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충암파 내란죄 전두환-하나회 대법원 판결로 이미 나왔다 / 12/7(토) / 한겨레 신문
12・3 비상계엄사태는 내란사태로 새롭게 명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계엄법을 무시하고 계엄 해제 권한을 가진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의 체포를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6일 잇따라 나오자 이를 계기로 계엄 가담자들이 앞다퉈 난파하는 정권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검찰의 후예들이 포진한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친 윤석열파는 이번에는 실패한 계엄은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수사기관의 특성상 내란죄 수사가 본격화되면 한 달 안에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란죄는 형법(제87조)에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주동자에게는 적어도 무기징역, 무기금고 또는 사형이 선고된다. 모의에 참여했거나 중요 임무를 맡은 경우에도 사형·무기징역이, 동조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 가능하다. 재직 중에는 기소되지 않는 대통령이라도 내란죄는 그 예외가 될 정도로 중한 범죄다.
헌법학계에서는 계엄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권력자에 의한 내란으로 간주한다. 내란 등 국가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반대로 권력자가 계엄을 수단으로 국민과 야당의 탄압, 정권유지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계엄 내란의 판단 기준은 이미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사법적 단죄 과정에서 확립됐다. 1997년 대법원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정하면서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 폭동(폭행협박)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를 남겼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당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장에 무장한 수도경비사령부 병력을 배치해 위협했다. 이후 국회의사당을 무장한 33사단 병력으로 점거 봉쇄하여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았다. 예비검속과 함께 계엄포고령을 통해 정치활동 규제조치를 취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의 상황과 유사하다. 계엄사령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계엄 해제 요구라는 헌법상 국회 기능을 수행하려는 국회의장과 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통제 전 가까스로 봉쇄를 돌파한 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 하자 무장한 최정예 특전사 병력 등을 국회의사당 안팎에 투입했다. 일부는 창문을 깨고 난입해 본회의장 앞까지 진입했다. 이어 계엄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윤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여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에 대한 체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야당 경고를 위한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복창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문인) '오암파'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의 권한을 억누르는 것을 노렸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김영현 국방부 장관의 위헌·위법 지시에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를 마치 사전에 의도된 실패인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전두환 재판 당시) 대법원은 신군부 계엄군의 국회 봉쇄에 대해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에 걸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2.3계엄처럼 국회를 일시적으로 봉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헌법기관 불능화라는 내란죄의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내란죄 성립은 국헌문란의 목적 달성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123계엄으로 주요 정치인 체포와 국회 봉쇄에 실패해 계엄 해제 의결을 막지 못했더라도 그 행위와 경위,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면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
계엄 당시 김영현 국방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회의 참석자 등에 대한 내란죄 적용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신군부의 시국 수습 방안 수립(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청산)→신군부 하나회 순차 모의(충암파 등 군 고위 관계자와의 공관회의)→비상계엄 전국 확대(12.3계엄 선포) 등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참여했더라도 전체 내란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12.3계엄포고령은 국회의원과 시민을 상대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처단하겠다는 협박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위협이라며 내란죄 폭동(협박)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