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삶이 보상을 해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 말을 수없이 많이 듣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세뇌 당하듯이 살아간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런 현실에 반박하는 영화이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수남(이정현)을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현실을 보며 과연 성실히 살아가면 삶이 보상을 해준다는 말이 사실일까? 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중학교 3학년 때 근처 공장 여공 대신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한 수남은 14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스펙을 쌓았지만 시대를 예측하지 못해 결국 컴퓨터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간신히 작은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거기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한 나날이 펼쳐질 줄 알았으나 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수남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사게 되고 그로 인해 엄청난 빚을 지게 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은 더 쌓여갈 뿐 청산되지 않고 현실은 점점 수남을 조여 올 뿐이다. 그러던 중 수남의 집이 속한 구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한 줄기 희망이 생겼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그 마저도 불투명하게 되자 수남은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는 영화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현실의 세계를 유머와 냉소로 가득 채워서 표현해낸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날 것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그것이 거부감이 들거나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세련되며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중에 하나이다. 최고의 스탭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해 총 제작비가 2억 원밖에 들지 않은 저예산 영화이기도 한데 열정과 재능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서 그런지 영화 속에서 활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큰 매력발산을 하는 것은 배우 ‘이정현’의 연기이다. ‘이정현’ 역시 노개런티로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는데 아등바등 살아나가며 세상이 그녀를 벼랑 끝에 몰아도 한 줄기 희망을 버리지 않는 ‘수남’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눈에서부터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있는 눈, 나중에는 공허하게 텅 비어버린 눈까지. 눈빛으로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수남에게 집중하고 공감하게 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이유를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성실한 수남이 실성한 수남이 되는 과정을 우리는 지켜본다. 수남이 저지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비판하고 싶지 않은 것은 수남의 모습이 오늘 날의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단란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수남의 작은 바람이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집을 돈을 모아서 사려했던 수남이 결국 은행의 대출을 받으면서 한 말이 참 마음이 아프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값은 꾸준히 올랐어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개인의 성실’만을 탓하면서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고 ‘사회의 문제점’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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