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머위밭 잡초가 놀자 하여...
2023년 6월 8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스무날
머위밭을 볼 때마다
"저걸 어쩌나?"라는 말만 되풀이를 했다.
머위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며칠전 서울 막둥이 아우에게 머위를 잘라
보내느라 들어갔다가 아연실색을 했었다.
잡초가 놀자고 하여
드디어 어제 아침나절부터 점심무렵까지
녀석들과 실컷 놀아주기로 하고 들어갔다.
말이 놀아주는 것이지 잡초들을 뽑아없애
죽이는 것이라 녀석들은 오들오들 떨었을
것이다. 녀석들도 살겠다고 저렇게 나와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만 우리가 먹는 것이
아니라 뽑아낼 수밖에 없으니 어쩌겠는가?
6월의 뙤약볕은 촌부의 얼굴을 시커먼스로
만들어 놓았다. 아내에게 혼줄 나고 말았다.
한 소리 들었다. "뙤약볕에서 도대체 무슨
깡으로 그 짓을 한거야? 아이구~ 이 양반아!
서울 모임에 가려면 오이팩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라고...
잡초를 뽑고 캐다보니
정말 가지가지 종류도 다양하고, 저마다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뿌리박힘도 제각기다.
어떤 녀석은 그냥 손으로 뽑아도 뽑히는데
다른 어떤 녀석은 손괭이로 캐야만 뽑힌다.
자잘한 잡목까지 함께 뒤섞여 자라는 바람에
캐다보니 뿌리번식을 하는 녀석들이라 사방
뿌리를 뻗어나가 따라가며 걷어내야만 했다.
캐내고 뽑아낸 잡초가 머위보다
그 양이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은 것 같다.
뽑아낸 잡초는 나뭇가지 쌓아둔 위에다 그냥
던져놓았다. 햇볕에 마르고 바스라지면 다시
녀석들이 태어났던 땅으로,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자연순환의 법칙이랄까?
퇴비장으로 보내는 것이 마땅하지만 거리가
먼 이유도 있으며 귀찮기도 하고 힘도 들어서
가까운 곳에 그냥 넵다 던져놓은 것이다.
이 머위밭은 특별한 추억이 스려있다.
작고하신 어머님께서 이곳에 왔던 이듬해 봄에
머위 뿌리를 조금 가져다 심어놓으셨고 22년
세월동안 많은 번식을 하여 지금의 머위밭으로
형성이 된 것이다. 워낙 머위를 좋아하셨던지라
어머님 생전에는 해마다 이맘때 머위를 잘라서
잎파리가 붙은채로 보내드리곤 했었다. 지금도
머위를 보면 어머님께서 잎파리는 데쳐 울겨서
쌈으로 싸드시고 머위대는 들깨가루를 넣어서
볶아 드셨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머위를 좋아라
하시던 어머님은 이 촌부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계시지만 이 세상에는 안계신다.
이제 머위는 막둥이 아우에게 보낸다.
어머님 대신 어머님 입맛을 닮은 막둥이 아우가
머위를 좋아하여 어머님 작고하신 이후 해마다
보내주고 있다. 올해도 이미 한번 보내주었는데
아직도 밭에 많이 남아있어 한번 더 잘라 보내줄
생각이다. 이렇게 추억이 많이 스려있는 머위와
머위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그냥 놔두고 제대로 돌보지 않았음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으니 이놈의 촌부 한심하기도 하다.
그나저나,
오늘 또 날씨예보에 비소식이 있는데 내리려나?
요즘 하도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바람에 믿다가
밭작물 목마름만 부추기고 말았기에 믿을 수가
없어 하는 말이다. 설마 오늘은 하늘이 촌부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비를 내려주시겠지?
첫댓글
오늘은
비가 정말 올거 같아요.
함께 기도하는 마음 입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발, 제발, 제발...
감사합니다.^^
제발 비가 내려서
촌부님 걱정이 사라지길 기도해 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발 그랬으면서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썬크림이라도 바르고
밭일을 하시지요..
마님 속상하게 하시면
아니됩니다. ㅎㅎ
오늘은 비가 쏟아 지려나
했는데 한두방울 내리더니
쨍쨍하네요. 허,참,,
비 소식은 계속 있던데
기대해 보아요.
예전 도시에서는
썬크림을 바르곤 했는데
정작 필요한 산골살이에서는
그냥저냥 잊고 넘어가는군요.
설마 오늘도 기상청의 희망고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