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 / 홍속렬
내가 음악에
입문하여 듣던 음악 중
소녀의 기도는 클래식 음악을
깊게 들어가 알게 해준 첫 곡
1963년 서부 전선
삭막한 병영 생활에서 듣던 곡으로
잠자는 영혼을 불러일으켜 세워
새롭게 영혼을 승화시키는
아름다운 음악에의 초대
그 주에 외출 나가
의정부 허름한 레크드판 가게
LP판도 몇장 없었지만
하필 소녀의 기도가 든 판이
휘어져 상품 가치뿐만 아니라.
사용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판을 사갖고 와
삭막한 부대에서 듣는다
손바닥 만한 플라스틱 전축
불안하게 회전하는 밧데리 용
전축에 올려놓고 찢어진 음율로 들었다
삐뚤삐뚤 돌아가며 찢어진 음이나마
들을 수 있다는데 감사하며
온 정성을 들여 귀를 쫑깃 듣고 들었다
그때의 간절함과 애절함
기도하는 마음으로
듣던 애절한 마음과 안타까움
(기계고장으로
행여 못 들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로 불안 가운데 듣다.)
오늘도
이곳 과테말라 현지마을에서
kbs kong을 통해 듣는
바다레체스카의
소녀의 기도
문득 젊은 날
인식에 불타며 진리를 향해
끝없이 타오르던 진리에의 목마름
아
나의 젊음
그때 그 시절의 인식에
목말라 하던 때의 안타까움
꽃 피워보지도 못하고
져 버렸던 그 날들의 안타까움이
많은 세월이 흐르고
결코 헛 되지 않았었다는 위로에
힘을 얻는 이국의 아침이라