
물론 강아지 유치원에는 담임교사도 있고, 날마다 개주인 학부모에게 알림장을 소상히 써 준다고 합니다. 가끔 유치원 생활을 사진을 찍어서 개학부모에게 보낸다고 합니다.
“써니는 오늘 단짝 ‘아델’과 미끄럼을 타면 놀았어요. 평소보다 지능개발 수업을 한 단계 높였어요. 잘 따라 했습니다. 집에 가면 많이 격려 해주세요.”
보육료는 월 40만~60만 든답니다. ‘개팔자’라는 말을 이래서 쓰는가 봅니다. 어떤 개는 유치원에 다니고, 어떤 개는 보신용이나 유기견이 되니 말입니다. 개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는가 봅니다. 이러다간 고양이 유치원도 생기는 것이 아닌지….
이젠 개 체벌 교사 때문에 강아지 유치원이 cctv도 설치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에 강아지 유치원의 운동회, 학예회, 현장학습도 생길 것입니다. 또 강아지 유치원 보육교사 자격증 제도도 생길 것 같습니다.
하기야,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개보다 못한 놈’이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효도하라고 재산을 물려주었더니 나 몰라라 합니다. 부모가 재산 반환 소송을 벌이면 피고인 아들은 원고인 아버지 보고 “○○○씨" 라고 아버지 이름을 부른다고 합니다. 소송까지 가니 막 가자는 것이겠지요. 적어도 개는 자기를 사랑하고 길러준 주인을 위하여 은혜를 갚습니다. 그런 걸 보니 사람 키우는 것보다 개 키우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개의 신분도 사람처럼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강아지 유치원에 다니는 개가 있는가 하면 유기견이나 보신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신용은 그래도 나은 것 같습니다. 살신성인이니깐요.
사실, 제일 더러운 욕은 ‘개보다 못한 놈’인 것 같습니다. 사람도 아니다. 개도 아니다. 개도 말 자체는 흠집이 없으나 따져보면 제일 더러운 욕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처럼 욕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염병할 놈, 오라질 놈, 육실한 년, 환장할 놈 ….
오늘 전철을 탔습니다. 어느 늘씬한 아기씨가 가슴 앞에 아기 바구니 같은 것을 목에 걸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할머니가 귀띔을 합니다. 강아지 바구니라는군요. 반려견 문화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와 같이 했습니다. 사냥개, 인도견, 구조견, 목장의 몰이견 등. 그때만 해도 개는 인간보다 한 등급 아래였습니다. 지금은 세계 공통적으로 남편의 서열보다 훨씬 위를 차지합니다. 견마지로(犬馬之勞)가 아니라 인마지로(人馬之勞)인가 봅니다.
내 옆의 그 할머니가 구시렁거립니다. 늙은 제 부모를 저렇게 보양하겠느니, 의료보험도 안 된다느니 하면서 자신의 처지와 견주는가 봅니다.
어쨌거나 개도 주인을 잘 만나야 합니다. 2천만원 들여 오래 같이 한 반련견의 암을 수술해준 주인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거액의 유산을 주기도 합니다. 하기야 개를 무척 좋아하는 제 친구는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는 날이면 개가 놀랄까봐 지하주차장 자기 차에서 밤을 지샌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동물병원도 전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개안과, 개이비인후과 등.
하기야 불경에 무불경(毋不敬)이라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존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오늘도 할머니가 유모차에 개 두 마리 싣고 운전하고 갑니다. 후륜구동입니다.
내친 김에 개에 대한 퀴즈 한 문제 내봅니다.
1) 두 사람이 겸상해서 보신탕을 먹는 한자(漢字)는?
2) 네 사람이 마주 앉아 보신탕을 먹는 한자(漢字)는?
적어도 개보다 못하게 살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개도 사람과 같이 동급으로 대우를 받는가 하면, 어떤 개는 개취급 당하고, 어떤 녀석은 물건처럼 여깁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나 합니다. 한국의 반려동물이 1천만을 넘는다고 하니 그럴만도 합니다. 우리 인구의 1/4입니다. 북한 주민은 그리도 굶주리는데, 개들은 비만이 되어 간다고 다이어트 시킵니다.
확실히 ‘팔자(八字)’라는 것이 있는가 봅니다. 그래서 ‘개팔자 상팔자’라고 하는가 봅니다. 새끼줄로 질질 끌려가는 개가 있는가 하면, 수백만원하는 명품 개줄에 모셔가는 개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고 개는 개다울 때, 자연 생태계의 평형이 오는 것은 아닌지요?
첫댓글 좋은 말씀입니다. 오죽하면 못난 인간에게 붙이는 말 /// "개만도 못한놈"이라 하잖아요. 그래서는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