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삼 - 1921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났으며, 27세에 월남. 1953년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십이음계』, 『시인학교』,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선집 『북치는 소년』 등이 있음.
<시감상>
김종삼 시인의 시들은 대부분 짧고, 마치 아픈 아이가 말하는 듯 어눌합니다. 조금 말하고 한참 쉽니다.
27세에 월남해 평생 가난 속에서 ‘북치는 소년’처럼 산 시인 김종삼. 가난하였음에도 그의 가난이
구차해보이지 않는 것은, 흔히 김종삼을 보헤미안과 연결시키듯이 술과 예술 특히나 고전음악을
평생 즐긴 시인이었기 때문일까요. 그는 스스로의 시를 시가 아니라고도 하고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그의 짧은 시 「묵화(墨畵)」를 옮겨봅니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단순하면서도 사람 마음을 찌르르 울리는, 이런 시 몇 편 꼭 써보고 싶습니다.
일일이 옮겨드리지 못해 안타까운 「북치는 소년」, 「민간인」, 「장편2」, 「올페」 등도
꼭 챙겨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짧은 시들인데 마음에 바람구멍을 내듯 휘이잉 무언가 깊이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충만한 여백 속에 서성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시인입니다. 오늘 하루도 평범하고 소박한 소망을 가지고
맘 좋고 명랑하게 인정을 품고 산 우리여, 앞서 산 한 아름다운 시인이 우리를 일컬어 시인이라 하는군요.
남대문 시장통 빈대떡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가 시인이고, 분주하게 일상을 살면서도 사람 사는 세상의
인정을 잃지 않고 사는 모든 필부들이 ‘세상의 알파’라 하는군요.
친구여, 곰곰 생각해보세요.
세상의 광명은 저 높은 엘리트의 마을에 있지 않습니다.
나지막한 곳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는 우리들이 ‘세상의 알파’입니다. <김선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